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부터 10년 동안 강유형을 사랑했지만 돌아온 건 ‘관심 없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다른 여자와 밤낮으로 함께 지냈다... 10년 동안 이어온 죽마고우의 사랑은 꽃을 피웠지만 열매를 맺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세컨드가 되길 거부했고, 그 후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밤 강유형이 내 침실 문을 두드렸다. “지원아...” “무슨 일인데?” 내가 입을 열자마자 침실에서 남자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내 속옷 어디 뒀어?” 강유형은 비틀거리더니 내 앞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얼마 뒤 나는 강유형의 SNS 게시물을 보게 됐다. 그는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들은 놓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사랑한다고 해서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사랑할 때 소중히 여기라.’
View More안리영이 한숨을 돌릴 때, 조시언이 얘기했다.“괜찮아. 내가 할게.”“...”“시언 씨, 여기 있는 화분 좀 봐도 돼요?”한지은은 그렇게 물으면서 이미 커튼 쪽으로 걸어가고 싶었다.화분 뒤에 바로 커튼이 있었다. 게다가 밖이 아주 밝았기에 자칫하면 안리영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여기에 숨지 말걸...’하지만 숨을만한 곳이 정말 없었다.조시언은 깔끔한 성격이라 테이블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 편이다. 모든 것은 다 서랍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여튼, 조시언은 이곳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안리영은 숨도 쉬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그저 한지은이 대충 보고 지나가기를 바랬다.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했다.한지은은 열심히 화분을 보면서 조시언에게 얘기했다.“시언 씨, 여기 잎에 검은색 점이 생긴 걸 보니까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아마도 영양과다인 것 같은데... 얼른 처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검은 점이 더 많이 퍼질 테니까요.”안리영은 그제야 한지은이 생물학 석사라는 것이 떠올랐다.“어떻게 하면 되는데?”“저한테 맡겨요. 지금 처리해줄게요.”한지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소매를 걷고 일을 시작했다.안리영은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한지은이 오전 내내 이곳에 있는다면 안리영도 오전 내내 서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오늘은 됐고, 다음에 해.”조시언이 거절했다.안리영은 그 순간 조시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안리영이 한숨 돌리려는 순간 한지은이 갑자기 물었다.“이 커튼, 이탈리아 GC 거예요?”그렇게 말하면서 한지은은 커튼 앞까지 걸어왔다. 안리영은 한지은의 숨결이 커튼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왜 이렇게 아는 게 많아?’“맞아. 알아볼 줄은 몰랐네.”조시언도 다가와서 얘기했다.커튼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한 사람. 정말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다.안리영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조시언의 행동이 고의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한지은은 안리영이 여기 있다는
‘큰일이야!’그냥 조용히 갈 것이지, 왜 다시 온 걸까?안리영은 얼른 숨으려고 했다. 하지만 침실까지 돌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안리영은 가장 가까운 커튼 뒤로 숨어버렸다. 안리영이 커튼 뒤로 몸을 숨기자마자 조시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공기 중에 남아있는 바디워시 향기와 여자의 체향을 발견했다. 아주 옅었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조시언은 그 커튼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시언 씨, 인테리어 스타일이 제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네요?”한지은의 목소리에 커튼 뒤의 안리영이 깜짝 놀랐다.‘한지은을 데리고 온 거야?’홀로 사는 집에 여자 친구를 데려온 것이 무슨 뜻인지, 안리영은 아주 잘 알았다.어제 조시언의 반응을 떠올린 안리영은 이제 철저히 절망했다. 조시언은 정말 한지은과 결혼할 생각인 것 같았다.안리영은 어색함에 벽지를 긁어 뜯기 직전이었다.사람이란 그런 생물이다. 갖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안리영은 그런 사람이 가장 싫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싫으면 다시 인테리어하고 옮겨도 돼.”조시언이 얘기했다.“아니요, 괜찮아요. 꽤 마음에 들거든요.”한지은이 약간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안리영은 커튼 뒤에 숨어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지은이 이사를 오고 두 사람이 동거한다니.아무리 생각해도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안리영은 심장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일단 앉아. 뭐 마실래. 커피?”조시언이 물었다.“네. 커피요.”조시언은 커피 머신 옆으로 가서 안리영이 내려놓은 컵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레 옆으로 비켜놓은 뒤 한지은을 위해 커피를 내려주었다.“뜨거우니까 조심해.”조시언이 한지은에게 커피를 건네주면서 얘기했다.이건 모두 안리영에게 해주던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 그 상대는 안리영이 아닌 한지은이 되었다.안리영은 긴장되어서 손톱으로 벽을 긁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톱이 안리영의 심장을 긁는 것처럼
지금 조시언한테는 조씨 가문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리영의 삼촌이니, 조시언은 안리영을 따끔히 혼내야 했다.두 사람은 그저 그 상태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위에 붉어진 안리영의 얼굴을 보면서 조시언이 먼저 굽혔다. 더 대치하다가는 얼굴이 얼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조시언은 다시 안리영을 안고 차에 앉혔다. 평소였다면 안리영은 조수석에 앉았을 테지만 오늘은 뒷좌석에 앉았다.이제 조시언의 조수석은 다른 여자의 것이니까 말이다.술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렸다.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쳐다보면서 안리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눈치챘다. 그래서 같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조시언이 강하게 나가야 안리영이 용기를 낼 수 있었기에 조시언은 방법이 없었다.조시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안리영은 이미 잠에 든 상태였다. 조시언은 조심스레 안리영을 품에 안았다. 그러면서 안리영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바보야.”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조시언이 안리영의 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안리영은 꿈 한 번 꾸지 않고 깊게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눈도 그친지 오래였다. 주변을 돌아본 안리영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그리고 바로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조시언은 정말 차갑고 매정한 남자다.침대에서 일어난 안리영은 창가에 쌓인 눈을 보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나는 그 인스타를 보자마자 안리영에게 연락했다.[외롭고 쓸쓸해 보이는데?][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던데... 난 남자도 없고...]나는 일부러 안리영을 자극하고자 진정우와의 셀카를 찍어 보냈다. 진정우는 아침 일찍부터 나를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때 찍은 셀카를 안리영에게 보냈다.[우리 절교해.]안리영은 우는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얘기했다.[넌 삼촌이 있잖아.]내가 얘기했다.안리영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마당에 타이어
눈은 두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 펑펑 내렸다.조시언은 천천히 안리영은 내려놓았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안리영의 허리에 있었다.붉어진 얼굴로, 조시언이 물었다.“그럼 나랑 사귈래?”안리영은 고개를 쳐들었다. 목이 약간 뻐근했고 눈꽃이 차가워서 신경 쓰였다.‘삼촌이 깔창을 깔았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키가 커 보이지?”“그러고 싶지만 못하겠어.”안리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조시언은 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안리영의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냈으니까 말이다.조시언은 안리영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았다. 어둠이 묻은 눈으로, 조시언이 물었다.“네가 걱정하는 모든 것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줄게. 넌 그저 나랑 같이 가면 돼.”안리영은 순진무구한 눈으로 조시언을 쳐다보았다. 안리영에게 있어서 조시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전에 구안석과 사귄 적이 있다고 해도, 조시언은 불변의 1위였다.눈꽃이 조시언의 눈썹과 콧대, 그리고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가로등이 조시언을 비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조시언은 용기를 내달라고 얘기한다.하지만 안리영이 어떻게 해야 용기를 내는 것일까.안리영은 조시언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꿈치를 들고 바로 키스를 했다.두 입술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리영은 쑥스러움에 숨고 싶었지만 그 순간 허리를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눈 내리는 조용한 밤, 두 사람에게는 서로의 심장 소리만 들렸다.눈꽃이 내려와 안리영의 이마에서 녹아내렸다.그 차가운 감각에 안리영은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삼촌한테 키스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정신이 들자 안리영은 제자리에 서서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했다.“이 정도면 돼?”용기를 낸 것은 맞지만 오히려 다시 한 걸음 멀어진 기분이었다.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쳐다보면서 놓아주기로 했다. 이 기회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을 내면서 말이다.“장난도 참, 너 정말 거하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리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이때 지나가는 누군가가 얘기했다.“눈 온다.”안리영은 그 말을 듣고 얼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삼촌, 눈 와!”첫눈을 본 안리영은 순식간에 기뻐했다.조시언은 작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첫눈이야.”안리영은 조시언의 팔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삼촌, 첫눈에 소원 빌면 이루어진대.”알콜에 취한 안리영은 고등학생이 된 듯 천진난만하게 얘기했다.“그럼 소원 빌어.”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보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조시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같이 빌자. 같이...”같이 뭘 빌면 좋을까?안리영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지 못했다.“삼촌이 한지은 씨와 결혼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어야겠어.”안리영이 갑자기 얘기했다.“뭐라고?”조시언이 안리영을 쳐다보았다. “내가 한지은 씨한테서 삼촌을 뺏지 못할 거라면서. 그럼 난 신한테 빌어야지. 그렇게라도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게.”“왜 갑자기 날 빼앗으려는 건데?”조시언이 물었다.예쁘게 꾸민 안리영의 입술 위로 눈꽃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체온에 녹아 그대로 물방울이 되어 안리영의 입술을 적셔주었다.조시언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 대답도 없는 안리영을 보면서 조시언이 캐물었다.“응?”차가운 눈꽃에 피부에 닿아 녹아버리자 안리영은 약간 간지럽다고 생각하고 혀로 입술을 핥았다.그 모습을 보면서 조시언은 더욱 열이 올랐다.안리영은 내려오는 눈꽃을 손에 담았다.“삼촌, 봐. 큰눈이 내려...”안리영은 대답하지 않고 조시언도 더 묻지 않았다. 그저 하늘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눈이 더욱 세게 내리는 것 같았다.조시언은 안리영을 안고 차에 타려고 했지만 안리영이 조시언을 가볍게 치고 얘기했다.“싫어, 눈 맞을 거야.”안리영은 춥지 않았지만 조시언은 셔츠 한 장만 입은 터였다.그래도 안리영이 좋아하니 조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
조시언은 안리영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는데, 성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조시언은 쉽게 대답해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안리영이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은 술기운 때문이다. 내일 술이 깨면 안리영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안리영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애초부터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걱정되어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뿐인 것 같았다.“너 취했어. 난 네 삼촌이야.”조시언은 일부러 딱딱하게 굴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피식 웃었다.“이제야 삼촌이라고 하는 거야? 날 좋아한다고 할 때는 그 생각을 못 한 거야?”조시언은 안리영이 취해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떠보는 것인지 몰랐다.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쉽게 대답해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안리영은 쉽게 조시언을 포기할 것이니까 말이다.“이제는 알았어. 그래서 반성하는 중이야.”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이 멍해졌다.알았다니?그럼 원래 안 좋아했다는 건가? 그저 일시적인 충동이었다는 건가?그래서 지금 새로운 여자 친구를 찾은 건가?“그럼 내가 아무리 들이대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뜻이네?”안리영은 약간 억울하고 아쉬운 듯 얘기했다.조시언은 시선을 내리고 멍해진 안리영의 표정을 보면서 얘기했다.“너 취했어.”“안 취했어.”안리영은 갑자기 반항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넌 맨정신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아. 내가 고백했을 때는 놀라서 바로 도망갔으면서.”조시언이 중얼거렸다.“놀란 게 아니거든. 난 그저... 그저...”안리영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안리영은 조시언을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물었다.“정말 한지은 씨를 좋아해?”“지은 씨는 좋은 여자야. 적극적이고 용감하지.”조시언은 애매하게 대답했다.안리영은 그동안 조시언이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지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니 조시언이 얼마나 한지은을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안리영도 한지은을 인정할 정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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