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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박제된 천재의 비명(1)

ผู้เขียน: 유리구슬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6-25 11:00:00

제11화 박제된 천재의 비명(1)

챙-.

크리스털 샴페인 잔이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넓은 홀을 울렸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화문의 5성급 호텔 최상층 연회장.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출판계의 가장 큰 행사, '문인의 밤'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출판사 대표들, 평론가들, 그리고 베스트셀러 매대에 책을 올린 작가들이 한데 모여 교양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공간의 한가운데.

언제나 그렇듯 중심에는 강도진이 있었다.

"강 작가님, 이번 유럽 판권 수출 계약 건 들었습니다. 선인세가 어마어마하던데요? 역시 한국 문단의 자랑이십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 출판사, 민음서관의 최 대표가 특유의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도진에게 잔을 내밀었다.

도진은 맞은편에서 날아오는 노골적인 아부의 말을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과찬이십니다, 대표님.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번역가분이 제 문장의 뉘앙스를 아주 잘 살려주신 덕분입니다."

"에이, 겸손하시기는. 원작이 훌륭하니까 번역도 빛을 발하는 거죠. 유럽 독자들도 강 작가님 특유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심리 묘사에 푹 빠졌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옆에 서 있던 김 평론가가 거들었다.

"맞습니다. 강도진 작가님의 소설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위선과 욕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해부해 내지 않습니까? 특히 그 전작 《유리구슬》에서의 결말은 아직도 문단에서 회자되고 있죠. 완벽한 플롯이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좋게 읽어주셨다니 다행이네요."

도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샴페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입안으로 퍼지는 값비싼 빈티지 샴페인의 향. 최고급 맞춤 정장이 주는 부드러운 착용감.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의 선망 어린 시선.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겉보기에는.

'역겹군.'

도진은 잔을 쥔 손가락에 미세하게 힘을 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들이 도진의 귓가에는 마치 윙윙거리는 파리 떼의 날갯짓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말인데, 강 작가님."

최 대표가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물어왔다. 그의 눈빛에는 지독한 상업적 욕망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다음 작품은 언제쯤 탈고가 끝날까요? 독자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도 내년 상반기 라인업에 강 작가님 신작을 메인으로 올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대략적인 시놉시스라도 힌트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순간, 도진의 미소가 아주 찰나의 순간 굳어졌다.

다음 작품. 신작.

그 단어들이 도진의 명치끝을 뾰족한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 같았다.

"아, 신작 말입니까."

도진은 여유를 가장하며 넥타이를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아직 말씀드리긴 곤란합니다. 여러 가지 소재를 두고 저울질하는 중이라서요."

"아하, 역시 완벽주의자답습니다! 허투루 글을 내보내는 법이 없으시죠.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주십시오. 3년이면 독자들도 많이 지칩니다 하하!"

웃음소리가 도진의 신경을 긁었다.

3년.

그가 마지막으로 소설의 마침표를 찍고 나서 흘러간 시간.

대중과 평단은 그를 '신중한 천재', '완벽을 기하는 예술가'라고 칭송했지만, 그것은 지독한 착각이었다.

도진은 글을 안 쓰는 것이 아니었다.

'못 쓰는'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거대한 사막처럼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어떤 문장을 써도 조잡한 삼류 소설 같았고, 어떤 인물을 만들어내도 생명력 없이 뻣뻣한 종이 인형 같았다.

자신의 전작들이 거둔 눈부신 성공이 오히려 거대한 족쇄가 되어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나아야 한다', '강도진 이름값에 맞는 완벽한 글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그의 타자기를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다.

"그럼요. 기대에 부응하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도진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이 짓거리도 벌써 3년째였다.

그는 자신이 문단의 천재가 아니라, 그저 번듯한 껍데기만 남은 사기꾼이라는 사실에 지독한 구역질을 느꼈다.

"선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때, 등 뒤에서 젊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진이 고개를 돌리자, 최근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류태경이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격식에 맞지 않는 가죽 재킷. 규율을 무시하는 반항적인 이미지로 20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 태경 작가. 반갑네. 이번에 낸 소설집 판매량이 아주 좋던데. 축하해."

도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류태경의 눈빛에는 도진을 향한 묘한 적의와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선배님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전성기 시절.

과거형으로 굳이 못을 박는 화법에 도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나저나 선배님, 정말 다음 작품 안 쓰시는 겁니까? 아니면..."

류태경이 샴페인 잔을 찰랑거리며 한 걸음 다가왔다.

"안 쓰시는 게 아니라, 못 쓰시는 건가요?"

순간,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최 대표와 김 평론가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눈치를 번갈아 보았다.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이빨 빠진 사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뻔한 수작.

도진은 류태경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화를 내거나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태경 작가."

도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연회장의 소음을 뚫고 퍼졌다.

"글이라는 게 참 얄궂지. 잉크가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 종이에나 휘갈겨도 그럴듯해 보이거든. 피 끓는 20대에는 그게 재능인 줄 알고 쏟아내게 마련이고."

류태경의 입술이 미세하게 비틀렸다.

도진은 류태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 번 쳐주었다.

"하지만 진짜 문장은 자기 밑바닥까지 닥닥 긁어내서 피를 짜내야 나올 때가 있는 법이야. 자네도 한 10년쯤 글밥 먹어보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왜 펜을 아끼고 있는지."

"......"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 써 봐. 이번 책 좋았어. 문장만 조금 더 다듬으면 아주 훌륭해지겠더군."

여유롭고 우아한 타이름. 하지만 그 속에는 상대의 알량한 재능을 깔아뭉개는 철저한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

주변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억지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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