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이윤하의 생일날, 5살인 아들 군이는 손수 접은 종이 말을 전해 주기 위해 별원의 개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군이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하에게 달려들어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아버지, 제가 생신 선물을 가져왔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온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큰형님은 달려들어 군이의 뺨을 때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천한 것! 네 어미가 내 남자를 빼앗더니, 이제 또 네가 와서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느냐? 너희 모자는 왜 함께 죽지 못했느냐?"
4년 전 후작 댁의 장남이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은 뒤, 그의 부인은 충격으로 정신을 놓았다.
그 후 큰형님은 이윤하를 아주버님으로 착각했고, 나를 아주버님을 유혹한 요사스러운 첩으로 여겼다.
큰형님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이윤하는 나와 군이를 별원에 가두었고, 군이의 생일에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달려갔을 때, 사당 밖에는 찢어진 종이 말과 곳곳에 번진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핏자국과 끌려간 흔적을 따라 연못가까지 쫓아갔다.
달빛 아래, 군이의 작은 몸은 무자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무자위가 돌아갈 때, 그 아래 흐르는 물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