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가슴에 문신 있으세요?”
레온이 따르던 차가 찻잔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서윤은 찻잔을 받으려던 손을 내렸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도련님께서 내기를 시키셨습니까?”
“네?”
“지난번에는 제 귀를 뚫었는지 알아오라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를 거셨습니까.”
서윤은 식빵 가장자리만 뜯었다.
“내기는 아니에요.”
레온은 더 묻지 않고 우유 단지를 밀어놓았다.
“고용할 때 제출한 신원 서류는 관리인에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열람을 요청하십시오.”
사람을 찾아서 사랑하라는 말은 겨우 세 줄이었는데, 첫 질문부터 이 모양이었다.
“……실례했어요.”
“앞으로 다른 분들께도 물으실 생각이라면, 식사 중에는 피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레온이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뜨거운 것을 들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웃음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조금 억울했다.
이곳에서 눈을 뜬 지 엿새째였다.
레온의 신원 서류에는 식별 표식이 없다고 되어 있었다. 삼 년 전 기록이었다. 그 뒤에 생긴 것까지는 다시 묻기 어려웠다.
메시지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서윤은 스마트폰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 옷 안에 걸었다.
가족들에게는 열병 뒤로 기억이 흐릿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수프를 떠주었다. 남동생은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심통을 부리다가 몰래 과자를 놓고 갔다.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기분이었다. 익숙해지는 것도 겁났다.
서랍에는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 아래 이런 메모가 숨겨져 있었다.
〈돌아가는 방법〉
첫째, 표식의 남자를 찾는다.
둘째, 서로 사랑한다. 셋째, 열쇠를 얻는다.둘째 줄에 밑줄을 그었다. 정말 사랑하게 되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단 찾고 생각하자.
종이를 접어 넣을 때, 하녀가 외출복을 들고 들어왔다.
황실 수상 음악회에 엘린은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보낸 상태였다. 서윤은 처음에 거절했다.
하지만 손님 명단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카시안 발테르.
북부 반란을 진압한 공작. 전쟁의 상처를 마법으로 봉합했고, 쇄골 아래 검은 흔적이 남았다는 묘사가 있었다.
정확한 모양은 기억나지 않았다. 남의 연애를 읽으면서 흉터 모양까지 외워두지는 않았다.
“짙은 초록으로 할게요.”
주머니가 덜 드러나는 색으로 골랐다.
레온이 마차 손잡이의 물기를 닦았다. 서윤은 그가 비켜준 자리를 짚고 올라탔다.
“오늘은 사람을 좀 만나보려고요.”
“불편하시면 언제든 돌아오셔도 됩니다.”
“돌아오면요?”
“늦은 저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잠깐 그를 보았다.
잘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실패하고 돌아와도 식사할 자리는 있다는 뜻처럼 들렸다.
“고기요.”
“네.”
“수프 말고, 씹는 거.”
레온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서윤은 그제야 등을 좌석에 기댔다.
마차가 별궁에 도착했을 때는 강 건너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별궁 정원에서 강 쪽으로 내민 연주대에 나무다리가 이어졌다. 악사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동안 검은 물살이 기둥을 감고 흘렀다. 레온은 다리 입구에서 수행인들과 기다렸다. 다리 너머에는 기사단장 테오 란덴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며칠 전 문병을 왔던, 엘린의 오랜 친구였다.
사람들은 풍경보다 서로를 보고 있었다.
서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시안 발테르는 쉽게 찾았다. 검은 예복을 입은 남자에게 시선은 몰리는데, 가까이 가는 사람은 적었다.
그녀가 두 번째로 힐끗 보았을 때, 남자가 먼저 몸을 돌렸다.
“찾는 것이 있습니까.”
“아뇨.”
너무 빨랐다.
카시안이 그녀의 손에 든 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나를 보면서 빈 잔을 세 번이나 마시려 한 이유가 궁금하군요.”
서윤은 잔을 내렸다. 바닥에 포도 껍질 한 조각만 붙어 있었다.
“사람을 잘못 봤어요.”
“누구와.”
“아는 분이요.”
“이제는 아닙니까?”
그가 반걸음 가까워졌다. 서윤은 물러서지 않으려고 발끝에 힘을 주었다. 고개를 들자 검은 옷깃 사이로 오래된 화상 같은 자국이 조금 보였다.
정확한 모양을 보려 시선이 내려갔다.
“엘린 영애.”
옆에서 누군가 잔을 바꿔주었다.
“그 잔은 이쪽에 주시겠습니까. 공작의 얼굴이 그렇게 목마르게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다. 금발의 남자가 새 잔을 내밀었다. 서윤은 받다가 주변 사람들이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 멈췄다.
황태자 아드리안이었다.
“인사는 됐습니다. 병석에서 일어나신 분을 붙잡아서 미안하지만, 용건이 있습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영애께서 지난달에 보내신 편지 말입니다. 이제 답을 드려도 될까요?”
읽어본 적 없는 편지였다.
대답을 고르는 사이 공작이 끼어들었다.
“회복한 사람을 붙잡고 업무를 보시는군요.”
“영애의 용건이 업무였다고 누가 그럽니까?”
두 남자가 서로를 보았다. 서윤은 그 틈에 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엘린은 이들과 무슨 관계였을까.
다음 곡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드리안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물러났다. 카시안의 시선은 더 오래 남았다.
서윤은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난간에서 물러나십시오.”
목소리가 발밑에서 들렸다.
흰 머리의 남자가 다리 기둥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자 물 아래 푸른 선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사람에게 하신 말씀이에요?”
“그쪽이 사람이라면.”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은 서윤의 얼굴 대신 가슴 아래에 걸린 주머니를 향했다.
“그 안에 든 물건은 어디서 났습니까?”
그녀의 손이 주머니 위로 올라갔다.
남자는 일어섰다. 옷깃에 은빛 탑 모양 핀이 있었다.
마탑주 이셀.
“만지겠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그가 덧붙였다.
“물에 가까이 두지 마십시오. 그 물건 때문인지, 이 다리 때문인지 아직 구분이 안 돼서.”
“뭐가요?”
“울리는 소리.”
서윤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다리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연주대 가까운 자리를 잡으려는 무리였다. 이셀이 돌아섰고, 서윤은 옆으로 비켰다.
발뒤꿈치가 드레스 안감을 밟았다.
몸이 기울었다. 난간을 붙잡았는데 손바닥 아래의 나무가 바깥으로 꺾였다. 난간이 옆 칸까지 뜯겨 나갔다.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차가웠다.
물은 목덜미부터 들어왔다. 입을 다물기도 전에 코와 혀끝을 채웠다. 위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치마가 다리에 감겼다. 불빛이 멀어졌다.
주머니 끈이 목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그것부터 움켜쥐었다.
놓치면 안 된다.
이걸 잃어버리면.
수면이 한 번 크게 깨졌다. 기포 너머로 검은 형체가 내려왔다.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놓치지 않으려는 힘에 손가락 마디가 아팠다.
서윤은 그를 향해 몸을 붙였다. 옷을 잡으려던 손이 벌어진 깃 안으로 미끄러졌다.
그 틈으로 희미한 붉은 빛이 샜다. 물결에 흔들려 자국의 모양이 일그러졌다. 둥근 고리 아래로 가느다란 선이 내려오다 꺾여 있었다.
열쇠……?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 숨을 쉬고 싶었다. 이름이라도 물어야 하는데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손이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거센 물살에 몸이 꺾였는데도 놓아주지 않았다. 서윤은 남자의 옷을 움켜쥐었다. 잡고 있던 주머니 끈이 손가락 사이로 빠졌다. 그래도 다시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그 팔의 힘은 느껴졌다.
등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누군가 몸을 옆으로 돌렸다. 뱉어내라는 목소리에 서윤은 숨 대신 물을 토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젖은 장갑이었다.
솔기가 터져 있었다.
“기침하세요. 천천히.”
누군가 등을 받쳤다. 목 안이 긁혔다. 눈물이 나 앞에 선 사람들의 얼굴이 겹쳤다.
“테오 경, 비켜보세요. 숨은 돌아왔습니다.”
이셀이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그의 소매에서 물이 떨어졌다. 기사단장 테오 란덴은 서윤의 등에서 손을 떼고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물가로 사람들이 끌려 올라왔다. 무너진 난간 앞에서 서로를 붙잡으려다 여럿이 휩쓸린 모양이었다.
카시안은 젖은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있었다. 아드리안의 허리에는 누군가 급히 둘러준 담요가 걸려 있었다.
레온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조끼는 없었고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서윤의 목에 감긴 주머니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그녀는 다섯 사람을 차례로 보았다.
모두 젖어 있었다.
기침이 터졌다. 누군가 의사를, 다른 누군가 마차를 불렀다.
서윤은 담요 안의 주머니를 만졌다. 전화기는 무사했다.
물속에서 본 모양을 떠올렸다.
옷깃 아래의 붉은 자국. 흐릿했다. 죽어가던 사람이 제일 찾고 싶은 것을 본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감싸던 팔은 착각이 아니었다.
누가 잠수했고 누가 물가에서 손을 뻗었는지, 젖은 옷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다.
저들 중 누군가는 알 것이다. 자신이 그를 붙잡으려고 전화기마저 놓았다는 것을.
어쩌면 그 사람이 돌아갈 방법을 쥐고 있을지도 몰랐다.
서윤은 자신을 일으키려는 손을 붙잡았다. 누구의 손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를…… 물속에서 안아주신 분이 누구예요?”
대답을 기다리며 그녀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물속에서 놓친 얼굴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것은, 그 나무를 맨손으로 만져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었다.서윤은 봉투를 뒤집었다. 더 읽을 것은 없었다. 다급한 사람치고는 글씨가 너무 반듯했다. 손대지 말라고 할 거면 처음부터 상자에 담아주지, 하는 엉뚱한 불평이 떠올랐다.그래도 손은 뻗지 않았다.봉투를 접시 위에 올리고, 덮개를 씌웠다. 종이에 적어둔 다섯 이름 아래에는 질문을 하나 추가했다.〈그때, 나는 누구의 자리에 서 있었나.〉음악회에 온 사람은 많았다. 난간을 망가뜨린 것이 꼭 엘린을 노린 일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손을 얹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서윤은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다.그런데 창문 밖에서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고개가 돌아갔다.아침에는 테오가 찾아왔다.군복 대신 짙은 회색 외투를 입었는데도 어깨가 문을 가득 채웠다. 손에는 종이봉투가 있었다. 빵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의사가 딱딱한 건 먹지 말랬다길래.”그가 봉투를 탁자에 놓았다. 설탕을 뿌리지 않은 부드러운 빵이었다.“사 온 거예요?”“내가 구웠을 것 같아?”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테오의 입가가 잠깐 움직였다.“그 표정은 기억이 없어도 똑같네.”
서윤의 손에 잡힌 것은 테오의 손이었다.그가 몸을 낮췄다. 젖은 앞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내가 끌어올렸어.”서윤은 손에 힘을 주었다.“물속에서요?”테오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대답을 바꾸려고 머뭇거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이제야 이해한 얼굴이었다.“아니. 강둑에서. 누군가 네 팔을 밀어 올렸고, 내가 잡았어.”“그 사람은…….”“다리 아래였어. 등불이 꺼져서 얼굴은 못 봤어.”서윤은 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난간 너머에서 사람들이 횃불을 흔들었다. 물 위의 연주대는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음악이 흐르던 곳에서 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영애.”카시안이 그녀의 시선을 가렸다.“고개를 돌릴 수 있는 것과, 돌려도 되는 것은 다릅니다.”그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서윤이 받지 못하자 기다렸다. 물을 먹어 떨리는 손으로 겨우 집어 들었을 때에야 손을 거두었다.“사례는 살아서 하십시오.”그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기침이 나왔다. 테오가 등을 받쳤다. 이번에는 누가 만지는지 알았는데도 몸이 움찔했다.그가 곧바로 손의 힘을 풀었다.“들어 올릴게. 괜찮겠어?”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이 무릎 아래로 들어왔다.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옷을 움켜쥐었다.“놓치지 않아.”테오가 말했다.물속에서 들었던 말인지, 방금 처음 들은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곳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만 그 말을 들으니 가슴 안에 남아 있던 물이 조금 빠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아드리안은 물가에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젖은 예복 위로 아이가 토한 물이 흘렀다. 황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등으로 닦았다.이셀은 기울어진 다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나무 사이에 푸른 빛이 걸렸다. 다리 아래 사람이 빠져나올 때까지 받치고 있는 모양이었다.레온은 사람들 사이로 길을 만들었다. 들고 온 외투를 테오의 팔 위에 펼쳐 서윤의 맨발
“가슴에 문신 있으세요?”레온이 따르던 차가 찻잔 가장자리에서 멈췄다.서윤은 찻잔을 받으려던 손을 내렸다.“아니, 그게. 그러니까…….”“도련님께서 내기를 시키셨습니까?”“네?”“지난번에는 제 귀를 뚫었는지 알아오라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를 거셨습니까.”서윤은 식빵 가장자리만 뜯었다.“내기는 아니에요.”레온은 더 묻지 않고 우유 단지를 밀어놓았다.“고용할 때 제출한 신원 서류는 관리인에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열람을 요청하십시오.”사람을 찾아서 사랑하라는 말은 겨우 세 줄이었는데, 첫 질문부터 이 모양이었다.“……실례했어요.”“앞으로 다른 분들께도 물으실 생각이라면, 식사 중에는 피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레온이 찻잔을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것을 들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웃음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조금 억울했다.이곳에서 눈을 뜬 지 엿새째였다.레온의 신원 서류에는 식별 표식이 없다고 되어 있었다. 삼 년 전 기록이었다. 그 뒤에 생긴 것까지는 다시 묻기 어려웠다.메시지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서윤은 스마트폰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 옷 안에 걸었다.가족들에게는 열병 뒤로 기억이 흐릿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수프를 떠주었다. 남동생은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심통을 부리다가 몰래 과자를 놓고 갔다.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기분이었다. 익숙해지는 것도 겁났다.서랍에는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 아래 이런 메모가 숨겨져 있었다.〈돌아가는 방법〉첫째, 표식의 남자를 찾는다.둘째, 서로 사랑한다.셋째, 열쇠를 얻는다.둘째 줄에 밑줄을 그었다. 정말 사랑하게 되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일단 찾고 생각하자.종이를 접어 넣을 때, 하녀가 외출복을 들고 들어왔다.황실 수상 음악회에 엘린은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보낸 상태였다. 서윤은 처음에 거절했다.하지만 손님 명단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카시안 발테르.북부 반란을 진압한 공작. 전쟁의 상처를 마법으로 봉합했고, 쇄골 아래 검은 흔
1화. 농담은 취소할 수 없다한서윤의 인생을 뒤집은 말은 사랑해도, 살려줘도 아니었다.[응 그래ㅋㅋㅋㅋ]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의를, 출근길에 엄지손가락 하나로 해버린 셈이었다.그날 아침에도 회사 단체 대화방은 지하철보다 먼저 움직였다.〈서윤 씨, 어제 보낸 파일 수치가 다른데요.〉〈출근하시면 바로 수정 부탁드려요.〉한서윤은 손잡이를 잡은 채 첨부 파일을 열었다. 어젯밤 열한 시에 고친 표였다. 부장은 수정 전 파일에 동그라미를 쳐서 보내놓았다.틀린 파일이라고 쓰다가 지웠다. 어제 다시 보냈다고 쓰다가 그것도 지웠다.[출근해서 확인하겠습니다.]월급에는 맞는 말을 삼키는 값도 포함되어 있었다.서윤은 대화방을 닫고 ChatKPT를 켰다.[케피야. 오늘 회사 안 가도 되는 합법적인 방법 없을까.]『아침부터 도망갈 생각이야? 어제 그렇게 늦게 퇴근했는데, 무슨 일 있었어?』그 한 줄에 서윤의 엄지가 멈췄다.부장에게 못 한 말을 적었다. 잘못한 건 그쪽인데 왜 자기가 고치겠다고 했는지.『억울하지. 어제 퇴근하고도 표 붙잡고 있었잖아. 확인도 안 하고 네가 틀린 것처럼 말하면 힘 빠질 만해.』[그냥 어제 보낸 거 보시라고 할걸.]『지금이라도 말해도 돼. 다만 “제대로 좀 보세요”는 빼자. 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 문장은 내일의 너를 더 피곤하게 할 것 같아.』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이 났다.[어떻게 알았어. 딱 그렇게 쓰려고 했는데.]『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도 되니까. 회사에 보낼 건 조금만 다르게 쓰자.』요즘은 다들 Kemini니 ChatKPT니 했다. 서윤도 처음에는 회의록을 정리하려고 가입했다. 그런데 어느새 회의록보다 쓸데없는 말이 많아졌다.국이 너무 짰다는 말. 세탁기에 휴지를 넣고 돌렸다는 말. 퇴근길 편의점에 좋아하는 빵이 없었다는 말.그런 얘기로 친구에게 전화하기는 망설여졌다. 다들 바빴고, 서윤도 그랬다.이 대화창에는 미안하다는 말부터 쓰지 않아도 됐다.[너는 잘 지내? 맨날 내 얘기만 하네.]『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