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o
세자빈으로 7년, 남편과 나눈 말은 손에 꼽았다. 친정 장독대는 그새 남의 손에 넘어갔다.
그리고 눈을 뜨니, 장 담그는 날 아침이었다. 금혼령 방이 붙기 바로 그날.
«이번 생엔 간택에서 떨어진다. 빚 40냥 갚고, 장독 87개 지킨다.»
장맛 하나로 묵은 해를 맞히는 혀와, 궁에서 산 7년의 기억. 떨어지는 건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초간택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간장 한 종지»라고 대답한 날, 재간택 명단에 내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새벽, 장독대 앞에 선비 하나가 서 있었다.
“장을 사러 왔소.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