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핏빛 잉크의 역습: 오타를 지우는 고통
서윤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단순한 선혈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록자로서의 생명력과, 투쟁을 거치며 정제된 남색 잉크가 결합한 ‘서사적 혈액’이었다. 바닥에 뿌려진 잉크는 살아있는 유령처럼 꿈틀거리며, 휠체어에 앉아 인자한 미소를 짓던 가짜 아버지의 형상을 향해 쇄도했다.
이온내 눈앞에서 꺼져줘종말에 만난 만렙 남편못 잡아먹어서 안달내 결혼식에 와서 울면 어쩌라고
편안하게 몸을 덥히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살기(殺氣)에 가까운 열기만이 감각을 침범해올 뿐이었다.
이대로는 산채로 익을 것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금세 죽을 것이었다.
‘물……’
열기에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천우는 어떻게든 주위의 물 냄새를 맡으려 애썼다.
물동이에 담긴 진화수(鎭火水).
그 떨림은 공포도 아니고 피로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수없이 맞닥뜨린 긴장조차 아니었다.
이 감정은 그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그러나 몸이 가장 먼저 알아채는 감정
“불길함과 분노가 섞인 뜨거운 통증”
이었다.
도진은 회랑과 뜰 사이의 그림자 속에서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을 마주 보았다.
엄하연은 진준규를 붙잡고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뻔뻔한 놈,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전무 자리에까지 올려놨더니 감히 나를 배신해? 내 돈으로 상간녀나 데리고 다니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 집안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번엔 정말 가만두지 않겠어.”
소이현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아기의 입에 무언가를 넣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이현!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급히 뛰어가 아기를 안아 들었다.
아기의 입가에는 붉은색 액체가 묻어 있었고, 냄새를 맡아보니 그것은 와인이었다.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심민규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귤이야강제 결혼너희집 가자며 왜 황궁 가는데숙부님이 내 지아비가 되었다내 결혼식에 와서 울면 어쩌라고
설령 복수를 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마음속의 증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나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내 마음속 증오는 여전히 깊고 짙었다. 그들 중 누구도 죄가 없지 않았다.
배지유는 나를 바라보며 간청하듯 말했다.
“예은아, 네 손을 더럽힐 필요 없어.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