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그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일로 남편의 소꿉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분노한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임신한 나를 그대로 얼음 창고에 가둬 버렸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아연이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
“아연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가 백 배로 갚게 만들 거야!”
추위에 온몸을 떨던 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손아연을 잘 보살피며 속죄하겠다고, 다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에게 얼음 창고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이 정도로 혹독한 벌을 줘야 내가 뼈저리게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남편의 소꿉친구 손아연의 감기가 다 낫고 나서야, 비로소 얼음 창고에 가둬 둔 나를 떠올렸다.
“여희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쳤어? 당장 아연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약속하면 널 풀어줄게.”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얼음 창고에 갇힌 나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 역시 이미 숨이 끊어져서, 생명의 기운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