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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손 놓지 마

ผู้เขียน: 지호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22 15:35:36

포장마차를 나선 뒤, 휘웅은 끝내 삼킨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대신 지호가 뒤돌아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그가 성큼 옆으로 따라붙었다.

"같이 가."

너무 당연하다는 투였다. 지호가 뭐라 답할 새도 없이, 정신을 차려 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버스 정류장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시간은 이미 밤 아홉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지호는 초조한 얼굴로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봤다. 조금 전 헤어지려던 순간의 여운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통금. 밤 열 시. 단 한 번도 어겨 본 적 없는 약속이었다. 늦는 순간, 아버지는 정말 문을 열어 주지 않을 사람이었다.

"아직도 열 시야?"

옆에서 휘웅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지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저 진짜 큰일 나요."

"아버님 무섭네."

"엄청요."

휘웅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평한 얼굴이 괜히 얄미웠다. 지호는 괜히 휘웅을 흘겨봤다.

"오빠는 무서운 사람 없어요?"

휘웅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있지."

"누군데요?"

"우리 할머니."

지호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예요?"

"응. 우리 집 실세거든."

장난스러운 표정 하나 없이 말하는 모습에 지호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때였다.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지호의 얼굴이 굳었다.

"와…."

버스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손잡이마다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고, 버스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보였다.

지호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저걸 타요?"

휘웅은 태연하게 버스를 올려다봤다.

"타야지."

"숨도 못 쉴 것 같은데."

"다음 버스 기다리면 열 시 넘겠는데?"

그 말에 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더 큰일이었다.

결국 사람들 틈에 몸을 욱여넣듯 올라탄 순간, 지호는 곧바로 후회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밀었고, 앞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떠밀려 왔다.

"죄송합니다."

어깨와 팔이 쉴 새 없이 부딪쳤다. 겨우 손잡이를 잡았지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휘청.

몸이 뒤쪽으로 쏠리는 순간이었다.

탁.

등 뒤로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놀란 지호가 숨을 삼켰다. 커다란 그림자가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휘웅이었다.

그는 지호가 사람들 사이에 치이지 않도록 뒤를 막아 선 채,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방이 휘웅의 체온으로 가득 찼다. 코끝으로 은은한 비누 향이 스며들었다. 등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체격에 지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쿵. 쿵. 쿵.

심장이 정신없이 뛰었다.

그때였다. 버스가 커브를 돌며 크게 흔들렸다. 중심을 잃은 지호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붙잡았다.

툭.

손끝에 잡힌 것은 손잡이가 아니었다. 휘웅의 팔이었다.

"…아."

지호는 화들짝 놀라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버스는 얄궂게도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결국 지호는 휘웅의 팔을 더 세게 붙잡고 말았다.

순간, 머리 위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지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졌다.

"손 놓지 마."

그 한마디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호는 숨을 삼킨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후, 휘웅이 아무렇지 않은 듯 덧붙였다.

"사람 많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목소리였다.

버스가 멈춘 건 밤 9시 50분이었다.

"이번 정류장은 성북초교 앞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홍익대 부속중고등학교 입구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지호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휘웅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아…."

황급히 손을 떼자, 휘웅이 고개를 살짝 숙여 지호를 내려다봤다.

"다 왔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지호는 괜히 창밖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지호도 떠밀리듯 계단을 내려왔지만, 심장은 아직도 두근거리고 있었다.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조금 전, 숨소리마저 닿을 만큼 가까웠던 그 거리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몇 분 남았어?"

옆에서 걷던 휘웅이 물었다.

지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십 분이요."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리와 편의점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밤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원래라면, 지금쯤 집에 들어갈 생각뿐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조금 달랐다. 조금만 더 걸었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근데."

휘웅이 불쑥 입을 열었다.

"네?"

"너 원래 과팅 같은 데 잘 나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래?"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휘웅은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러다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지호는 걸음을 멈출 뻔했다.

"…뭐가요?"

휘웅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또 그 말이었다.

'그냥.' '신경 쓰여서.' '같이 먹을 사람 생겨서.' '손 놓지 마.'

강휘웅은 늘 그런 식이었다.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않으면서, 사람 마음만 뒤흔들었다.

어느새 집 앞 골목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호는 무심코 걸음을 늦췄다. 집까지는 이제 채 1분도 남지 않았다.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 저 들어갈게요."

지호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휘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생각보다 담백한 반응이었다. 괜히 서운해진 자신이 우스웠다.

지호가 뒤돌아 대문 쪽으로 걸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윤지호."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호가 돌아보자, 휘웅이 가방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무언가를 툭 건넸다.

당황한 지호가 얼떨결에 받아 든 것은 작은 과자 봉지였다.

포카칩.

놀이공원에서 처음 만났던 날, 휘웅이 한 손에 들고 있던 바로 그 과자였다.

지호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이걸 왜…."

휘웅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보호자님 야식."

"오빠는 왜 맨날 포카칩만 먹어요?"

"맛있잖아."

"그건 맞는데…."

휘웅은 피식 웃더니 몸을 돌렸다.

"얼른 들어가."

"네?"

"이제 곧 열 시야."

지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9시 57분.

"헉!"

지호가 황급히 대문 쪽으로 뛰어가자, 뒤에서 휘웅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간신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온 순간.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휴우…."

지호는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에는 아직도 포카칩 봉지가 들려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지호는 가방도 벗지 못한 채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휘웅을 만난 순간들이 머릿속을 정신없이 스쳐 지나갔다.

놀이공원. 경주. 종이비행기. 과팅. 엘리베이터. 그리고 버스 안에서 들었던 그 한마디.

'손 놓지 마.'

지호는 베개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심장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부르르.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지호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열었다.

[포카칩 다 먹으면 연락해.]

문자를 읽은 지호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몇 초 뒤,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 먹으면 또 만나야겠네.]

지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혼자 웃었다.

문득 손에 들린 포카칩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뜯지도 않은 채였다. 무심코 봉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지호는, 뒷면에 무언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작게 접힌 냅킨 한 장이었다. 아까 포장마차에서 봤던,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여 있던 그 얇은 종이 냅킨.

지호의 손끝이 멈칫했다.

'이게 뭐지…….'

조심스럽게 냅킨을 떼어 낸 순간, 심장이 다시 세게 뛰기 시작했다. 급하게 눌러 쓴 듯한 손글씨가 얇은 종이 위로 살짝 비쳐 보였다.

왠지 오늘 밤은, 정말로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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