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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우리 셋이 손잡고 건너

ผู้เขียน: Jino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24 19:40:00

우주는 사진이 없는 장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여기는 나중에 넣어?”

“응. 또 찍으면.”

“나 안 잘 때 찍어.”

윤슬은 아이 손 밑에서 투명한 주머니를 펴 주었다. 우주는 빈 칸을 하나씩 짚다가 앨범을 덮었다.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도 의자는 식탁 끝에 그대로 두었다.

윤슬은 의자를 안으로 밀려다 멈췄다. 두 사람이 앉아 쓰던 식탁에는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우주 가방을 놓거나 빨래를 잠깐 걸쳐 두던 자리였다.

의자에 걸린 수건만 걷어 빨래 바구니에 넣었다.

▷

4월 25일 토요일 아침, 우주는 미용실 거울 앞에서 모자를 고쳐 썼다.

파란 챙을 눈썹까지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윤슬이 가방에 물병을 넣는 동안에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았다.

“엄마, 나 안 보여?”

“다 보여.”

“눈은?”

“챙 때문에 조금.”

우주는 모자를 뒤로 돌려 썼다. 거울 속에서 눈이 다 보이자 입을 벌리고 웃었다.

윤슬은 예약 장부를 다시 확인했다. 오전 예약 두 칸 사이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마지막 손님의 파마가 끝나는 시간을 손목시계로 세어 본 뒤 장부를 덮었다.

“엄마는 조금 늦게 가. 아저씨랑 먼저 가 있어.”

“얼마나?”

“점심 먹기 전에는 갈 거야.”

“그럼 빵 남길게.”

“네 것은 다 먹어.”

“엄마는?”

“엄마 것도 있어.”

말을 마치자 유리문 밖으로 이든이 보였다. 앞치마 대신 얇은 겉옷을 입고, 한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우주가 문을 밀자 이든이 바깥에서 잡아 주었다.

“모자 썼네.”

“파랑이야.”

“뒤로 썼고.”

“눈 보이게.”

이든이 허리를 낮춰 아이 눈높이에서 모자를 봤다. 손으로 바로 돌려 주지 않고 챙을 가리켰다.

“밖에서는 이쪽으로. 햇빛 막아야 하니까.”

우주는 한 번 거울을 보고 모자를 돌렸다.

윤슬은 가방을 이든에게 건넸다. 옆주머니를 열어 물병이 든 곳을 보여 주고, 지퍼를 끝까지 당겼다.

“집 앞 공원 말고 어린이집에서 같이 출발하는 거야.”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해.”

“할게.”

우주가 종이봉투를 들여다보려 까치발을 들었다. 봉투 안에서 버터 냄새가 났다.

“빵?”

“응. 아직 조금 따뜻해.”

“지금 먹어도 돼?”

“소풍 가서.”

이든은 봉투 입구를 조금 벌려 김이 빠지게 했다. 노릇한 빵 가장자리가 보였다. 윤슬이 봉투 아래를 받치자 이든이 손을 옆으로 옮겼다.

“네 것도 따로 넣었어.”

윤슬은 접힌 종이 끝을 눌렀다.

“철구 혼자 괜찮아?”

“점심 예약은 안 받았어. 준비만 하고 있을 거야.”

“저녁 장사는?”

“그 전에 돌아오면 돼.”

윤슬은 더 묻지 않았다. 우주 모자 챙을 조금 올리고 아이의 눈을 봤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다른 데 갈 때는 아저씨한테 말하고.”

“화장실도?”

“당연하지.”

“엄마한테는?”

“엄마 오면 같이 말해.”

우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모자가 다시 눈썹 쪽으로 내려왔다. 이든은 아이 가방을 자기 어깨에 걸고 문을 열었다.

윤슬은 두 사람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 우주가 중간에 돌아서 손을 흔들었다. 이든도 걸음을 멈추고 아이가 손을 다 흔들 때까지 기다렸다.

예약한 손님이 골목 반대쪽에서 다가왔다.

윤슬은 문을 넓게 열었다.

“네, 앉으세요.”

▷

마지막 손님의 머리를 말리는 동안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윤슬은 바람을 끄고 화면부터 봤다. 이든이 보낸 사진이었다. 우주는 어린이집 앞에서 지호와 나란히 서 있었다. 둘 다 모자를 쓰고 있었고, 우주는 자기 가방 대신 종이봉투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 글이 붙어 있었다.

『선생님께 엄마 친구 아저씨라고 말씀드렸어. 같이 출발해.』

윤슬은 답을 쓰다가 손님이 거울로 눈을 맞추는 것을 보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오늘 어디 가세요?”

“아이 소풍이요.”

“아직 안 갔어요?”

“먼저 보냈어요. 저도 곧 가고요.”

윤슬은 손님의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벌려 덜 마른 곳을 찾았다. 평소보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바람을 약하게 바꿨다. 거울에 비친 손목시계만 한 번 봤다.

손님을 보내고 바닥을 쓸었다. 흩어진 머리카락을 문 쪽으로 몰지 않고 쓰레받기에 담았다. 젖은 수건을 바구니에 넣고 허리의 가위집도 풀었다.

우주 자리에는 그림일기 공책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 글을 쓰지 않은 장에 파란 모자만 크게 그려져 있었다.

윤슬은 공책을 덮고 겉옷을 입었다.

전화를 걸자 이든이 곧 받았다. 아이들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끝났어?”

“응. 이제 나가.”

“공원 입구에서 기다릴게.”

“활동 시작했으면 들어가 있어.”

“지금은 쉬는 시간이야.”

전화 너머에서 우주가 무엇인가 물었다. 이든의 목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엄마 출발한대.”

곧 우주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빵 안 먹었어!”

윤슬은 미용실 문을 잠그며 웃었다.

“네 것은 먹으라니까.”

“같이 먹을래!”

이든이 다시 전화를 받았다.

“천천히 와.”

윤슬은 가방 끈을 어깨에 걸었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빠르게 걸었지만, 길을 건널 때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

공원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우주가 먼저 윤슬을 발견했다.

아이는 한 발 앞으로 나오다가 이든의 손을 보고 멈췄다. 대신 잡고 있던 팔을 흔들었다.

“엄마!”

윤슬은 두 사람 앞으로 갔다. 이든의 어깨에는 아이 가방이 걸려 있었고, 종이봉투는 다른 손에 들려 있었다.

“왜 여기까지 나왔어?”

“엄마 길 몰라.”

“엄마도 알아.”

“여기는 내가 먼저 왔어.”

우주는 이든의 손을 놓고 윤슬 옆으로 옮겨 섰다. 그러더니 윤슬의 손을 잡은 채 빈손을 이든에게 뻗었다.

“아저씨, 여기.”

이든은 봉투를 손목에 걸고 아이 손을 잡았다.

우주가 양쪽을 올려다봤다.

“우리 셋이 손잡고 건너.”

“신호 바뀌면.”

윤슬이 대답했다.

“알아. 지금 빨강.”

아이는 발끝을 흰 선 뒤에 맞췄다. 조금 멀리 서 있던 이든도 반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우주 팔이 팽팽하게 벌어지지 않을 만큼 가까웠다.

신호가 바뀌자 셋이 같이 걸었다.

우주는 중간에 보도블록 틈을 밟지 않으려고 발을 길게 내디뎠다. 윤슬이 아이 손을 조금 당겼다.

“앞 보고.”

이든은 우주의 짧은 걸음에 맞춰 속도를 줄였다. 먼저 건넌 사람들이 공원 입구로 들어가는 동안 세 사람은 마지막 흰 선을 넘었다.

다 건너고도 우주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제 놔도 돼.”

윤슬이 말했다.

“조금 더.”

아이는 윤슬을 봤다가 이든을 봤다. 이든이 봉투가 기울지 않게 손목을 돌렸다. 윤슬은 잡힌 손을 그대로 두었다.

공원 안쪽에서는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지호가 달려오다가 셋이 잡은 손을 보고 옆으로 붙었다.

“나도!”

우주가 이든 쪽 손을 조금 들었다.

“여기 잡아.”

지호까지 붙으니 길을 거의 다 차지했다. 윤슬이 웃으며 우주 손을 놓았다.

“이제 한 줄로 가자. 다른 사람도 지나가야지.”

아이들은 곧 앞서 달렸다. 이든은 윤슬이 들고 온 가방 쪽을 봤다.

“무거워?”

“아니. 옷만 들었어.”

이든은 손을 뻗지 않고 봉투를 고쳐 들었다.

윤슬은 빈손을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 전까지 우주 손가락이 닿아 있던 곳이 따뜻했다.

▷

선우는 돗자리 끝을 펴다가 윤슬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우주 엄마, 이쪽이야. 자리 남겨 놨어.”

윤슬이 신발을 벗으려는데 선우의 눈길이 이든 쪽으로 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봉투를 여는 손을 본 뒤 윤슬에게 몸을 조금 기울였다.

“남친이야?”

“아니.”

윤슬은 짧게 답했다. 돗자리 아래 접힌 부분을 발끝으로 폈다.

이든이 봉투에서 빵을 꺼내다 말했다.

“아직은요.”

선우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윤슬은 이든을 봤다. 이든은 빵을 싼 종이를 펼친 뒤 우주 앞으로 밀어 놓았다.

“먼저 손 닦고.”

우주는 물병을 꺼냈다. 지호와 손을 씻으러 가면서도 빵이 놓인 곳을 돌아봤다.

윤슬은 이든에게 작게 말했다.

“애들 있잖아.”

“못 들었어.”

“너는.”

말을 더 붙이지 못했다. 이든이 윤슬 몫의 종이를 펼쳐 주었다. 빵 밑면이 눅눅해지지 않게 구겨 놓은 종이였다. 윤슬은 그 끝을 잡고 자기 앞으로 당겼다.

선우는 웃다가 멀리 있는 지호를 불렀다.

“뛰지 말고! 손만 씻어!”

아이들이 돌아와 앉자 민 선생님이 큰 가방에서 그림 몇 장을 꺼냈다. 가족을 그려 온 아이들의 그림이었다.

우주는 빵을 한입 먹고 자기 그림부터 찾았다.

“내 거 저기.”

윤슬도 알아봤다. 집에서는 접어 보관했던 종이가 펴져 있었다. 파란 지붕 아래 윤슬과 우주가 서 있고, 옆에는 사람을 그릴 만큼 넓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민 선생님은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우주는 엄마가 일하는 곳도 그렸어요. 여기 작은 책상도 있네요.”

“내 자리!”

우주가 손을 들었다.

“맞아요. 크레파스도 많이 그렸죠?”

“파랑 두 개야.”

아이들이 그림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우주는 돗자리에서 무릎을 세우고 자기 책상을 짚었다. 빈 곳으로 손가락이 가기 전에 종이 아래쪽의 작은 운동화를 가리켰다.

“이것도 파랑.”

윤슬은 빵 가장자리에서 떨어진 가루를 종이 안으로 모았다. 이든은 그림을 보고 있었다. 우주가 다 설명한 뒤에도 시선이 종이 위에 잠깐 남았다.

민 선생님은 그림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이든은 우주 물병 뚜껑을 열어 아이 앞에 놓았다.

“빵 먹었으면 물도.”

우주는 두 손으로 물병을 잡고 마셨다. 윤슬은 종이에 모아 둔 빵 가루를 접었다. 이든이 빈 봉투를 벌려 주자 그 안에 넣었다.

▷

점심 뒤에는 아이들이 짝을 지어 공원을 걸었다.

윤슬은 우주와 지호가 나무에 붙은 작은 안내판을 들여다보는 것을 뒤에서 봤다. 이든은 아이들이 길 옆으로 벗어나지 않게 바깥쪽에서 걸었다.

선우가 윤슬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이거 봤어? 구청에 붙어 있던데.”

화면에는 가위를 그린 포스터가 있었다. 윤슬은 맨 위의 글을 읽었다.

『동네 미용 솜씨 대회』

그 아래 작은 글을 읽기도 전에 선우가 화면을 크게 벌렸다.

“우주 엄마도 나가 봐. 가게 하는 사람도 된대.”

윤슬은 가방 끈을 당겨 올렸다.

“지호 모자 벗었네.”

“땀 난대. 그런데 대회는—”

“손에 들고 다니다 놓고 오겠다.”

선우는 앞서가는 지호를 불렀다. 지호가 모자를 흔들어 보였다.

윤슬은 화면에서 눈을 돌렸다. 가위가 그려진 윗부분만 자꾸 눈에 남았다. 미용실 장 안에는 오래 쓰지 않은 가위가 천에 싸여 있었다. 아침에 꺼냈던 것은 늘 손에 익은 가위 두 개가 다였다.

“접수는 아직 아니래. 다음에 알려 줄게.”

선우가 휴대전화를 넣으며 말했다.

윤슬은 대답 대신 우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주는 나무뿌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자 모자 챙이 길게 드리웠다.

“엄마, 뿌리 나왔어.”

“밟지 말고 옆으로.”

“나무 발이야?”

윤슬이 답하기 전에 지호가 자기 신발을 옆에 대 봤다. 둘은 발 크기를 비교하다 다시 뛰어갔다.

윤슬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이든을 봤다. 선우와 나눈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든은 윤슬 가방의 열린 지퍼를 가리켰다.

“물병 빠질 것 같아.”

윤슬은 옆주머니에 손을 댔다. 이든이 기다리는 동안 물병을 깊이 넣고 지퍼를 닫았다.

대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

돌아갈 준비를 할 때 우주의 모자가 없어졌다.

돗자리 위에도, 아이 가방 안에도 없었다. 우주는 가방을 뒤집으려다가 윤슬이 잡자 손을 멈췄다.

“여기 넣었는데.”

“벗고 어디 뒀어?”

“여기.”

“나무 볼 때는 쓰고 있었어.”

우주는 머리 위를 만졌다. 맨머리인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입술을 내밀었다.

윤슬은 돗자리 끝을 들었다. 그 아래에는 작은 돌과 마른 잎만 있었다. 이든도 종이봉투 속과 가방 바닥을 확인했다.

“언제 벗었는지 기억나?”

“더워서.”

“나무 보고 나서?”

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멈췄다. 눈 아래에 물기가 조금 모였다.

“몰라.”

윤슬은 아이 앞에 앉았다.

“괜찮아. 다니던 데 찾아보면 돼.”

우주는 모자 없는 머리를 두 손으로 덮었다.

이든이 자기 겉옷을 돗자리에 내려놓았다.

“내가 보고 올게.”

“같이 가.”

윤슬이 일어나려 하자 이든이 공원 길을 가리켰다.

“우주 여기 있어야 돌아오기 쉽지. 둘이 있어.”

이든은 아이에게도 몸을 낮췄다.

“그네 있는 데도 갔지?”

“응. 지호랑.”

“알았어. 거기부터 볼게.”

우주는 이든이 멀어질 때까지 서 있었다. 윤슬이 돗자리에 앉히자 무릎 위에 손을 모았다.

“파랑인데.”

“응.”

“그래서 잘 보이는데.”

윤슬은 물병을 건넸다. 우주는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윤슬은 아이 손에서 물병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남은 부모들이 돗자리를 걷기 시작했다. 선우가 같이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지호가 자꾸 눈을 비볐다. 윤슬은 먼저 가라고 손을 저었다.

민 선생님에게도 조금 뒤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원 길이 한산해지고 나서 이든이 돌아왔다. 모자를 들지 않은 손이 먼저 보였다. 우주의 어깨가 내려갔다.

이든은 돗자리 가까이 와서 바지 뒤쪽에 끼워 둔 모자를 꺼냈다.

“있었어.”

“어디?”

우주가 일어섰다.

“긴 의자 밑. 바람에 들어갔나 봐.”

모자 챙에는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다. 이든은 손수건으로 챙을 털고 안쪽을 살폈다. 우주가 손을 내밀었지만 곧바로 씌우지 않았다.

“잠깐. 여기 잎 붙었어.”

작은 잎을 떼고 나서 아이 머리에 모자를 얹었다.

우주는 챙을 두 손으로 잡았다.

“모자가 숨었네.”

“이번에는 가방에 넣을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턱을 조금 들고 모자를 깊게 눌러 썼다.

윤슬은 이든의 소매에 붙은 먼지를 봤다.

“의자 밑에 들어갔어?”

“조금.”

“공원 다 돌았네.”

“마지막에 있었어.”

윤슬은 가방에서 물병을 꺼냈다. 뚜껑을 풀어 이든에게 건넸다.

이든은 우주를 한 번 보고 물병을 받았다. 몇 모금 마시는 동안 윤슬은 돗자리를 접었다. 기다릴 때보다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

공원에서 나왔을 때 우주의 걸음은 아침보다 짧아져 있었다.

모자 챙을 만지는 것도 그만두고 윤슬 옆에 붙어 걸었다. 길모퉁이를 돌자 아이 발이 뒤로 처졌다.

이든이 돌아봤다.

“업을까?”

우주는 대답하지 않고 팔부터 들었다.

윤슬이 가방을 받는 동안 이든은 무릎을 굽혔다. 아이가 등에 붙자 두 손으로 다리를 받쳐 천천히 일어섰다.

우주는 이든 어깨에 턱을 올렸다.

“엄마, 모자.”

윤슬은 챙이 이든 목을 누르지 않게 모자를 벗겼다.

“여기 있어.”

“안 숨게 넣어.”

윤슬은 모자를 가방 안에 넣고 지퍼를 닫아 보여 주었다. 우주는 그것을 보고 눈을 감았다.

얼마 걷지 않아 아이의 팔이 느슨해졌다. 윤슬은 미끄러진 소매를 올려 주다가 손을 거뒀다. 이든이 우주를 조금 높이 고쳐 업었다. 아이는 깨지 않고 뺨만 반대쪽으로 돌렸다.

윤슬은 그 옆에서 걸었다. 가방 안의 물병이 걸음에 맞춰 작게 부딪혔다.

이든이 고개를 조금 돌렸다.

“매주 이렇게 하면 안 돼?”

윤슬은 잠든 우주의 얼굴을 봤다. 아침에 빵을 남기겠다고 하던 입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모자 챙에 눌렸던 머리카락은 아직 납작했다.

“토요일은 바빠.”

“그럼 끝나고.”

윤슬은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이든 옆에서 몇 걸음 더 걸었다.

“다음 토요일도 예약 있어.”

“응.”

“끝날 때 전화할게.”

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낮은 턱이 나오자 우주가 흔들리지 않게 발을 천천히 올렸다.

윤슬도 나란히 턱을 넘었다.

『소풍에서 셋이 손을 잡았다. 길이 넓었다. 그래서 셋이 필요했다.』

(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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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슬은 대답 대신 빵이 든 통을 우주 쪽으로 밀었다. 우주는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불고, 윤슬 앞에도 빵 한 조각을 놓았다.“엄마도 먹어.”“먹고 있어.”“더.”윤슬은 아이가 놓아 준 빵을 집었다. 예약 장부 옆 영수증이 열린 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뒤집혔다. 윤슬은 빈 통으로 한쪽 끝을 눌러 두었다.▷토요일 예약 장부에는 빈 줄이 거의 없었다.윤슬은 손님 머리에 파마 약을 바르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샴푸대에는 씻어야 할 수건이 쌓여 있었고, 다음 손님은 창가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4월 11일. 장부 위에 적힌 날짜 옆으로 하원 시간이 작게 쓰여 있었다.탁 할머니는 아침에 허리가 뻐근하다며 오늘은 계단을 덜 오르겠다고 했다. 윤슬은 우주를 데려다주고 돌아올 시간을 비워 두었지만, 앞 손님의 염색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많이 남았어요?”거울 속 손님이 물었다.“조금만 더요. 안쪽부터 확인할게요.”윤슬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풀어 보았다. 시간을 줄이려고 서두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말아 고정하고 손을 씻었다.맞은편 유리문 너머로 철구가 빈 접시를 들고 움직였다. 이든은 카운터 끝에 놓인 주문서를 보고 있었다.윤슬은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아직 번호를 묻지 않았다.기다리는 손님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문을 열었다. 골목으로 나오자 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윤슬은 건너지 않고 손으로 오라고 했다.이든은 철구에게 짧게 말을 건넨 뒤 가게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 있어?”윤슬은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오늘 하원만.”이든이 미용실 안을 한 번 보았다. 창가 손님이 잡지를 넘겼고, 파마 기계의 짧은 소리가 문밖까지 들렸다.“할게.”“4시 반. 모과 어린이집.”“알아. 길은 우주가 알려 줬어.”“선생님한테는 내가 전화할게. 네가 간다고.”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윤슬은 가위집에서 빠져나온 빗을 안으로 밀었다. 부탁은 끝났는데 손이 다른 일을 찾았다.“바쁘면 말해. 내가 손님한테 양해 구하고 가면 돼

  • 일곱 살 아들의 아빠가 돌아왔다   9화. 엄마 눈이 왜 부었어

    윤슬은 받은 빗을 선반 위에 놓았다. 빗살이 아래로 가게 놓았다가 다시 뒤집었다.맞은편 의자에 앉은 이든은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평소 손님을 앉히던 자리였다. 윤슬은 의자 높이를 낮추는 발판을 밟으려다 발을 거뒀다.“불편하면 뒤로 조금 밀어.”“괜찮아.”이든의 무릎과 윤슬의 무릎 사이에 바닥 타일의 줄이 놓여 있었다. 윤슬은 그 줄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뭐부터 듣고 싶어?”이든이 입을 열기까지 조금 걸렸다.“언제 알았어.”“네가 떠나고, 다음 달.”윤슬은 귀 뒤로 넘긴 앞머리를 다시 눌렀다.“1월 둘째 주였어. 8주라고 하더라.”이든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날짜를 세지는 않았다. 바지에 생긴 주름을 펴다가 손을 멈췄다.“혼자 갔어?”“응.”“그때도 혼자 살았잖아.”“살고 있었지.”윤슬은 의자 끝에 놓인 수건을 집었다. 손님 목에 둘렀다가 세탁하려고 빼 두었다. 접힌 자리가 어긋나 있어 모서리를 맞췄다.“전화할까 했어. 병원 나와서.”이든이 윤슬을 보았다.“안 했어.”“왜.”“말하면 돌아올 거잖아.”윤슬은 수건을 무릎에 내려놓았다.“연수고 뭐고, 다 두고 올 사람이었으니까.”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의자 팔걸이를 잡았던 손이 천천히 풀렸다.“안 왔을 거라고는 못 하겠어.”“알아.”“그래도 알았어야 했어.”윤슬은 수건 모서리에서 손을 뗐다.“응. 그건 알아.”더 보탤 말은 없었다.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놓고 소식을 전하면, 이든은 돌아올 테니까. 그걸 알고도 말하지 않은 것은 윤슬이었다.“우리 붙잡지 않기로 했잖아. 연락도 하지 않기로.”“했지.”“3년 뒤 겨울에 둘 다 혼자면 다시 보기로 했고.”이든의 시선이 선반 위 빗에 잠깐 머물렀다.“그때 말하려고 했어. 네가 돌아오면.”윤슬은 무릎 위 수건을 한 번 더 접었다. 더 작게 접을 필요는 없었는데 손이 멈추지 않았다.“그때는 우주도 같이 데리고 나갈 수 있겠다 싶었어.”“골목에 왔어?”“세 번.”짧게 답하자

  • 일곱 살 아들의 아빠가 돌아왔다   8화. 응

    우주가 골목 끝에서 한 번 더 손을 당겼다.“엄마, 여기 밝은 데.”빌라 입구의 등이 켜져 있었다. 아이는 불빛 아래로 먼저 발을 넣고 새로 짧아진 머리를 만졌다. 윤슬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현관에서 신발을 벗은 우주가 양손을 폈다.“아저씨는 뭘 기다려?”윤슬은 아이 점퍼의 지퍼를 내려 주었다.“언제?”“아까. 가게 앞에서.”점퍼 안쪽에 머리카락 하나가 남아 있었다. 윤슬은 손톱으로 집어 떼고 옷을 걸었다.“가게 문 닫고 있었겠지.”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발판을 당겼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난 뒤에도 윤슬은 현관에 서 있었다.가방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선우가 보내 준 사진이 화면에 남아 있었다. 머리가 똑같아진 두 아이가 나란히 웃고 있었다.윤슬은 화면을 끄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다.▷4월 8일 수요일 아침, 우주는 빌라 계단을 내려오며 가방 끈을 고쳐 멨다.“엄마, 이쪽.”아이가 모과나무 쪽으로 발을 돌렸다. 윤슬은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골목 바깥쪽을 가리켰다.“오늘은 저쪽으로 가자.”“또?”우주가 멈춰 섰다.그 길로 가면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접시 하나 앞을 지나게 됐다. 유리문 안에서 빵을 자르는 손이나 카운터를 닦는 이든의 등을 볼 수 있었다. 윤슬은 요 며칠 골목 어귀를 돌아서 다녔다.“여기도 길 있잖아.”“아저씨 집 앞에도 있어.”“알아.”“엄마는 왜 저 집 앞만 돌아가?”윤슬은 아이 가방에서 한쪽으로 기운 물통을 바로 넣었다. 뚜껑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엄마가 생각할 게 있어서.”우주가 윤슬의 얼굴을 올려다봤다.“걸으면서?”“응.”“그럼 천천히 가.”아이는 먼저 달려가지 않았다. 윤슬 옆에 붙어 작은 걸음으로 걸었다. 파란 운동화 앞코가 바닥의 금을 넘을 때마다 가방에 달린 고리가 흔들렸다.윤슬은 아이 손을 조금 느슨하게 잡았다.“우주는 빨리 가도 돼.”“손 잡았잖아.”우주가 잡힌 손을 들어 보였다. 윤슬은

  • 일곱 살 아들의 아빠가 돌아왔다   7화.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뭘 세

    윤슬은 공책을 덮어 가방 옆에 놓았다. 예약 장부에는 다음 토요일 오후가 한 칸 비어 있었다. 우주 머리를 깎으려고 남겨 둔 자리였다.방 안에서 이불 끌어당기는 소리가 났다. 윤슬은 장부를 닫고 아이 곁으로 갔다. 베개 아래에 눌린 머리카락을 빼 주자 우주가 잠결에 고개를 돌렸다. 귀를 덮은 머리끝이 손등을 간질였다.▷4월 4일 토요일, 우주는 미용실 의자 앞에서 두 발을 붙이고 섰다.“다음에.”윤슬은 아이 목에 두를 작은 수건을 펴 들었다.“오늘 하기로 했잖아.”“내일.”“내일도 머리는 깎아야지.”우주는 귀를 양손으로 덮었다. 머리카락까지 눌려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왔다.윤슬은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귀 안 자르는 거 알지?”“아는데.”“그럼 앉자.”“싫은 건 알아도 싫어.”윤슬은 펴 놓은 수건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예약한 손님이 늦는다는 연락을 해 와서 잠깐 틈이 났다. 그사이에 끝낼 생각이었지만 우주는 의자 가까이에도 가지 않았다.“머리가 눈 찌르잖아.”“눈 감으면 돼.”우주가 눈을 꼭 감았다. 그러고는 한쪽만 살짝 뜨고 윤슬의 손을 살폈다.가위는 아직 허리 가위집에 있었다.“엄마, 조금만 잘라.”“응. 조금만.”“조금보다 더 조금.”“먼저 앉아 봐.”윤슬은 아이를 안아 의자 위에 놓았다. 높이를 맞추려고 받침을 올리고 덮개를 펼치자 우주의 턱이 벌써 가슴 쪽으로 내려갔다.지난번에도 이 자리에서 울었다. 목에 머리카락이 붙는다고 울고, 털어 주려고 덮개를 풀면 아직 안 끝났느냐고 울었다. 윤슬은 오늘 쓸 수건을 두 장 준비해 두었다.“목에 안 들어가게 할게.”우주는 수건을 두른 목을 만졌다.“여기 다 막아.”“막았어.”“뒤도.”윤슬은 목덜미 쪽을 한 번 더 접었다. 우주가 고개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덮개를 여미고 빗을 꺼냈다.빗살이 앞머리를 지나기도 전에 아이의 어깨가 올라갔다.“아직 안 잘랐어.”“지금 자르잖아.”“빗는 거야.”우주의 입이 벌어졌다. 윤슬은 가위를 꺼내려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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