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시 최고 재벌의 와이프는 아름답고 어린 소녀를 괴롭히는 걸 유독 좋아했다.
그리고 난 태어날 때부터 통각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었기에 안성맞춤인 선택지였다.
그래서 또다시 머리채를 잡힌 채 화장실로 끌려가고 있을 때였다.
그 재벌이 강주시의 모든 기자를 대동하고 날 찾아왔다.
그리고는 내가 오랫동안 찾던 잃어버린 딸이라고 선언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난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벌가의 딸이 되었다.
하지만 재벌가의 다정한 가면 뒤에서 새로 생긴 상처가 옛 상처들을 덮어갔다.
재벌가는 말했다.
“이건 네가 보호받기 위한 대가야. 차라리 죽음으로 보답하는 게 좋을 거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 그래야만 했다.
다만 죽는 건 재벌가고, 내가 아니었다.
아빠가 나를 아주머니가 주최한 연회에 데리고 갔다.
연회에서 케이크를 먹다가 케이크 속에 들어 있던 체리를 발견하고 급히 뱉어냈다.
어렸을 때 체리를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죽을 뻔했던 기억 때문에 이 맛은 너무도 익숙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행운의 뜻을 담아 케이크에 체리를 넣었어. 민준이 이렇게 기분을 상하게 할 줄은 몰랐네.”
아빠는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나를 밖으로 내보내 마당에서 벌을 서게 했다.
엄마는 나한테 요즘 온도가 40도를 넘으니 실내에서 얌전히 있으라고 하셨다.
정말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런데 몸이 간지럽고 숨이 점점 막혀온다.
아빠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으셨다.
거실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빠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
내 시어머니는 매일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결국, 시아버지가 나를 시어머니로 착각하고 뒤에서 나를 안았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남편에게 뺨을 날렸다.
밀치는 사이에 시어머니가 나를 고층에서 밀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시어머니가 내게 팬티 링크를 달라고 했던 그날로 돌아왔다.
내 심장으로 입양인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친부모가 나를 법정에 세웠다.
재판장은 최신 컴퓨터 기술로 우리의 기억을 추출해 100명의 배심원이 판결을 내리게 했다.
재판에서 승소하면 내 장기는 부모의 소유가 된다.
부모는 내가 법정에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들에게 나는 천하의 악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법정에 서고 기억이 재생되자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나는 일부러 침대 위에 놓인 곰인형을 바라보며 야한 짓을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곰인형의 눈 속에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
남자는 몰래 내 집에 침입했고, 내가 잠들었던 침대 위에 누웠으며, 심지어 내가 벗어둔 옷에 자신의 흔적까지 남겼다.
게다가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것을 몰래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가 자기를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절친과 함께 최고 권세 있는 가문에 시집갔다.
나는 천재 의사 오빠에게 시집가고, 절친은 도도한 대표님 동생에게 시집갔다.
결혼식 날, 육성민은 갑자기 사라져 잃어버린 여신의 개를 찾으러 갔다.
이에 화가 난 할머니는 심경색증이 오셨는데 나는 육성민에게 전화해 돌아와 할머니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화가 나서 나에게 말했다.
“신미아, 너 미쳤어? 아무리 내가 돌아가서 결혼식을 치르게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머니 너를 저주할 수 있어? 유정이의 강아지가 없어져서 내가 찾아봐야 하니 전화 좀 그만해.”
그날 그녀의 개는 찾았지만 나는 할머니를 영원히 잃었다.
울다가 기절한 나는 깨어나 절친에게 물었다.
“수경아, 나 이혼할 거야. 넌?”
절친은 나를 안으며 울었다.
“나도 이혼할 거야.”
육씨 가문 두 형제는 이혼 합의서를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다. 나는 내가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았고 아들은 똑똑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날은 모처럼 일을 일찍 마치고 귀가할 수 있는 날이었다. 집에 들어서니 아내는 아기 침대 옆에서 피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침실로 안아가려고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아내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청하야, 우리 아들 자고 있어?]
늦은 밤, 나는 문자 한 통에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친구가 나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냈는데 동영상 속 여자는 얇고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은 채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고 가끔 쳐들기도 했다.
은은하게 비치는 보라색 속옷에 저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가 나의 여자 친구가 똑같은 보라색 속옷을 입은 걸 발견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