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어젯밤 내내 생각해봤는데... 난 아직도 신아가 걱정돼.”심윤영은 예상했던 말이라는 듯 놀라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 위준하는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누구보다 마음이 약했다.궁신아는 등장하자마자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이자 병약한 사람으로 포장했다.그녀의 눈물 한 방울, 말 한마디는 모두 위준하를 겨냥해 맞춰진 것이었다.심윤영은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이게 자신과 위준하를 노린 함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울지도, 소란 피우지도 않았다.하지만 위준하가 다른 여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모습을 보
차예원은 눈을 굴렸다.“인생 잘 풀렸네! 죽다 살아나더니 하루아침에 재벌가 딸이야?”“궁씨 가문으로 돌아간 것도, 친아버지가 신장 이식이 필요했는데 마침 조건이 맞아서였대요. 궁씨 가문 둘째 딸이 되는 대가로 신장 하나를 내줬고, 결혼 자유도 잃었죠.”“그래도 그 정도면 훨씬 낫지. 예전에 계부 집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생각해봐.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대학도 못 갔을 거야. 완전 농부와 뱀 이야기 속 그 뱀이야!”심윤영은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엄유미가 제가 예전에 얘기해줬던 것들을 이용해서 선입견을 심어놓았어
심윤영이 눈을 떴을 때는, 바깥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결국 폭풍우가 몰아친 것이다.눈을 뜬 심윤영은 익숙한 병실을 보았다. 고개를 돌리자 차예원의 걱정 어린 눈빛과 마주쳤다.“드디어 깼네.”차예원은 한숨을 쉬며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폐렴 걸려놓고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니. 심윤영, 너 진짜 엄마로서 자각 없는 거 아니야?”심윤영은 찔리는 게 있어 아무 말 없이 꾸중을 받아들였다.차예원은 그녀가 기운 없는 모습을 보자 더는 심하게 말하지 못했다.“됐다, 됐어. 무사
“부탁드릴게요.”심윤영은 의자에 앉았다.오랫동안 버텨온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고, 긴장이 풀리자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경비 아저씨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자, 그녀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한 뒤 조금씩 나눠 마셔 결국 한 잔을 다 비웠다.하지만 몸은 여전히 떨릴 만큼 차가웠다.그녀는 차예원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저 경비실 안에 있어요. 잠깐 좀 눈 붙일 것 같은데 도착하면 전화해줘요.”메시지를 보낸 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의자에 기대 그대로 깊이 잠들어버렸다.몽롱한 상태에서, 마치 위
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때문에 네 아내가 상처받는다면 나 양심에 찔려. 위준하, 나 말했잖아. 나는 네 가정을 망칠 생각 없어. 너도 말했잖아. 우리는 이미 과거라고. 나도 곧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고... 나 때문에 아내랑 갈라설 필요 없어. 얼른 가서 아내부터 봐.”위준하는 낮게 말했다.“우린 혼전 계약서를 썼어. 오늘 같은 일이 생기면 윤영의 성격상 더는 나랑 같이 살려고 하지 않을 거야.”궁신아는 놀란 척하며 물었다.“혼전 계약서라니?”“응. 원래 우리는 윤영이가 예상치 못하게
“준하 씨, 어떤 일이 있어도 한 사람 말만 믿지 말아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준하 씨를 믿겠다고 했어요. 저도 준하 씨가 언제든지 저를 믿어주길 바라요.”심윤영은 이 나이에 이르러, 단편적인 말 몇 마디 때문에 서로를 상처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위준하가 지금 궁신아의 계략에 넘어가 그녀를 의심한다면, 이 4년간의 결혼 생활은 정말 개에게나 준 셈이다.그래도 심윤영은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그건 과거에 자신이 먼저 위준하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서로 간섭하지 않던 그 5년은 그녀의 불신에서
용성의 스위트룸.심지우는 화장대 앞에 앉아 피부관리 제품을 바르고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문가에 함명우가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기대 서 있었다.“같이 영화 한 편 볼래요?”“영화요?”심지우는 조금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이요.”시계를 보니 아직 열 시도 채 되지 않았다.요양을 시작한 이후, 그녀의 생활 방식은 아주 규칙적이었다.게다가 함명우가 고른 영화는 이었다...심지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이제 잘 시간이라서
위준하는 겨우 여덟 살밖에 안 된 아이였다.심지우는 이런 상황에서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다.그녀는 위준하가 어둠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두려움은 거의 병적인 수준이었다.그리고 위준하의 말 속에서 위민정이 평소 위준하를 아주 엄격하게 가르쳐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 심지우는 변승현을 떠올렸다.진태현이 말했듯이 변승현 역시 진숙희 때문에 어린 시절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심지우는 떨고 있는 위준하를 꼭 껴안고 그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엘리베이터가 잠시 고장 난 것뿐
남자의 눈빛은 뜨겁게 타올랐고 그 눈에 담긴 짙은 애정은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심지우는 다른 손으로 변승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일단 손 좀 놔. 치료가 먼저야.”변승현은 더 이상 질척이지 않고 손을 놓았다.그는 단지 심지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심지우가 바로 자신을 받아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결국 그들 사이에는 아직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심지우는 간호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서야 응급실을 떠나 입원실로 향했다....고은미는 고열로 인해 계
영준은 변승현을 빤히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윤영에게 속삭였다.“아빠도 슬플 때는 울어. 그런데 밤에 다들 자고 있을 때 몰래 눈물 흘려, 읍...”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변승현이 손으로 영준의 입을 막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자, 이제 그만. 너무 늦었어. 이제 말하지 말고 누워. 아빠가 동화책 읽어줄게.”두 아이는 얌전히 이불 속에 누웠다.변승현은 방 안의 큰 조명을 끄고 머리맡의 작은 스탠드만 켜두었다.그는 동화책을 펼치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