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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안쪽

ผู้เขียน: moominkiller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24 01:48:03

은매가 사라졌다는 말은 밤공기보다 먼저 월령의 손끝에 닿았다.

청아는 거의 뛰어오다시피 했으나, 마지막 몇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숨은 목구멍에서 가늘게 부서지고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서원당 뒤뜰의 젖은 흙이 묻어 있었다.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열쇠가 삐져나와 달빛을 받았다.

"제가 문을 잠갔습니다."

청아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분명히 안에서 잠그고, 바깥 고리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월령은 먼저 아이의 손을 보았다. 열쇠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짓말하는 손이 아니었다. 너무 놀라 제 잘못을 먼저 찾는 손이었다.

"청아."

월령은 나긋하게 불렀다.

"숨부터 천천히 쉬어."

"아가씨, 제가..."

"네가 놓친 것이 아니라, 누가 네가 지키는 것을 알고 온 거야."

그 말에 청아의 눈이 더 크게 흔들렸다.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였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를 달래는 말보다, 아이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말이었다.

월령은 바둑판을 내려다보았다.

측백나무 아래 작은 돌 위에는 아직 흑돌과 백돌이 놓여 있었다. 서윤을 뜻한다던 돌, 월령을 뜻한다던 돌, 그 사이에 놓인 기회 하나. 위지헌은 판을 그대로 두라 했다. 밖의 미끼를 흔드는 동안 안의 증인을 노릴 수 있다 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알았기에 떠났다.

월령은 그 생각이 목 안쪽을 차갑게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위지헌이 자신을 멀리 두고 움직인 것은 배려였을까, 아니면 판이 흔들릴 것을 미리 계산한 수였을까. 답을 묻고 싶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먼저였다.

"창고에 누가 들어왔니?"

"아무도요. 제가 약방 종에게 죽을 받아 오려고 잠깐..."

청아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때 복도 끝에서 기침 소리가 났습니다. 은매가 듣고 몸을 세웠어요. 아이가 이를 치는 소리 같다고..."

월령의 손끝이 멈췄다.

딱, 딱.

은매가 말한 동생의 버릇.

그것을 누군가 흉내 냈다.

"그 뒤에는?"

"은매가 문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 창고 안쪽 벽에서 소리가 또 났어요. 꼭... 꼭 아이가 벽 너머에서 참는 것처럼요."

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열쇠를 찾는 사이에, 안쪽 약재 자루 뒤가 열려 있었습니다. 벽이..."

"벽이 열렸구나."

월령의 목소리는 자신도 놀랄 만큼 낮았다.

서원당 뒤 창고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북쪽 전쟁 때 심가가 피난 온 친족과 군자금을 숨기던 곳이라,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그 안쪽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월령도 어릴 때 한 번 들은 적이 있을 뿐이었다. 약재 자루 뒤에 서고 쪽 작은 통로가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쓸모없는 낡은 이야기라 여겼다.

이제는 그 낡은 이야기가 사람 하나를 삼킨 길이 되었다.

"정 호위장께 알려."

"예."

"서원당에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등불을 더 켜. 어머니 방 앞에는 부엌 하녀 둘을 세우고, 약방 종에게는 물을 끓이게 해. 소리가 나야 해."

청아가 눈물을 매단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조용하면, 숨은 사람이 더 잘 듣는다."

"예, 아가씨."

"그리고 서윤이 방에는 가지 마."

청아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월령은 측백나무 그림자 너머를 보았다. 밤은 너무 얇았다. 얇은 밤은 사람의 소매자락 하나도 오래 숨겨 주지 못한다.

"그 아이가 모른다면 깨우지 않는 편이 낫고, 알고 있다면 지금 내 손으로 흔들어서는 안 돼."

청아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이번에도 묻지 않았다. 그 아이는 모르는 것을 붙잡고 있어도 손을 놓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월령은 바둑판 옆에 놓인 흑돌 하나를 집었다.

차가웠다.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 안에서는 오래된 물처럼 무거웠다.

서원당 뒤 창고 안쪽은 약재 냄새와 젖은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정무는 말없이 등불을 낮춰 들었다. 늙은 호위장의 왼쪽 귀는 거의 듣지 못했으나, 발소리는 젊은 무사들보다 가벼웠다. 그는 약재 자루를 하나씩 치우더니, 벽 아래쪽을 짚었다. 손끝이 닿은 자리에서 먼지가 아주 가늘게 떨어졌다.

"열렸습니다."

정무가 말했다.

"안쪽에서 누군가 밀었습니다. 창고 안 사람이 길을 몰랐다면, 바깥에서 소리를 넣어 유인했을 겁니다."

월령은 벽 틈에 손을 대지 않았다.

돌가루가 묻은 나무판 아래에 아주 작은 천 조각이 끼어 있었다. 은매의 옷자락이었다. 며칠 동안 창고 안에서 입고 있던 낡은 회색 치마 끝. 월령은 천을 집어 들었다.

천 끝에는 약재 가루가 아니라, 희미한 향이 묻어 있었다.

자녕궁에서 쓰는 분향도 아니고, 한씨의 매화향도 아니었다. 더 값싸고 건조한 냄새. 외궁의 낮은 처소에서 오래 피운 싸구려 향을 옷에 배게 한 사람의 냄새.

조계.

그 이름이 떠올랐으나, 월령은 소리 내지 않았다.

그는 잡혀 있었다.

그러면 그의 손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계의 길을 아는 누군가였다.

"이 통로가 어디로 이어지지?"

"서고 뒤 작은 화단을 지나, 서쪽 마구간 아래로 빠집니다."

정무가 대답했다.

"옛날에는 피난로였으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길은, 오래 묻어 둔 사람에게 팔리기 좋지."

월령은 천 조각을 소매 안에 넣었다.

정무가 그녀를 보았다. 노인의 눈은 군말 없이 깊었다.

"아가씨께서는 서원당으로 돌아가십시오."

"은매가 울면 소리가 멀리 갑니까?"

정무는 잠시 침묵했다.

"통로가 좁아 울음보다 숨소리가 더 멀리 갑니다."

월령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은매는 울지 못했을 것이다.

동생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믿었다면, 울기는커녕 숨조차 삼켰을 것이다. 가족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 아이의 발목을 잡아끌었을 테니까.

월령은 그 마음을 탓할 수 없었다.

가장 약한 곳을 건드리는 손은 늘 효율적이었다. 그 효율을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정 호위장."

"예."

"은매를 찾으면, 먼저 그 아이에게 내가 늦었다고 전해 주세요."

정무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아가씨께서 하실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아이는 듣고 싶어 할 거예요."

월령은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운 사람은 자기가 버려졌다고 먼저 생각하니까."

정무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의 손짓 하나에 호위 둘이 통로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등불은 뒤따르지 않았다. 불빛은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잡히는 목이었다.

서원당으로 돌아오는 길, 월령은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등불을 새로 걸고 있었다. 청아가 시킨 대로였다. 부엌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났고, 약방 종은 괜히 약절구를 두드렸다. 아무 일 없는 집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소리들이 밤의 살을 조금씩 두껍게 만들었다.

그 소리 사이로, 서윤의 처소 쪽 창호가 아주 작게 움직였다.

월령은 보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서윤은 보고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그 아이를 대신해 보고 있을까.

어느 쪽이든 지금은 이름을 부르면 안 됐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아이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등 떠미는 일은 구원이 아니라 폭력일 때가 있었다.

월령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마음 한쪽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구원이 늦으면, 기다리던 사람은 그것을 버림으로 기억한다.

서쪽 마구간 아래 통로는 흙냄새가 짙었다.

은매는 그 안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입에는 헝겊이 물려 있었고, 손목은 뒤로 묶여 있었다. 눈물은 흘렀으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벽 너머에서 들리던 아이의 기침 소리는 이미 멎은 지 오래였다.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은매는 먼저 안도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안도 때문에 죽고 싶어졌다.

동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싫었다. 동생이 아니었다면, 어미도 동생도 여전히 저 밖 어딘가에 묶여 있다는 뜻인데, 그 사실을 두고 안도한 마음이 너무 더러워 견딜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소리 내지 마라."

목소리는 얇았다.

첫 음절이 목 안쪽에서 걸리는 버릇이 있었다.

"소, 소리 내면 네 동생 목이 먼저 열린다."

은매의 몸이 굳었다.

조계와 닮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조금 더 어렸다. 말끝을 억지로 누르는 습관도 덜 단단했다. 궁에서 살아남으려는 아이들은 어른의 냉정을 흉내 내다가 목소리부터 망가진다.

"네가 살아 있으면 안 된단다."

그 사람은 가까이 오지 않았다.

"다만 지금 죽이면 심가가 시끄럽지. 그러니 조용한 곳으로 가자."

은매는 고개를 저었다.

헝겊 때문에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통로 끝에서 바람이 움직였다.

어둠이 갈라지는 소리는 없었다. 사람의 발소리도 없었다. 그런데 은매의 앞에 서 있던 그림자가 갑자기 옆으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히는 둔한 소리가 났고, 얇은 목소리가 목 안에서 부러졌다.

"그 아이를 옮기려면,"

낮은 목소리가 어둠을 눌렀다.

"먼저 내게 허락을 구했어야지."

은매는 눈을 크게 떴다.

감송향이 흙냄새 속으로 번졌다.

위지헌이었다.

그는 등불 없이도 어둠의 결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검은 장포 끝에 흙이 묻었고, 왼쪽 소매 아래에는 피가 아주 얇게 스며 있었다. 누군가의 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은매의 입에 물린 헝겊을 풀어 준 것은 윤백이었다.

"숨은 천천히."

윤백이 낮게 말했다.

"한꺼번에 쉬면 더 아픕니다."

은매는 숨을 몰아쉬다 기침을 했다.

"제, 제 동생..."

위지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만으로 은매는 모든 것을 알아차릴 뻔했다.

그러나 위지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 손에 닿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들릴 만큼 분명했다.

"살아 있다는 흔적은 있다. 그것부터 잡고 있다."

은매의 얼굴이 무너졌다.

"저 때문에..."

"네 탓을 따질 시간은 나중이다."

위지헌은 몸을 낮추지 않았다. 그러나 말은 은매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떨어졌다.

"지금은 살아서 돌아간다. 그래야 심월령이 네게 화를 낼 수 있다."

은매가 멍하니 그를 보았다.

왕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차갑지 않았다.

그 이름만은 이상하게도 칼집에 넣어 둔 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그때 쓰러졌던 그림자가 몸을 뒤틀었다. 혀 밑에 숨긴 독을 삼키려는 듯 턱이 움직였다.

윤백이 먼저 손목을 눌렀다.

"아직은 안 됩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궁의 아이들은 왜 다 같은 곳에 독을 숨기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한 명인가 봅니다."

위지헌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말하게 해."

그림자의 얼굴을 가리던 천이 벗겨졌다.

어린 내시였다.

조계보다 훨씬 어렸다. 볼에는 아직 살이 조금 남아 있었고, 눈에는 겁이 너무 많아 오히려 독한 척하는 빛이 있었다. 그는 위지헌을 보자 몸 전체가 굳었다.

"누가 시켰느냐."

위지헌이 물었다.

내시는 입술을 벌렸다.

"저, 저는..."

첫 음절이 걸렸다.

"저는 모릅니다."

위지헌은 한 걸음 가까이 갔다.

그 한 걸음에 통로의 온도가 내려갔다.

"모르면 네가 여기에 올 수 없다."

내시의 눈이 은매 쪽으로 튀었다가 다시 내려갔다.

그 눈길 하나를 은매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자기 목숨을 재는 눈, 자기 가족의 값을 헤아리는 눈. 누군가의 명을 받아 움직였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자기만 살 길을 찾는 눈.

"자녕궁입니까."

윤백이 물었다.

내시의 어깨가 떨렸다.

대답보다 먼저 나온 몸의 반응이었다.

위지헌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은매를 보았다.

"걸을 수 있느냐."

은매는 고개를 끄덕이려 했으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윤백이 곧장 몸을 낮췄다.

"제가 업겠습니다."

"아니."

은매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걷겠습니다."

그 말은 비틀거렸지만 단단했다.

위지헌은 아주 잠깐 은매를 보았다.

그 눈빛 안에 인정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을 도구로만 보는 눈도 아니었다.

"그래."

그는 짧게 말했다.

"살아서 걸어라."

은매는 벽을 짚고 일어섰다.

첫걸음은 거의 무너졌다. 두 번째 걸음에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세 번째 걸음에서는 동생의 회색 실을 떠올렸다.

딱, 딱.

혀끝으로 이를 치던 소리.

은매는 그 소리를 다시는 가짜와 헷갈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통로 바깥에서 아주 멀리, 누군가의 시선이 사라졌다.

위지헌은 돌아보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오늘 밤 그의 손이 어디로 뻗었는지, 누구를 살리기 위해 몸을 돌렸는지, 적의 눈 하나가 보았다.

그 사실은 칼보다 위험했다.

그러나 은매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심월령이 버리지 않은 사람을, 그가 어떻게 버리겠는가.

서원당 뒤뜰에 은매가 돌아왔을 때, 월령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은매는 흙투성이였고, 입술은 터져 있었다. 그러나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 커서, 월령은 먼저 눈물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숨이 아주 가늘게 떨렸다.

은매가 무릎을 꿇으려 했다.

월령이 먼저 손을 뻗어 붙잡았다.

"무릎 꿇지 마."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은매가 멈췄다.

"아가씨..."

"내가 늦었어."

그 말에 은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청아는 옆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 죽이 짜진다고 했던 말을 잊은 듯했다.

위지헌은 뒤에 서 있었다.

월령은 그제야 그를 보았다.

검은 장포 끝, 흙 묻은 신, 소매 아래 스민 피. 그리고 가까이 오지 않으면서도 모든 길을 막아 선 듯한 자세. 감송향이 밤의 흙냄새와 함께 낮게 깔렸다.

"왕야."

월령의 목소리는 작았다.

"은매를 살려 주셔서..."

"네가 살리라 한 사람이다."

위지헌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끝나기도 전에 답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가 고개를 숙이려는 것을 보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고개는 들고 말해라."

월령이 멈췄다.

"네가 버리지 않은 사람을 구한 일이다. 네가 고개 숙일 일이 아니다."

그 말은 다정하게 들리지 않았다.

월령은 오히려 차갑게 느꼈다. 마치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판단이었다는 듯, 그가 심가의 증인을 보호했을 뿐이라는 듯.

그래도 마음은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흔들렸다.

그가 왜 피를 묻히고 돌아왔는지.

왜 은매가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먼저 보았는지.

월령은 그 질문들을 모두 삼켰다.

"왕야의 소매가..."

위지헌은 자신의 소매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네가 볼 피는 아니다."

말은 짧았다.

그러나 곧, 그가 월령의 얼굴을 보고 덧붙였다.

"내 상처는 아니다. 놀라지 않아도 된다."

월령의 숨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한마디로 사람을 얼리고, 또 한마디로 풀어 놓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앞의 한마디만 남기면서, 자신에게는 뒤의 한마디를 남긴다.

월령은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못했다.

그때 윤백이 낮게 말했다.

"왕야."

위지헌의 시선이 돌아갔다.

"남운로 쪽에서 새 전갈입니다."

월령은 은매의 손을 잡은 채 숨을 멈췄다.

윤백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아이의 회색 실이 하나 더 발견되었습니다."

은매의 손이 차갑게 굳었다.

"어디서요?"

월령이 물었다.

윤백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성 안이 아닙니다."

바람이 처마 끝을 스쳤다.

"북문으로 가는 역참길입니다."

은매의 입술에서 소리 없는 숨이 빠져나갔다.

심가의 안쪽에서 시작된 밤이,

이제 북쪽 길로 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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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오기 전의 집은 가장 솔직했다.낮에는 예법이 사람을 세우고, 밤에는 두려움이 사람을 눕힌다. 그러나 새벽 직전의 어둠에는 누구도 완전히 서 있지도 눕지도 못한다. 닫힌 문 안쪽에서는 잠든 척하는 숨이 얇아지고, 깨어 있는 등불은 심지를 낮춘 채 오래 버틴다.월령은 서원당 곁 작은 서실에 앉아 있었다.등불은 낮췄고, 탁자 위에는 서윤의 오래된 글과 허도겸이 보낸 등초, 문상궁의 먹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종이와 먹과 사람의 손. 전부 말이 없는데도, 방 안은 너무 많은 말로 가득 찬 듯했다.그녀는 위조된 글의 마지막 획을 다시 보았다.받겠다.그 끝이 유난히 무거웠다.서윤은 끝을 그렇게 누르지 않는다. 서윤의 글은 끝에 이르면 오히려 가벼워졌다.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의 손은 마지막에서 긴장이 풀린다. 그러나 이 글은 마지막에서 힘이 들어갔다.누군가 결말을 꼭 눌러 닫은 것이다.마치 도망갈 문을 막듯이."잠을 자지 않았군."문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월령은 숨을 멈추었다가, 곧 자신을 꾸짖듯 천천히 내쉬었다.위지헌이었다.그가 문턱을 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먹색 대창포 자락에는 새벽 안개가 아주 희미하게 묻어 있었고, 젖은 돌을 밟고 온 듯 신 끝이 어두웠다. 감송향이 서실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월령은 일어나 예를 갖췄다."왕야.""앉아 있어라."말은 낮았지만 딱딱하지 않았다.그는 곧 자신이 너무 짧게 말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덧붙였다."네가 일어서면 종이가 날린다."월령은 잠시 멈췄다.그 말이 명령인지 배려인지 구별하지 못했다.위지헌은 문턱을 넘었다.그는 탁자 가까이 오지 않았다. 가까이 오면 그녀가 숨을 더 조심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감송향은 이미 가까웠다. 월령은 그 향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먹을 보았느냐.""예.""무슨 생각을 했지."월령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자녕궁의 종이, 서윤의 글씨, 문상궁의 먹. 세 가지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5. 선

    밤은 쉽게 깊어지지 않았다.심가의 안채에는 등불이 오래 남았다. 서원당 처마 아래 작은 등이 하나 켜져 있었고, 약방 쪽에도 낮은 불빛이 흔들렸다. 하인들은 평소보다 발소리를 낮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 전체가 숨을 작게 쉬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월령은 목갑 속 먹을 다시 닫았다.문상궁이 두고 간 먹과 같은 냄새.그 말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궁의 물건은 여러 손을 지난다. 문상궁이 들고 왔다고 해서 문상궁이 썼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태후의 뜻이라 해도 태후가 직접 먹을 갈았을 리 없고, 위명서가 필요로 했다고 해서 그가 손끝에 먹을 묻혔을 리 없다.궁의 명은 대개 남의 손끝에 묻어 왔다.손끝은 씻기 쉽고, 명은 더 쉽게 사라졌다."언니."서윤이 아주 낮게 불렀다.월령은 고개를 돌렸다.서윤은 아직 붓함 곁에 앉아 있었다. 오래된 종이들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아이의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얇게 놓여 있었다. 서윤은 그것들을 다시 접지 못했다."제가 예전에 언니 글씨를 따라 쓴 걸, 아는 사람이 있었을까요.""있었겠지."월령은 거짓말하지 않았다.서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래서 월령은 말을 낮췄다."하녀가 보았을 수도 있고, 숙모께서 보셨을 수도 있고, 글씨를 가르치던 사람이 기억했을 수도 있어.""그럼 제가...""아니야."월령은 서윤의 말을 부드럽게 막았다."네가 누군가에게 칼을 준 것이 아니야. 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그것을 칼로 갈았을 뿐이야."서윤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이해한 얼굴은 아니었다.하지만 조금 덜 무너진 얼굴이었다.월령은 더 묻지 않았다.그때 청아가 조심스럽게 낮은 상 위에 찻잔을 올렸다."차는 아니고 보리물입니다.""왜 그렇게 작게 말하니.""궁에서 차가 나오면 늘 일이 생겨서요."청아는 아주 진지했다."소인은 당분간 차를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은호가 작은 이불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보리도 볶으면 검습니다."청아가 눈을 크게 떴다."그런 말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4. 먹

    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을 잃은 아이의 얼굴은 이상하게 어려 보였다. 조금 전까지 찹쌀떡 접시를 들고 어른스러운 말을 고르던 입술은 이제 색을 잃었고, 속눈썹 아래 눈동자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흔들렸다.방 안에는 눌어붙은 죽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창을 열었는데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불에 닿은 곡식의 냄새는 사람의 옷자락보다 오래 방 안에 머문다. 궁에서 온 글 한 줄도 그랬다. 읽히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곳마다 얇게 달라붙었다.심월령은 기윤이 전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심월령은 황실의 은혜를 달게 받겠다.그 글씨가 서윤의 손과 닮았다고 했다.닮았다.같다고 못 박지 않으면서도, 다르다고도 놓아주지 않았다. 칼보다 얇은 말이었다.서윤의 손끝이 떨렸다."저는 쓰지 않았어요."목소리가 작았다."언니, 저는 정말...""알아."월령은 너무 빨리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급한 믿음은 때로 믿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그녀는 서윤의 손을 보았다. 찹쌀가루가 아직 손톱 가장자리에 희게 끼어 있었다. 궁의 종이를 만진 손이라기보다, 부엌에서 반죽을 조금 망친 아이의 손이었다."네가 쓰지 않은 것 알아."서윤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그런데 왜 제 글씨와 닮았을까요."그 물음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부끄러움이 있었다.월령은 그 부끄러움을 알아보았다.서윤은 늘 남의 마음에 드는 법을 먼저 배웠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말투, 어른들이 기특하다 여기는 자세, 태후가 눈길을 줄 만한 글씨. 자기 이름을 쓰기 전에 남의 눈이 좋아하는 선을 익힌 아이였다."혹시."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예전에 언니 글씨를 따라 쓴 적이 있어요."방 안이 조용해졌다.청아는 놀라 숨을 삼켰고, 은매는 은호의 어깨를 조금 더 감쌌다. 기윤은 문가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으나, 그 침묵도 들은 사람의 침묵이었다.월령은 서윤을 재촉하지 않았다."어릴 때요. 큰어머니께서 언니 글씨가 곱다 하셨고, 아버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3. 사흘

    심월령.그 이름이 자녕궁 안에 떨어진 순간, 향로의 연기마저 잠시 길을 잃은 듯했다.궁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낮췄고, 내관은 두루마리를 든 손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붉은 비단 끝에 매달린 금실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으로 들어오던 봄빛은 바닥의 옥돌 위에서 차갑게 식어, 사람의 얼굴마다 다른 그늘을 얹었다.독고 태후는 웃지 않았다.웃지 않는 얼굴이 더 온화해 보일 때가 있다. 그녀는 그런 얼굴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누구의 목숨을 조르는 덫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마땅히 놓아야 할 비단끈이라는 듯했다.월령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손끝은 소매 안에서 차가웠으나 떨리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너무 큰 파도가 오면 사람은 먼저 젖는 대신 굳는다. 숨도, 눈물도, 두려움도 한 박자 늦게 온다.문밖에서 위지헌의 그림자가 길게 들어왔다.감송향이 자녕궁의 단 향을 조용히 밀어냈다. 마른 흙과 오래된 나무, 차갑게 말린 약재의 향. 그 향은 소리 없이 다가왔으나, 자녕궁 안의 누구도 모른 척하지 못했다."그 교서를 멈추십시오."위지헌의 목소리는 낮았다.낮은데도 먼 기둥까지 닿았다.태후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이미 읽혔습니다, 섭정왕.""읽힌 것과 행해지는 것은 다릅니다."위지헌은 문턱을 넘었다.궁녀 하나가 본능적으로 물러났고, 내관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길을 비켰다. 그는 누구에게도 소리치지 않았다. 칼을 뽑지도 않았다. 다만 걸어 들어왔다. 그 한 걸음마다 자녕궁의 공기가 뒤로 밀렸다.태후의 눈빛이 아주 작게 깊어졌다."황제의 어보가 찍힌 교서입니다.""그러므로 더더욱 예를 갖춰야 합니다."위지헌은 두루마리를 보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태후에게 있었다. 황제의 숙부이자 섭정왕인 자가 태후를 향해 예를 잃지 않는 거리. 그러나 그 예의 아래에는 누구도 밟을 수 없는 선이 있었다."심가 여식은 지금 예부와 호부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궁중 내지 유출과 군량 장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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