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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화 불협화음의 침입자(2)

作者: 유리구슬
last update 公開日: 2026-06-25 11:00:00

이안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기뻐하거나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명백한 '불쾌함'이었다.

"누구 맘대로."

"갤러리 도아의 공모전입니다. 수백 명의 작가들이 목숨을 걸고 지원하는 곳이죠. 작가님의 그림은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시선을 끄는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서아는 완벽한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대를 통제하고 압도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던, 우아하고 서늘한 미소였다.

"하지만 우리 메인 홀에 걸기엔 너무 날것이더군요. 색채를 조금 누르고, 구도를 안정적으로 수정한다면……."

"그래서, 내 그림을 당신들 입맛에 맞게 '수정'해서 걸어주겠다?"

이안이 서아의 말을 툭 끊어먹었다.

"그게 큐레이터의 역할이니까요. 원석을 다듬어서 가장 완벽한 상태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 그것이 상품 가치를 높이는 길입니다."

"상품 가치."

이안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번졌다.

이안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소파의 가죽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는 서아의 책상 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큰 체구가 다가올수록 서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이안이 책상 가장자리를 짚고 몸을 숙였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서아의 시야에 이안의 목덜미와 쇄골,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붉은 물감 자국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테레빈유 냄새가 훅 끼쳐왔다. 숨이 막힐 듯한 압도감.

"똑똑히 들어, 관장님."

이안의 시선이 서아의 눈동자를 정확히 꿰뚫었다.

"내 그림은 당신들 벽에 걸라고 그린 예쁜 쓰레기가 아니야."

"말조심하시죠."

"말조심? 당신이야말로 똑바로 봐."

이안이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거칠게 펼쳤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엉켜 울부짖는 듯한 그림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상품으로 보여? 당신네 그 고상한 사모님들 거실에 걸어놓고 커피 마시면서 구경할 수 있는 그림 같냐고."

"예술은 결국 관람객과 소통해야 의미가……."

"지랄하네."

서아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완벽한 세계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이런 천박한 단어를 쓴 적이 없었다. 남편 도진은 화가 날 때조차 클래식 음악처럼 정제된 단어만을 골라 썼다.

"소통? 웃기지 마. 당신, 이 그림 보고 소통을 느꼈어? 아니지. 그냥 겁먹은 거잖아."

"내가 왜 작가님 그림에 겁을 먹습니까."

서아가 지지 않고 차갑게 받아쳤다.

하지만 이안은 서아의 방어막을 비웃듯, 책상 위로 상체를 더 바짝 기울였다. 그의 숨결이 서아의 뺨에 닿을 만큼 가까웠다.

"거짓말."

이안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렸다.

"당신 어제 이 그림 처음 봤을 때, 숨 막혔잖아. 안 그래?"

"……."

"이 완벽하고 좆같은 무균실에 갇혀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다가, 피 냄새나는 그림 보니까 미칠 것 같았지? 심장 뛰고, 목구멍이 타들어가고."

서아는 숨을 들이켰다. 정곡을 찔렸다.

어제 포트폴리오를 넘기며 느꼈던 그 원초적인 갈증과 전율. 그것을 이 남자가 마치 곁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함부로 추측하지 마시죠. 나는 그저 당신 그림의 상업적 가치를 평가했을 뿐입니다."

서아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안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이안의 손이 불쑥 뻗어 나와 서아의 턱을 가볍게 틀어 쥐었다.

"……!"

서아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쳐내려 했지만, 이안의 손가락은 물감과 굳은살로 거칠고 단단했다.

"눈 피해봤자 소용없어. 당신 눈빛이 다 말해주고 있거든."

이안의 까만 눈동자가 서아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당신은 내 그림을 수정하고 싶은 게 아니야. 내 그림에 먹히고 싶은 거지."

서아의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불쾌감? 분노? 아니면 수치심?

어떤 감정인지 정의할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철저하게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늘 우위를 점하고 남을 평가하던 그녀가, 길거리의 개처럼 거친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내면을 읽히고 있었다.

"이거 놓으세요."

서아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안은 피식 웃으며 미련 없이 손을 거두었다.

"원석을 다듬는다 어쩐다, 헛소리 그만해. 나는 당신들 인형 놀이에 어울려줄 생각 없으니까."

이안은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거칠게 덮어 한쪽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사무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안 작가."

서아가 다급하게 불렀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였다.

이안이 문손잡이를 잡은 채 고개를 돌렸다.

"당신 그림, 내가 기획하는 메인 전시실 한가운데에 걸어줄 수도 있습니다. 심사위원들 설득하는 건 내 재량이니까요. 이건 당신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

"기회 좋아하시네."

이안이 서아의 말을 자르며 코웃음을 쳤다.

그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구겨진 명함 하나를 꺼내 서아의 책상 쪽으로 휙 던졌다.

가벼운 종이 쪼가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서아의 발밑에 떨어졌다.

"진짜 내 그림이 보고 싶으면, 이런 가짜 무덤 말고 내 작업실로 찾아와."

"……."

"물론, 당신 같은 온실 속 화초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안은 도발적인 미소를 남기고 유리문을 열고 나갔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갤러리 도아의 관장실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서아는 멍하니 서서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방 안에는 여전히 그 남자가 남기고 간 싸구려 연초와 독한 기름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그 불쾌한 냄새가 서아의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들어와 폐부를 어지럽혔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구겨진 명함으로 향했다.

천천히 허리를 숙여 명함을 주워 들었다.

조잡하게 인쇄된 종이 위에는, 투박한 글씨로 주소 하나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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