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주제에 적국의 황제를 죽여 버렸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황태자가 죽어가는 날 살려주었다.
잔혹한 신은 왜 그가 날 사랑하게 만들었는가.
언젠가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날 죽이겠지.
좋아, 그때까지 어디 한번 운명을 시험해 보는 수밖에!
가장 높은 곳의 남자와, 가장 낮은 곳의 여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옥의 미궁 끝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 - 두 번째 이야기
창세의 균형을 이루던 두 존재 빛과 기록의 여신 쉐리와 어둠과 망각의 왕 로엘. 서로를 사랑했지만 닿는 순간 세계가 붕괴되는 금기의 관계였던 그들은 결국 사랑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형벌을 받는다. 로엘은 기억을 잃는 저주를 짊어지게 되고 쉐리는 인간 한소연으로 환생한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감정만이 남은 채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소연의 몸은 점점 무너져가고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세의힘이 담긴 조각을 얻는 것.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 누군가는 반드시 사려져야 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사랑을 포기하고 존재를 지킬 것인가 결국 로엘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기록될 수 없는 존재로 세계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하고 소연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남겨진다.
풍덩—!
화려한 분수대에서 시작된 만남.
아티니스는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처음이 아닌 인연이며 수많은 생을 거쳐 이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눈이 막 태어난 강아지 같아.”
가벼운 놀림에 상처받았다가,
“네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해줄게.”
단 한마디에 다시 흔들렸다.
그렇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세이런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되살아난 기억이 속삭였다.
이것이 열 번째 생이라는 것.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