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나는 거품 묻은 밥그릇을 돌려 본다.
바닥까지 깨끗하다.
“한 공기 먹는 애한테 왜 세 공기를 줘?”
“달라니까 줬지.”
“엄마가 먼저 물었잖아.”
“물었는데 먹겠다잖아.”
엄마가 물기를 닦은 접시를 찬장에 넣는다.
나는 밥그릇을 헹군다. 밥풀 하나가 안 붙어 있다.
‘도범준은 밥도 남기지 않고 내 반박할 거리도 남기지 않는다.’
“다음에는 덜 줘.”
“다음에도 부르게?”
수돗물이 장갑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손을 든다.
“그 말이 아니잖아.”
“그럼 다음에는 안 불러?”
“그것도 아니고.”
엄마가 내 손에서 그릇을 받는다.
오른손 장갑 끝을 조금 당겨 준다. 안에 든 물이 손목으로 흐른다.
“그릇 그만 씻어. 수저만 마저 해.”
“나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거 알아. 엄마도 할 수 있다니까?”
나는 수저를 모은다.
엄마는 범준이 쓰던 밥그릇을 물기까지 닦아서 올려 둔다.
맨 위다.
“걔 이번 주말에는 뭐 하니?”
“몰라.”
“만날 거 아니야?”
“만날 때 물어보면 되지.”
“그러면 어디 갈지도 모르니?”
나는 수도꼭지를 잠근다.
엄마가 나를 기다린다.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인데, 내가 어디 간다고 하면 거기까지 따라올 것 같다.
“밥 먹겠지.”
“뭐.”
“밥.”
“범준이는 밥을 잘 먹더라.”
나는 젖은 장갑을 벗는다.
‘이 얘기는 다시 세 공기로 돌아간다.’
· · ·
5월 9일 토요일.
나는 신발을 신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계단 아래에서 고개를 든다.
“왜? 뭐 놓고 왔어?”
“휴대폰.”
“그걸 놓고 가면 어떡하니. 사진 찍어야지.”
“연락부터 해야지.”
“연락은 길 건너 가서 하면 되잖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먼저 나오는 건 이상하다.
나는 방에서 휴대폰을 챙긴다. 물병은 방수 가방 안에 넣는다.
아래층 사진관으로 내려오자 엄마가 보정하던 화면에서 눈을 뗀다.
“오늘은 어디 가?”
“옛날돈가스.”
“돈가스?”
“응.”
“둘이 먹는 거지?”
“다른 사람까지 부를까?”
“둘이 먹으라니까?”
엄마는 내가 먼저 물은 것처럼 대답한다.
나는 사진관 문을 민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따라온다.
“먹고 나서 보내지 말고, 먹기 전에 보내!”
“돈가스를?”
“사진!”
길 건너 부동산 문이 열린다.
범준이 검은 백팩을 메고 나온다.
뒤에서 명숙 아줌마가 문을 잡아 준다.
“천천히 먹어. 그렇지?”
누구한테 묻는 건지 모르겠다.
범준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길을 건너면서 말한다.
“걔 오늘은 한 접시만 먹일게요.”
아줌마가 안경 너머로 나를 본다.
“누가 많이 먹으래?”
사진관에서 엄마 목소리가 넘어온다.
“지난번에 세 공기 먹었다니까?”
아줌마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경애야. 나 들었어.”
“잘 먹었다고.”
“그것도 들었어.”
범준이 내 옆으로 온다.
나는 가방끈을 왼쪽 어깨로 올린다.
“가자.”
“물병 넣었어?”
“넣었어.”
“휴대폰은.”
나는 범준을 본다.
“너도 봤어?”
“다시 올라가는 거.”
‘길 하나 건너 사는 사람이 내 외출 실패까지 본다.’
범준은 내가 든 휴대폰을 확인하고 걷는다.
뒤에서 엄마가 한 번 더 외친다.
“사진!”
나는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든다.
범준이 묻는다.
“왜 주먹을 들어.”
나는 손을 편다.
“잘못 폈어.”
· · ·
옛날돈가스 유리문에는 메뉴가 크게 붙어 있다.
『돈가스 9,500원』
나는 문을 열며 가격부터 본다.
“각자 하나면 되지?”
“응.”
창가에 빈 자리가 있다.
내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범준이 벽 쪽 의자를 뺀다.
“여기 앉아.”
“왜.”
“가방 놓기 편해.”
벽 쪽에는 의자 옆으로 자리가 조금 남아 있다.
나는 방수 가방을 세워 둔다.
범준은 맞은편에 앉고 백팩을 발 옆에 내려놓는다.
사장이 물컵 두 개를 들고 온다.
“두 분이죠?”
“네. 돈가스 두 개 주세요.”
내가 말하자 사장이 주문을 적는다.
범준은 물병을 꺼내는 내 손을 본다.
“집에서 물 마셨어?”
“마셨어.”
“얼마나.”
“너 우리 엄마보다 자세히 물어본다.”
“엄마는 뭐 물어봤는데.”
“너랑 둘이 먹냐고.”
“둘이 먹잖아.”
나는 물병 뚜껑을 연다.
범준의 대답은 틀린 데가 없다.
그래서 놀리기도 어렵다.
벽에는 다른 메뉴가 붙어 있다.
『커플 세트 17,000원』
나는 그 아래를 본다.
돈가스 두 개다.
“야. 저거랑 우리가 시킨 거랑 뭐가 달라?”
범준도 벽을 본다.
“가격.”
“그건 나도 보여.”
사장이 주방 쪽에서 대답한다.
“같아요. 두 분 오시면 그걸로 해 드려요.”
“저희는 그냥 두 개 시켰는데요.”
“그러니까 두 개 드려요.”
“그럼 더 싸게 주시는 거예요?”
“네. 17,000원.”
나는 입을 다문다.
사장은 주문서를 끼워 놓고 안으로 들어간다.
범준이 묻는다.
“왜.”
“할 말이 없어졌어.”
“잘됐네.”
“뭐가.”
“밥 빨리 나오겠다.”
나는 물을 마신다.
‘도범준은 내가 커플 세트를 따지려는 동안 점심을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 가운데 작은 소스 주전자가 놓인다.
뒤이어 양배추가 담긴 접시와 포크, 칼이 나온다.
나는 휴대폰을 꺼낸다.
범준이 내 손을 본다.
“벌써 찍게?”
“먹기 전에 보내래.”
“아직 안 나왔는데.”
“사람부터 찍으면 되지.”
화면을 켜자 내 얼굴이 크게 뜬다.
나는 팔을 조금 뻗는다.
오른쪽 어깨가 당겨서 곧바로 내린다.
범준이 손을 내민다.
“줘.”
“왼손으로 들면 돼.”
“내가 들면 둘 다 나와.”
나는 휴대폰을 건넨다.
범준이 화면을 돌려 본다.
범준 얼굴은 들어가는데 나는 턱만 나온다.
“너 지금 나 빼고 찍으려는 거야?”
“네가 아래로 내려갔어.”
“안 내려갔어. 원래 여기에 앉아 있어.”
범준이 팔을 낮춘다.
이번에는 둘 다 나온다.
나는 화면 속 범준을 본다.
정면을 보고 있다.
나는 휴대폰을 보다가 범준을 보다가 다시 휴대폰을 본다.
“좀 웃어.”
“웃고 있는데.”
“그게?”
범준 입가가 조금 더 올라간다.
화면에 내 손가락이 들어온다.
나는 가리키던 손을 얼른 내린다.
사진이 찍힌다.
범준이 휴대폰을 돌려준다.
내 입은 열려 있다.
범준은 웃고 있다.
“이거 지워.”
“왜.”
“나 말하고 있잖아.”
“웃으라며.”
“내가 웃으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으면 어떡해.”
범준이 다시 손을 내민다.
나는 휴대폰을 쥔 채 생각한다.
돈가스가 나오면 음식만 찍는 게 훨씬 쉽다.
그런데 엄마는 분명히 두 사람 얼굴을 찾을 것이다.
“한 번만 더.”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다문다.
범준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내 쪽으로 조금 기울인다.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의자에서 일어나 붙을 이유는 없다.
작전 사진이다.
사진 한 장이면 된다.
사진이 찍히자마자 돈가스가 나온다.
나는 접시를 보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됐다. 밥.”
범준도 휴대폰을 내 앞에 놓는다.
“보내고 먹어.”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네.”
“먹다가 또 들 거잖아.”
나는 두 번째 사진을 고른다.
둘 다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전송을 누르자 범준이 소스 주전자를 든다.
· · ·
내 돈가스 위로 소스가 흐른다.
나는 포크를 들고 기다린다.
범준이 주전자를 조금씩 기울인다.
접시 가장자리에는 안 묻게, 돈가스 위에만 붓는다.
나는 손을 내민다.
“내가 할게.”
“얼마나.”
“조금 더.”
범준이 조금 더 붓는다.
“됐어?”
“끝에 덜 묻었어.”
주전자 주둥이가 접시 끝으로 간다.
소스가 마저 퍼진다.
나는 손을 거둔다.
범준은 주전자를 자기 쪽으로 가져간다.
기울이는데 몇 방울만 떨어진다.
“다 썼네.”
내가 말한다.
“응.”
“너 소스 없이 먹잖아.”
“너는 소스 많이 먹잖아.”
범준이 주전자를 내려놓는다.
나는 내 접시를 본다.
많다.
내가 더 달라고 했다.
내가 끝에 덜 묻었다고도 했다.
그래도 범준 접시가 저렇게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사장님한테 더 달라고 하면 되지.”
“이것도 괜찮아.”
범준이 끝부분을 잘라 먹는다.
나는 칼을 든 채 지켜본다.
씹는다.
삼킨다.
물을 찾지도 않는다.
“진짜 괜찮아?”
“바삭해.”
나는 소스 묻은 돈가스를 자른다.
바삭한 소리는 내 접시에서도 난다.
“내 거 조금 가져가.”
“네가 먹어.”
“다 먹으라는 말은 아니고.”
나는 접시를 조금 민다.
범준이 내 손을 본다.
“그러면 접시 위에서 잘라.”
“왜.”
“소매.”
나는 오른팔을 든다.
늦었다.
밝은 소매 끝에 갈색 소스가 길게 묻어 있다.
“아.”
범준이 백팩을 당긴다.
“잠깐.”
“괜찮아. 물로 닦으면 돼.”
“번져.”
범준이 앞주머니를 연다.
안에 손을 넣고 물티슈를 꺼내는 순간, 봉지 하나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다.
그다음에도 하나.
그리고 하나 더.
나는 포크를 내려놓는다.
범준도 손을 멈춘다.
바닥에 젤리 세 봉지가 있다.
“너.”
“응.”
“가방 안에 매점 있어?”
범준이 몸을 숙여 봉지를 줍는다.
한 봉지씩 테이블 끝에 놓인다.
맛이 전부 다르다.
나는 세 봉지를 나란히 본다.
‘이 사람 가방이 내 간식 창고다.’
“한 봉지도 아니고.”
“남은 거야.”
“뭘 얼마나 들고 다녔길래 세 봉지가 남아.”
범준이 물티슈 덮개를 연다.
한 장을 꺼내 내 왼손에 준다.
“먼저 닦아.”
나는 소매 끝을 잡고 문지르려 한다.
범준이 짧게 말한다.
“누르기만 해.”
“안 지워지는데.”
“다른 데 안 묻게.”
나는 소스 묻은 곳을 눌러 본다.
물티슈에 갈색이 옮겨 붙는다.
범준이 한 장 더 내민다.
이번에는 말하기 전에 내가 받는다.
사장이 지나가다가 테이블 끝을 본다.
“후식도 챙겨 오셨어요?”
나는 젤리 세 봉지를 가리킨다.
“이쪽 가방에서 나왔어요.”
“준비 많이 하셨네.”
범준은 빈 소스 주전자를 든다.
“소스 조금 더 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사장이 가져간다.
나는 소매를 접어 올린다.
얼룩은 남아 있다.
그래도 다른 데 묻지는 않는다.
범준이 젤리 두 봉지를 백팩에 넣는다.
남은 하나는 내 휴대폰 옆에 놓는다.
“먹어.”
“지금 돈가스 먹는데?”
“나중에.”
“보관도 내가 해?”
“네 가방에 넣어.”
나는 젤리 봉지를 뒤집어 본다.
내가 고르면 늘 집는 맛이다.
소스 주전자가 다시 온다.
나는 얼른 범준 접시 쪽으로 민다.
이번에는 내 것부터 주지 못하게.
범준이 나를 보더니 자기 돈가스에 소스를 붓는다.
조금만.
나는 칼을 다시 든다.
“너 원래 소스 적게 먹어?”
“응.”
“그럼 아까 말을 하지.”
“네가 많이 먹는 건 맞잖아.”
나는 돈가스를 입에 넣는다.
맞는 말을 너무 자주 한다.
· · ·
휴대폰이 짧게 울린다.
엄마 답장이다.
『밥은 아직이니?』
나는 접시와 휴대폰을 번갈아 본다.
“먹기 전에 보내라더니.”
범준이 묻는다.
“왜.”
“사진 보고 밥은 아직이냐고.”
“나왔다고 해.”
나는 답장을 쓴다.
『지금 먹어.』
곧바로 글이 하나 더 온다.
『잘 먹고 와. 범준이 모자라면 더 시켜 줘.』
나는 휴대폰을 엎어 놓는다.
“너 우리 엄마한테 배고프다고 했어?”
“안 했어.”
“왜 아직도 먹일 생각만 하지.”
“지난번에 잘 먹어서.”
범준이 돈가스를 자른다.
나는 내 접시에 남은 양을 본다.
작전은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오늘 어디 가냐고만 물었다.
다른 남자 얘기는 안 했다.
문제는 다른 남자 얘기가 사라진 자리에 범준 밥그릇이 들어왔다는 거다.
“야.”
범준이 고개를 든다.
“우리 중간 점검 하자.”
“뭘.”
“작전.”
범준은 칼을 접시 옆에 놓는다.
나는 목소리를 낮춘다.
“엄마 요즘 맞선 얘기는 안 해.”
“지금 맞선 한다고 생각하시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잘되고 있다는 거지.”
나는 포크 끝으로 양배추를 모은다.
“너희 집은?”
“뭐.”
“아줌마가 다른 사람 만나 보라고 안 해?”
“안 해.”
“원래도 안 했잖아.”
“응.”
나는 포크를 멈춘다.
“그럼 너는 뭐가 달라졌어?”
범준이 내 쪽을 본다.
“너랑 만나잖아.”
“원래도 만났잖아.”
“이렇게는 안 만났지.”
나는 접시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한 번 민다.
소매는 접어 놨다.
이번에는 안 묻는다.
“원래도 같이 밥 먹었어.”
“둘이 사진은 안 찍었어.”
“그건 엄마 보여 주려고.”
“돈가스도 먹고.”
“그것도 사진 찍으려고 나온 거고.”
범준은 내 접시를 본다.
“사진 찍으려고 그렇게 많이 먹어?”
나는 입을 다문다.
돈가스가 거의 없다.
소스까지 포크로 모으고 있다.
‘작전 점검을 꺼냈는데 내 식사 태도가 먼저 확인된다.’
“됐고. 엄마들 조용해진 건 맞지?”
“응.”
“그럼 잘하고 있는 거야.”
나는 물병을 당긴다.
“다만 우리 엄마가 널 계속 먹이려고 해. 그건 네가 알아서 좀 막아.”
“왜 막아.”
“밥 세 공기 먹고 집에 가는 게 편해?”
“불편하진 않았어.”
대답이 바로 나온다.
나는 뚜껑을 열다가 범준을 본다.
“너는 점검할 게 없냐?”
범준이 칼과 포크를 나란히 놓는다.
“나는 점검할 게 없어. 척 아니라서.”
물병 뚜껑이 손바닥 안에서 멈춘다.
범준은 내 눈을 보고 있다.
웃으면서 한 말은 아니다.
나는 뚜껑을 테이블에 놓는다.
‘하나, 둘, 셋.’
먼저 한정식집이 떠오른다.
수저를 내려놓고 난 척 안 할 건데, 하던 얼굴.
그때도 이렇게 나를 봤다.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그 말 두 번째다. 세어 둘게.”
범준이 대답한다.
“세어.”
나는 웃는다.
“숫자 커지면 네가 더 곤란할걸.”
“왜.”
“계속 그렇게 진지하게 해야 하잖아.”
범준은 대답 대신 내 휴대폰 옆의 젤리를 조금 민다.
가방에 넣으라는 듯 내 쪽으로.
나는 봉지를 집어 방수 가방에 넣는다.
범준이 빈 접시를 테이블 안쪽으로 옮긴다.
내가 가방을 들다가 건드리지 않을 자리다.
나는 접어 올린 소매를 내려다본다.
갈색 얼룩이 아직 보인다.
“이거 엄마가 보면 첫마디가 뭘 것 같아?”
“묻혔냐고.”
“아니. 범준이는 안 묻혔냐고.”
범준이 자기 소매를 본다.
깨끗하다.
나는 짧게 웃으며 물병을 넣는다.
· · ·
계산대 앞에서 사장이 금액을 누른다.
“커플 세트 17,000원이요.”
나는 휴대폰을 들다가 벽의 메뉴를 다시 본다.
“다음에도 둘이 오면 그걸로 해 주세요?”
“네. 두 분이면 돼요.”
“꼭 커플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요?”
사장이 나와 범준을 번갈아 본다.
나는 얼른 덧붙인다.
“이름이 그래서요.”
“혼자 와서 두 개 드셔도 돼요.”
범준이 옆에서 고개를 숙인다.
입가가 올라가 있다.
나는 휴대폰을 내민다.
“그럼 오늘은 제가요.”
범준이 꺼내던 손을 멈춘다.
나는 결제가 끝나자 먼저 문을 잡는다.
“밥 먹으면서 웃은 값이야.”
“네가 웃긴 말을 했잖아.”
“합리적인 질문이었어.”
범준이 나올 때까지 문을 잡고 있다가 놓는다.
밖은 들어올 때보다 밝다.
나는 눈을 조금 찡그린다.
범준은 백팩 끈을 당기고 내 가방 쪽을 본다.
“젤리 넣었어?”
“넣었어. 물병도 넣었고 휴대폰도 있어.”
“응.”
“확인 끝?”
범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골목 쪽으로 몸을 돌린다.
“다음에는 뭐 먹지?”
범준이 내 옆에서 걸음을 맞춘다.
“다음 주는 내가 정할게. 네가 열네 살 때 가고 싶다던 데.”
(7화 끝)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누가 누굴 데려가.”아영이 내 옆을 본다.범준은 내 방수 가방이 넘어지지 않게 의자 다리 안쪽으로 밀고 있다.“지금도 챙기잖아.”“가방이 넘어지니까.”“홍 쌤. 나 가방은 안 넘어져?”아영 가방도 반쯤 기울어 있다.나는 일어나서 바로 세워 준다.“됐다.”“왜 홍 쌤이 해?”“내가 가까워.”범준이 나를 올려다본다.입가가 조금 올라간다.나는 앉으면서 범준의 팔꿈치를 식탁 안쪽으로 밀어 준다. 옆을 지나가는 손님이 부딪힐 뻔한다.아영이 그걸 본다.나도 내가 한 걸 본다.젓가락을 다시 든다.“물회 먹어. 국물 남기면 아까워.”아영은 대답 대신 국물을 뜬다.범준도 그릇 쪽으로 몸을 당긴다.나는 식탁 아래에서 내 가방을 발로 한 번 더 건드린다.안 넘어진다.잘 세워 놨다.괜히 확인했다.· · ·6월 13일 토요일 오후.엄마가 내 손에 안경집을 얹는다.“아빠 갖다줘.”“아빠 어딨어?”엄마가 마우스를 누른다.사진 속 손님의 턱이 조금 줄어든다.“길 건너.”“길 건너에서 안경 없이 바둑 둬?”“안 보인다고 갖다 달래.”나는 안경집을 연다.
“그럼 지금 다시 물어보면?”범준이 의자를 고쳐 든다.“들어 줄게.”“대답을 해야지.”“의자부터 놓고.”나는 사진관 앞까지 걸어간다. 의자를 내려놓자 엄마가 화분을 가져온다.범준도 의자를 놓는다.엄마가 그 앞에 서서 물을 달라고 한다.질문 하나 하는 사이에 일이 또 생긴다.나는 범준을 보고 입을 연다.“너 다음에도 이렇게 말 돌리면—”“하늬야, 물.”엄마가 빈 물조리개를 내민다.범준이 대신 받는다.“제가 할게요.”나는 빈손으로 서 있다.대답을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받는다.이러면 따지기도 애매하다.· · ·6월 6일 토요일.수영장 바닥에 물이 튄다.나는 파란 줄을 목 뒤로 넘기고 새 호루라기를 입에 댄다.짧게 한 번.민들레반 아이들이 내 쪽을 본다.정확히는 절반쯤 본다.나머지는 관람석의 엄마를 찾고, 수영모를 당기고, 옆 아이 물안경을 구경한다.“민들레반. 발은?”“천천히!”대답은 빠르다.발은 더 빠르다.나는 출발대 쪽으로 뛰려는 아이 앞에 손을 편다.“입으로만 천천히 하지 말고.”아이가 걸음을 줄인다.옆에서 금아영이 물안경을 들고 웃는다.“홍 쌤, 얘들 목소리만 들으면 다 준비 끝났어.”“목소리로 헤엄치면 우리 반이 이겨.”“그건 수영이 아니야.”“알아. 그래서 지금 급해.”아영은 나와 같은 어린이반 수영 강사다. 긴 머리를 단단히 묶었는데, 아이들 수영모부터 바로잡느라 자기 머리 끝은 어깨에 붙어 있다.내 반 아이 하나가 아영 앞에 선다.“선생님, 자꾸 물 들어가요.”아영이 물안경 줄을 살핀다.“거꾸로 썼네.”“아빠가 해 줬는데.”“아빠도 긴장했나 보다.”아영은 아이를 탓하지 않고 물안경을 뒤집는다. 눈 주위에 잘 붙는지 손끝으로 살핀 뒤 줄을 맞춘다.나는 관람석을 올려다본다.보호자들이 유리 너머에서 손을 흔든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는 옆 사람 휴대폰을 내리게 한다.그 사이에 검은 백팩이 보인다.그 위에 도범준이 있다.정확히는 도범준이 백팩을 앞에 놓고 서
“다음에는 네가 창가에 앉아.”범준이 손가락을 폈다 굽힌다.“그러면 안 기대?”“내가 또 넘어가면 창문이 받아 주겠지.”“아플 텐데.”“그러니까 깨우라고.”버스가 멈춘다.범준은 먼저 일어나서 내 가방을 꺼내 준다. 나는 가방끈을 왼쪽 어깨에 걸고, 아직 덜 풀린 범준 손을 본다.“너 물리치료사잖아.”“응.”“자기 팔부터 잘 돌봐.”범준이 손을 내린다.“다음에는.”나는 대꾸하려다가 앞사람을 따라 내린다.다음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나도 방금 했다.· · ·5월 23일 토요일.사진관 앞에 플라스틱 의자가 쌓여 있다.나는 맨 위 의자를 든다.엄마가 바로 손잡이를 잡는다.“그거 말고 옆에.”“의자도 자리가 정해져 있어?”“그건 다리 흔들려. 내가 앉을 거야.”“엄마는 흔들려도 돼?”“나는 일어나면 되지. 어르신들은 허리 아프시다니까?”엄마는 의자를 바닥에 놓고 눌러 본다. 한쪽 다리가 조금 뜬다.나는 멀쩡한 의자 두 개를 포갠다.경로당 봄 잔치에 간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은 했다.놀러 간다.의자를 나른다.아마 접시도 나른다.놀러 가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의 차이는 도착해서 알게 된다.“하늬야, 그거 내려놔.”길 건너에서 범준이 온다.검은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었다. 내 손에 든 의자부터 받는다.“두 개야.”“알아.”“나도 들 수 있어.”“그럼 저거.”범준이 접힌 식탁을 턱으로 가리킨다.나는 의자를 다시 잡는다.“됐고. 이쪽이 가벼워.”범준이 웃으며 식탁으로 간다.명숙 아줌마가 부동산 문을 잠그고 천천히 건너온다. 팔 아래에는 두꺼운 스프링 노트가 있다.엄마가 묻는다.“명숙아. 몇 개 모자란대?”“의자 넷.”“넷? 아까는 셋이라며.”“네가 앉을 것도 있어야지. 그렇지?”엄마가 흔들리는 의자를 가리킨다.“내 거 여기 있어.”아줌마는 의자 다리를 보고, 엄마를 본다.“그건 화분 올려.”범준이 식탁을 펼치려다 잠깐 멈춘다.나는 고개를 돌린다.웃으면 엄마가 나도 일 시킨다.
“내가 열네 살 때 어디 가고 싶다고 했는데?”범준이 골목 모퉁이에서 멈춘다.내 소매 끝을 본다.돈가스 소스가 묻은 자리다.“집에 가서 먼저 씻어.”“내 질문이랑 소매가 무슨 상관인데.”“굳으면 안 지워져.”“어디냐고.”“수족관.”나는 접어 올린 소매를 놓는다.수족관.그 말을 입 안에서 한 번 굴려 본다.“내가 그랬어?”“응.”“언제.”“수영부 들어갔을 때.”“너 그걸 아직 기억해?”범준은 다시 걷는다.“가고 싶다며.”나는 잠깐 뒤처졌다가 따라간다.‘도범준은 15년 전 목적지를 갖고 있다. 나는 오늘 휴대폰도 놓고 나왔다.’“그걸 이제 가?”“다음 주에 시간 되잖아.”맞는 말이다.이번에는 맞는 말인데도 곧바로 대꾸가 안 나온다.나는 소매를 더 높이 접는다.“됐고. 거기 매점 있어?”범준이 나를 본다.“있겠지.”“없으면 곤란해.”“물고기 보러 가는 거잖아.”“물고기도 밥 먹어.”범준 입가가 올라간다.나는 앞을 보고 걷는다.· · ·5월 16일 토요일.사진관 문을 열자 엄마가 내 가방을 먼저 본다.“수족관 간다며.”“응.”“수영하러 가는 거 아니지?”나는 방수 가방을 내려다본다.“거기서 내가 들어가면 직원이 꺼내 주겠지.”“가방이 너무 크다니까?”“작은 걸 들면 물병이 안 들어가.”엄마는 내 가방 안에 든 물병을 확인하고서야 비켜선다.곧바로 다시 앞을 막는다.“사진은 물고기만 찍지 말고.”“아직 출발도 안 했어.”“큰 물고기 옆에서 찍어. 둘이.”길 건너 명숙부동산 문이 열린다.범준이 나오고, 명숙 아줌마가 느리게 뒤따른다.엄마는 내 옆을 지나 문밖으로 고개를 내민다.“명숙아. 거기 멀다며?”“지하철로 50분.”“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찾아봤지. 그렇지?”아줌마가 범준을 본다.범준은 고개를 끄덕인다.엄마도 나를 본다.나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다.“넌 뭐 알아봤어?”“매점 있는지.”“있대?”나는 범준을 본다.범준이 대답한다.“있어.”엄마가 고
나는 거품 묻은 밥그릇을 돌려 본다.바닥까지 깨끗하다.“한 공기 먹는 애한테 왜 세 공기를 줘?”“달라니까 줬지.”“엄마가 먼저 물었잖아.”“물었는데 먹겠다잖아.”엄마가 물기를 닦은 접시를 찬장에 넣는다.나는 밥그릇을 헹군다. 밥풀 하나가 안 붙어 있다.‘도범준은 밥도 남기지 않고 내 반박할 거리도 남기지 않는다.’“다음에는 덜 줘.”“다음에도 부르게?”수돗물이 장갑 안으로 들어온다.나는 손을 든다.“그 말이 아니잖아.”“그럼 다음에는 안 불러?”“그것도 아니고.”엄마가 내 손에서 그릇을 받는다.오른손 장갑 끝을 조금 당겨 준다. 안에 든 물이 손목으로 흐른다.“그릇 그만 씻어. 수저만 마저 해.”“나 할 수 있어.”“할 수 있는 거 알아. 엄마도 할 수 있다니까?”나는 수저를 모은다.엄마는 범준이 쓰던 밥그릇을 물기까지 닦아서 올려 둔다.맨 위다.“걔 이번 주말에는 뭐 하니?”“몰라.”“만날 거 아니야?”“만날 때 물어보면 되지.”“그러면 어디 갈지도 모르니?”나는 수도꼭지를 잠근다.엄마가 나를 기다린다.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인데, 내가 어디 간다고 하면 거기까지 따라올 것 같다.“밥 먹겠지.”“뭐.”“밥.”“범준이는 밥을 잘 먹더라.”나는 젖은 장갑을 벗는다.‘이 얘기는 다시 세 공기로 돌아간다.’· · ·5월 9일 토요일.나는 신발을 신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엄마가 계단 아래에서 고개를 든다.“왜? 뭐 놓고 왔어?”“휴대폰.”“그걸 놓고 가면 어떡하니. 사진 찍어야지.”“연락부터 해야지.”“연락은 길 건너 가서 하면 되잖아.”맞는 말이다.그런데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먼저 나오는 건 이상하다.나는 방에서 휴대폰을 챙긴다. 물병은 방수 가방 안에 넣는다.아래층 사진관으로 내려오자 엄마가 보정하던 화면에서 눈을 뗀다.“오늘은 어디 가?”“옛날돈가스.”“돈가스?”“응.”“둘이 먹는 거지?”“다른 사람까지 부를까?”“둘이 먹으라니까?”엄마는 내가 먼
물병을 내려놓자 방문 밖에서 엄마가 부른다.“하늬야. 범준이 뭐 좋아하니?”나는 거울에서 눈을 뗀다.“왜.”“밥 먹일 거야.”“지금?”“토요일에.”나는 방문을 연다. 엄마가 빨래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서 있다.“엄마, 걔는 길 건너 살잖아.”“그래서 멀리서 오는 애만 밥 먹이니?”“집에서 먹으면 되잖아.”“우리 집에서 먹으면 안 되니?”대답하려다가 물병을 다시 본다.뚜껑은 아직 느슨하다.“너 어깨는?”엄마가 묻는다.“치료받았어.”“그러니까. 고맙다고 밥 먹여야지.”“그럼 나 치료해 준 사람 다 불러?”“범준이만 부를 건데.”엄마는 빨래 바구니에서 내 수건을 꺼낸다.내 손에는 안 주고 방 안 의자에 놓는다.“토요일 저녁. 너도 어디 가지 마.”“주말마다 한 번이면 되는데.”“뭐가?”나는 물병을 든다.“만나는 거.”엄마의 손이 수건 위에서 멈춘다.그러더니 수건 모서리를 반듯하게 맞춘다.“그 한 번 우리 집에서 만나면 되겠네.”나는 입을 다문다.맞는 말이라서 더 할 말이 없다.· · ·5월 2일 토요일.저녁상을 차리기도 전에 엄마가 내 자리를 옮긴다.내 물컵은 원래 아빠 맞은편이다.지금은 옆이다.그 옆에 물컵 하나가 더 있다.나는 컵을 원래 자리로 밀어 놓는다.엄마가 다시 가져온다.“거긴 범준이.”“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자리가 있어?”“손님 자리는 있어야지.”“나는 살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엄마가 접시를 내민다.“이거 놔.”접시에는 오이무침이 담겨 있다. 나는 왼손으로 받아 식탁에 놓는다.엄마가 내 오른팔을 본다.“무거운 건 내가 할게.”“이 정도는 들어.”“범준이가 조심하랬다며.”“내 말은 안 듣고 걔 말은 들어?”“네가 조심하라고 했으면 네 말도 듣지.”나는 오이무침을 가운데로 민다.‘지금 봉경애가 내 반박까지 미리 꺼내 놓는다. 접시 놓을 자리만 남는다.’아빠는 식탁 끝에 앉아 생선 접시를 보고 있다.“아빠. 오늘 손님 오는 거 알아?”“어.”“누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