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사장님의 역전 선언

사장님의 역전 선언

By:  냥냥기운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9Chapters
11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나는 회사의 워킹맘 직원들로부터 온라인에서 공개 저격을 당했다. 내가 직원들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던 사내 어린이집이 마치 ‘감옥’과 같다거나, 회사가 직원들의 야근을 부추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글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몰랐다. 그 어린이집을 위해 내가 해외에서 직접 설비와 전문 인력을 들여왔다는 사실을. 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160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보여 주기 식 복지라느니, 추악한 자본가라느니. 결국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공지를 하나 올렸다. [직원 여러분의 자율적인 육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서, 회사는 무료 사내 어린이집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일부터 사내 무료 어린이집은 폐쇄되며, 기존 복지는 육아수당으로 전환됩니다.] [조건을 충족하는 워킹맘 직원에게는 매달 4만 원의 육아수당이 지급됩니다.] 공지가 올라가자마자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워킹맘 직원들은 내 사무실 앞을 가득 메운 채, 어린이집을 없애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오늘 아이들이 만든 자연물 콜라주예요.]

행정 책임자가 사진 몇 장을 내게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원어민 교사를 둘러싸고 앉은 아이들이 나뭇잎과 꽃잎을 이용해서 동물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던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이 회사를 세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 빌딩 안에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어린이집 시설에는 최고급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고, 보육은 전문 교육팀을 따로 꾸려 맡겼다.

아이들 식단 역시 영양사가 직접 구성했다.

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160만 원이 넘었지만, 직원들에게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회사의 워킹맘들은 대부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이를 맡기러 여기저기 오갈 필요도 없었고, 비싼 보육비까지 아낄 수 있었다.

어린이집은 운영 석 달 만에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내 선의가 모두에게 소중히 여겨질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우리 회사 대표가 무료 어린이집을 만들었지만, 나는 이 황금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곧바로 글을 열어 봤다.

글을 올린 사람은 운영팀의 워킹맘 직원, 서가희였다.

올린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들 우리 회사에 무료 어린이집이 있는 걸 부러워해요. 역시 여자 대표라서 여성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죠.]

[하지만 아무도 모르죠.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들이 만든 가장 교묘한 함정이라는 걸요.]

[대표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회사에 붙잡아 두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야근을 거절할 명분조차 없어졌죠.]

[집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요?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이미 아이를 봐주고 있잖아요.]

[결국 우리는 가족 부양 부담이 없는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매주 6일 동안 매일 9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하면서, 끝없이 경쟁하고 죽도록 일해야 해요.]

[이건 복지가 아니에요. 가족애와 모성애를 미끼로 삼은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일 뿐이에요!]

게시글 마지막에는 서가희가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는 이런 글도 덧붙여 있었다.

[난 회사에 묶여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제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는 그런 엄마요.]

하지만 그 사진은 우리 회사에서 찍은 게 아니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회사는 강제 야근을 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워킹맘 직원들을 배려해서 오후 5시 이후에는 어떤 회의도 잡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서가희가 말한 9시에 출근하고 9시에 퇴근하는 것은 완벽한 날조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는 말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서가희의 아이는 매일 사내 어린이집에서 대부분의 가정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풍성한 영양식을 먹고 있었으니까.

댓글창은 예상대로 난리가 났다.

[세상에, 저런 대표가 다 있어? 진짜 음흉하다!]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오너 중에 좋은 인간은 없다니까.]

[회사에서 주는 복지에는 다 대가가 붙어 있는 법이지.]

[회사 이름 밝혀요! 언니, 우리가 다 같이 이 회사 털어버리죠!]

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나는 비서에게 서가희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서가희였다.

그런데 서가희의 뒤에는 다른 워킹맘 직원들도 몇 명 같이 따라 들어왔다.

그중에는 이연아도 있었다.

지난달에 이연아의 집에 일이 생겼을 때 내가 특별히 2주 유급 휴가를 줬고, 월급 석 달 치를 미리 지급해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이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서가희의 뒤에 서 있었다.

“얘기 좀 하시죠?”

서가희는 턱을 치켜들면서, 제멋대로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제 글은 이미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건 모두의 속마음이에요.”

나는 서가희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복지가 어떻게 당신 입에서는 함정이 되는 거지?”

“당신 아이에게 매달 160만 원이 넘는 수준의 보육과 교육을 제공하는 게 당신 눈에는 착취로 보여?”

서가희는 코웃음을 쳤다.

“160만 원이요? 대표님, 말장난하지 마세요.”

“그 160만 원이 제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대표님이 말하는 그런 거창한 교육 철학, 필요 없어요.”

“저희 같은 엄마들은 생각이 훨씬 현실적이거든요.”

서가희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어린이집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그냥 현금 수당으로 계산해서 저희에게 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직접 아이를 키우든,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든 그건 우리 자유잖아요.”

“그게 진짜 직원 복지 아닌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서가희가 원하는 건 자유가 아니었다.

서가희는 회사의 직원 복지 비용을 그저 자기 개인 수입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서가희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모두 내 시선을 피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중 이연아만이 잠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입술을 달싹거리는 걸 보니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서가희가 곧바로 뒤를 돌아 이연아를 노려보자,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회사 복지 정책은 이사회 결의로 정해진 거야. 당신 한 사람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바뀔 수 없어.”

“무리한 요구요?”

서가희는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세요?”

서가희는 휴대폰을 흔들었다.

화면에는 서가희가 쓴 글이 떠 있었고, 좋아요와 댓글 수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이건 저 혼자만의 요구가 아니에요.”

“억압받는 모든 직장인 엄마들의 목소리라고요.”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소리쳤다.

“회사 복지가 싫으면 이용하지 마!”

“내가 당신 한 사람의 요구에 맞춰 회사 복지까지 바꿀 이유는 없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가희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협박을 잊지 않았다.

“여론에 따르지 않으시면, 내일 일이 얼마나 커질지는 저도 장담 못 해요.”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9 Chapters
제1화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오늘 아이들이 만든 자연물 콜라주예요.]행정 책임자가 사진 몇 장을 내게 보내왔다.사진 속에는 원어민 교사를 둘러싸고 앉은 아이들이 나뭇잎과 꽃잎을 이용해서 동물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아이들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사진을 바라보던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내가 이 회사를 세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 빌딩 안에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어린이집 시설에는 최고급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고, 보육은 전문 교육팀을 따로 꾸려 맡겼다.아이들 식단 역시 영양사가 직접 구성했다.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160만 원이 넘었지만, 직원들에게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회사의 워킹맘들은 대부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아이를 맡기러 여기저기 오갈 필요도 없었고, 비싼 보육비까지 아낄 수 있었다.어린이집은 운영 석 달 만에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나는 내 선의가 모두에게 소중히 여겨질 거라 믿었다.그런데 그때,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우리 회사 대표가 무료 어린이집을 만들었지만, 나는 이 황금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다.]나는 곧바로 글을 열어 봤다.글을 올린 사람은 운영팀의 워킹맘 직원, 서가희였다.올린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다들 우리 회사에 무료 어린이집이 있는 걸 부러워해요. 역시 여자 대표라서 여성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죠.][하지만 아무도 모르죠.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들이 만든 가장 교묘한 함정이라는 걸요.][대표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회사에 붙잡아 두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야근을 거절할 명분조차 없어졌죠.][집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요?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이미 아이를 봐주고 있잖아요.][결국 우리는 가족 부양 부담이 없는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매주 6일 동안 매일 9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하면서, 끝없이
Read more
제2화
다음 날, 회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복도와 탕비실 곳곳에서 직원들은 끊임없이 수군거렸다.내가 지나가면 시선을 피하면서도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서가희의 자리는 어느새 부서 전체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사람들이 서가희 주변에 모여들어 말했다.“가희 언니, 진짜 대단하다.”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부추김과 기대가 더 짙게 드러나 있었다.“우린 다 언니 편이야.”“맞아. 왜 그 돈을 어린이집 운영하는 데만 써야 해? 정작 우리는 한 푼도 못 받잖아.”“걱정하지 마. 다 같이 나서면 회사도 우리를 전부 해고하진 못해.”내가 지나가는 순간에도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그제야 깨달았다.직원들에게 나는 그저 마음대로 이용해도 되는 호구였던 것이다.오후가 되자 이연아가 혼자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이연아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에는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가희는 그냥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치켜세워 주니까 조금 들뜬 것뿐이에요.”이연아는 내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다들 어린이집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그냥 그 돈을 현금으로 받으면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나는 내가 한때 온 힘을 다해 도와줬던 그 직원을 바라봤다.“그래? 그럼 너도 어린이집을 없애는 데 찬성한다는 거야?”이연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곧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저는 대표님 편이죠. 대표님이 저한테 잘해주신 거, 저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저는 그냥 대표님이 걱정돼서 그래요.”“지금 인터넷에서 일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잖아요. 회사 이미지에도 정말 안 좋아요.”“그러니까... 조금만 양보하시면 안 될까요?”“일단 현금 수당을 조금 지급해서 다들 진정시키는 거예요.”“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게 낫잖아요.”이연아는 나를 걱정하러 온 게 아니었다.이연아는 그 사람들의 말을 전하고,
Read more
제3화
나는 오후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건물 밖에는 이미 몇몇 언론사 취재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오늘부터 나는 정서연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사업가로 살기로 했다.나는 내선 전화를 들어 행정 책임자에게 연결했다.“전 직원에게 공지해. 내일 오전 9시,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 거야.”“최근 여론에서 제기된 사내 어린이집 복지 문제에 대해 회사의 최종 해결 방안을 발표할 거야.”전화기 너머로 행정 책임자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타협하시는 겁니까?]“아니.”나는 창밖의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이제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탐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때야.”다음 날 아침, 회의실은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회의실 안에는 들뜸과 기대감이 가득했고, 그 분위기는 축하 파티에 더 가까웠다.서가희는 맨 앞줄에 앉아 워킹맘들에게 둘러싸인 채, 완전히 그 자리의 중심에 서 있었다.심지어 정성껏 화장까지 하고 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투쟁 경험’을 의기양양하게 늘어놓고 있었다.“오너를 상대할 때는 마음 약하게 굴면 안 돼.”“우리가 똘똘 뭉쳐 일을 크게 만들면, 결국 대표도 겁먹을 수밖에 없어.”“두고 봐. 오늘은 분명 우리 마음에 드는 답을 내놓을 테니까.”이연아도 서가희 옆에 앉아 점잖은 미소를 띤 채,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오전 9시 정각, 나는 정확히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누군가는 고소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고, 누군가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보듯 쳐다봤다.또 어떤 이들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탐욕이 어려 있었다.단상 앞으로 걸어간 나는 PPT도 켜지 않고 아래의 얼굴들을 천천히 둘러봤다.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먼저,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회의실이 술렁이더니, 이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서가희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누군가에게 좋은 소식이라도
Read more
제4화
나는 절망과 공포가 뒤섞인 비명 속에서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왔다.뒤에서는 누군가 울부짖었다.“안 돼요! 대표님!”또 누군가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서가희! 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밥줄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덮쳐오자, 마침내 직원들 사이의 균열은 폭발했다.회의실 안에서는 순식간에 내분이 벌어졌다.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문을 잠갔다.문밖에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울음과 욕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어린이집만은 없애지 마세요!”“저는 부양할 가족이 있어요! 이 일자리까지 잃을 순 없어요!”“서가희! 내 직장 돌려내! 너랑 끝장을 보겠어!”문밖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쳤던 동료들이, 이제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이 모든 건 내 예상대로였다.나는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아래에 대기 중인 취재 차들을 바라봤다.기자들은 여전히 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나는 휴대폰을 들었다.화면에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인 강성호와의 통화 기록이 떠 있었다.통화 시간은 불과 30분 전이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강성호의 목소리에는 온기가 조금도 없었다.[정 대표, 내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내가 투자한 곳은 건전한 가치관과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춘 첨단기술 기업입니다.][매일 사회면 헤드라인이나 장식하는 가십 공장이 아니고요.]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강 대표님, 믿어주세요. 이건 일부 직원들이 악의적으로 선동하면서 벌어진 오해일 뿐입니다.”[오해라고요?]강성호가 차갑게 비웃었다.[그 게시글도 봤고, 그 아래 달린 댓글도 전부 봤습니다.][당신 회사 직원들이 자기 회사를 감옥이라고 부르더군요.][그 몇 마디가 출시를 앞둔 우리의 콜라보 제품에 어떤 의미인지 아십니까?]내 심장
Read more
제5화
나는 그 전 직원에게 보낼 이메일을 곧바로 발송하지 않았다.나는 비서에게 문밖에서 거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직원들에게 한마디를 전하라고 했다.“대표님께서 모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내일 오전 9시, 다시 회의실에서 여러분의 최종 요구를 듣겠다고 하셨습니다.”문밖을 뒤흔들던 울음과 고성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받던 ‘주범’ 서가희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서가희는 곧바로 워킹맘 단톡방에서 다시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다들 봤지? 정서연이 겁먹었어!][진짜로 정리해고를 할 배짱은 없어. 그냥 우리를 겁주려는 거야!][내일은 무조건 똘똘 뭉쳐야 해. 절대 먼저 물러서면 안 돼!][어린이집도 다시 열게 만들고, 현금 수당까지 더 받아내야 해!][우린 쪽수가 많아. 대표도 끝까지 버티진 못할 거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가희를 욕하던 사람들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정말? 대표기 진짜 물러설까?][만약에 내일도 거절하면 어떡하지?]가장 먼저 서가희의 말에 맞장구를 친 건 이연아였다.[가희 언니 말이 맞아! 우리가 먼저 흔들리면 안 돼!][오늘 대표님이 일부러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한 거야! 절대 넘어가면 안 돼!][내일은 다 검은 옷을 입고 회의에 들어가. 대표님한테 제대로 압박을 줘야 해!]비서가 단톡방에서 캡처해 온 대화 내용을 보며 나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나는 서가희 한 사람만을 상대로 준비했던 고소장을 파쇄기에 넣었다.나는 갈기갈기 찢긴 종잇조각이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법무팀장 정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정 변호사, 계획이 바뀌었어.”“고소장을 새로 작성해.”“피고는 이제 서가희 한 명이 아니야.”나는 잠시 멈췄다가, 정기범을 깜짝 놀라게 할 결정을 말했다.“인터넷에 회사를 공격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린 글을 올린 사람들 중, IP 주소가 우리 회사에서 접속된 것으로 확인된 계정은 전부 공동 피고로 넣어.”“
Read more
제6화
다음 날 아침 8시 50분, 회의실은 사람들로 빼곡했다.서가희와 이연아는 20명이 넘는 워킹맘 직원들과 함께, 모두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채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다른 직원들은 한참 뒤쪽의 줄에 떨어져 앉은 채 서로 수군거렸다.그 직원들은 그저 구경이나 하겠다는 심정이었다.서가희는 자신의 ‘검은 옷 군단’을 향해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다독이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잘 들어. 조금 있다가 정서연이 들어오면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마.”“그냥 말없이 정서연만 똑바로 쳐다봐.”“정서연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우리 요구를 전부 들어주지 않으면 단체로 퇴장해서 바로 언론을 찾아갈 거야.”“오늘은 절대 물러설 수 없어. 끝장을 봐야 해.”이연아는 옆에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우리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시간은 1분 1분 흘러갔다.오전 8시 59분, 거의 모든 사람의 휴대폰이 동시에 진동했다.새 메일이 도착한 것이었다.서가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메일을 열었다.또 회사에서 보낸 달래기용 공지겠거니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메일 내용을 확인한 순간, 서가희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메일 본문에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공동 소장이 첨부되어 있었다.문서에는 법무팀의 붉은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피고인 명단은 길게 이어져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첫 번째 이름은 서가희였다.그 바로 다음은 이연아였다.그 아래로 익명 계정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직원들의 이름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고소장 마지막에는 두툼한 증거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모든 익명 댓글의 캡처본 뒤에는 IP 주소와 함께, 실명 인증된 직원의 이름과 사번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회의실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검은 옷을 입은 20명이 넘는 워킹맘들은, 마치 단체로 굳어 버린 사람들처럼 의자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사라지고, 충격과 혼란을 거쳐 결국 완전한
Read more
제7화
나는 웃었다.“표현의 자유?”나는 서가희를 바라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남을 비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자유에도 경계가 있어요. 그 경계는 바로 법입니다.”“여러분이 키보드를 두드려 거짓말을 퍼뜨리며, 일자리를 주고 월급을 지급하던 회사를 공격할 때는 그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쯤 생각했어야죠.”나는 새하얗게 질린 이연아의 얼굴을 바라봤다.“당신들이 회사의 호의와 도움을 받으면서 뒤에서는 칼을 꽂았다면, 이미 용서받을 자격은 없어요.”이연아의 몸이 심하게 떨렸고, 의자에서 미끄러질 듯했다.“그리고 권력 남용이라고?”나는 다시 서가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비웃음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아니요. 난 그저 내 합법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을 이용하는 것뿐입니다.”“마치 당신들이 그동안 여론을 이용해서 당신들이 말하는 소위 권리를 지키려 했던 것처럼요.”“공평하잖아요.”“아니에요!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한 젊은 워킹맘이 갑자기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다.“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자리에서 뛰쳐나와서 단상 앞으로 달려가려던 그 워킹맘은, 옆 사람에게 붙잡혔다.“제발 소송만은 취하해 주세요! 저는 1억을 배상할 수 없어요! 집을 팔아도 감당 못 할 돈이에요!”그 사람의 울부짖음이 회의실 전체의 감정을 폭발시켰다.“저희는 다 서가희한테 속은 거예요! 전부 서가희가 우리를 부추긴 거라고요!”“맞아요! 주범은 서가희예요! 저희는 상관이 없어요!”“이연아도 있어요! 그 사람도 단톡방에서 계속 사람들을 선동했잖아요!”순식간에 서가희와 이연아는 모두의 표적이 되었다.“이 배신자들!”서가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태도를 바꾼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끝까지 함께하겠다더니! 이제 와서 나를 물어뜯어?”얼굴이 사색이 된 이연아는 의자에 축 늘어진 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사람들이 어느 정도 떠들어댄 뒤에야
Read more
제8화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차 한 잔을 타놓고, 조용히 기다렸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가장 먼저 찾아온 사람은 뜻밖에도 이연아였다.이연아는 손에 USB 하나를 꼭 쥐고 있었다.“대표님!”문을 열고 들어온 이연아는 그대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이연아는 울먹이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그러면서 손에 쥔 USB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여기에는 서가희가 처음부터 어떻게 일을 하나씩 키우고, 대표님을 몰아붙여서 결국 굴복시키려고 했는지 전부 기록돼 있어요!”“외부 홍보 대행사에도 연락했고요!”“그러고는 자기가 직접 어린이집을 차린 뒤, 우리 회사 워킹맘 직원들을 전부 자기 쪽으로 빼돌리려고 했어요!”“이 모든 일은 서가희가 주도한 거예요! 저희는 전부 그 인간한테 이용당한 것뿐이에요!”“제가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 온 것만 봐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나는 이연아가 내민 USB를 받지 않았다.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증거는 비서에게 넘겨. 진위는 확인해 볼 테니까.”“나가봐.”이연아가 나간 뒤, 내 사무실 문은 다시는 닫히지 않았다.한 명 또 한 명, 피고인들이 앞다퉈 사무실로 몰려들었다.“대표님! 남선희예요! 그 사람이 단톡방에서 제일 먼저 어린이집 급식을 먹고 아이가 배탈 났다고 거짓말한 사람이에요!”“임경진이 유명 인플루언서한테 연락했어요. 여기 캡처도 있습니다!”“황서진이 회사를 망하게 만든 다음 우리 전부 다 자기가 만든 새 회사로 데려가겠다고 했어요!”오후 4시 50분, 마감까지는 이제 단 10분 만이 남아 있었다.아직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서가희였다.서가희는 다른 사람들처럼 울며불며 나에게 빌거나, 남을 팔아넘기러 오지 않았다.그저 복도 끝에 꼿꼿이 서서 내 사무실 쪽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그리고 오후 5시 정각에 비서가 최종 집계 보고서 한 장을 내 책
Read more
제9화
다음 날, 회사 게시판에는 공지문 두 장이 붙었다.첫 번째는 회사가 서가희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두 번째는 법원이 회사가 서가희를 상대로 제기한 2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정식으로 접수했다는 내용이었다.이연아는 이번 일에서 가장 먼저 살아남은 사람이 됐지만, 그렇다고 삶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더 이상 아무도 이연아와 함께 일하려 하지 않았고, 모두가 그녀를 피했다.이연아는 일자리는 지켰지만,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존엄과 신뢰를 잃고 말았다.일주일 후, 강성호가 직접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강성호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대신 투자 규모가 기존의 두 배로 늘어난 새로운 협력 계약서를 내게 건넸다.“축하합니다.”강성호는 나를 바라보며, 눈빛에 인정한다는 느낌을 담아서 말했다.“당신은 그저 호의만 베푸는 ‘모두의 보호자’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규칙을 다를 줄 아는 자격 있는 ‘선장’이라는 걸 증명했어요.”나는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마음속에 큰 기쁨은 없었다.이번 사태는 내게도 가장 깊은 교훈을 남겼다.밑도 끝도 없는 선의는 감사함을 키우지 못하고, 탐욕스러운 아이만 키워낼 뿐이다.진정한 선의에는 반드시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야 한다.한 달 후, 나는 회사의 복지 개혁을 다시 시작했다.무료 어린이집은 다시 열지 않았다.대신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에 엄격하게 연동되는 새로운 포인트 교환 제도를 도입했다.업무 성과, 혁신, 그리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포인트로 쌓였다.직원들은 포인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꿀 수 있었다.육아수당일 수도 있고, 추가 유급휴가가 될 수도 있었다.해외 연수 기회로 바꿀 수도 있었고, 심지어 회사 지분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그날 저녁, 나는 사무실의 통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의 수많은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였고, 발신지는 한참 떨어진 작은 도시로 표시되어 있었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에서 지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