복덩이
가스레인지가 폭발했다.
송연서가 중상을 입고 죽어가던 순간, 그녀의 곁을 지킨 건 고작 5살 난 아들, 지민호뿐이었다.
송연서는 영혼이 된 채 지민호의 곁에 서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지성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돌아와 엄마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성훈은 오히려 아이를 다그쳤다.
[너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법까지 배웠어?]
그리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민호는 눈물을 닦고 어렵게 119에 신고해서 구급차를 불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성훈이 그 구급차마저 빼앗아 갔다.
“아빠, 엄마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곧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엄마 구급차 뺏어가지 마...”
“이 거짓말쟁이야. 어린애가 네 엄마한테 못된 것만 배웠구나!”
지성훈은 눈이 붉게 충혈된 지민호를 거칠게 밀쳐냈다.
“비켜. 서희가 곧 애를 낳아. 서희가 연서보다 구급차가 더 급해!”
지성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윤서희를 안고 구급차에 올라탔다.
“아빠... 아빠! 엄마 좀 살려줘!”
지민호는 울면서 구급차를 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그 순간,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대형 트럭을 미처 보지 못했다.
“민호야!”
송연서는 목이 터져라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아이를 밀쳐내고 대신 트럭에 치이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없는 영혼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거대한 트럭의 바퀴 아래 깔리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닥은 온통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송연서는 미칠 것 같았다.
그동안 지성훈은 윤서희 모녀를 위해 수없이 송연서와 지민호를 내팽개쳤다.
송연서가 그때마다 따져 물으면, 지성훈은 늘 같은 말을 했다.
윤서희의 아버지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기 때문이라고.
송연서는 그저 지성훈이 은혜와 가족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설마 자신의 아내와 아들의 목숨마저 이렇게 저버릴 줄은 몰랐다.
‘내가 민호를 죽게 했어...’
송연서는 뼈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성훈과는 조금도 관계없는 사람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