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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란히 올린 손가락, 그리고 반쪽짜리 미소

ผู้เขียน: 오필리아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05 21:00:04

"당장 데뷔해도 되는 게 아니라… 데뷔할 뻔했지."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전학 오기 전에 나 기획사 연습생이었거든."

"여, 연습생?! 네가?"

"어. 근데… 내가 사고 쳐서 짤렸어."

건조하게 툭 던진 그 말끝에, 평소의 독기 대신 묘하고도 깊은 씁쓸함이 묻어났다.

"사고? 무슨 사고를 쳤는데?"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더 묻자, 시은이는 미간을 짚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몰라. 갑자기 머리 아프다. 숙취가 아직 덜 깼나 봐."

그녀는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몸을 돌려, 펴져 있던 얇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벽을 향해 돌아누운 그녀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어젯밤의 그 슬픈 노래와, 방금 전 씁쓸하게 내뱉은 '사고'라는 단어가 그녀의 가장 깊은 상처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그녀가 깨지 않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조용히 빈 그릇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마쳤다.

돌아보니, 시은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낡은 의자를 조심스럽게 빼고 앉아 컴퓨터를 켰다.

웹서핑을 하며 화면을 넘기다, 스피커 볼륨을 완전히 음소거로 돌려놓고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평소 혼자 하던 컴퓨터 게임을 실행했다.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조차 낼 수 없어, 오직 키보드 방향키만 조심스럽게 누르며 화면 속 캐릭터를 움직여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재밌냐?"

"헉!"

등 뒤에서 불쑥 들려온 잠긴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

뒤를 돌아보니, 부스스하게 헝클어진 머리를 한 시은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내 모니터 화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 시은아! 깼어? 내가 게임 소리 내서 깬 거야?!"

"아니. 푹 잤어."

시은이는 눈을 비비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화면 속에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장애물을 피하며 모험을 하는 2D 플랫포머 게임을 유심히 보던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야. 혼자 하니까 재밌냐? 이거 2인용 돼?"

"어? 어, 키보드 하나로 같이 할 수 있긴 한데…."

"비켜봐."

시은이는 방구석에 있던 보조 의자를 쑥 끌어당기더니, 내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비좁은 책상. 플라스틱 키보드 하나 위에 두 사람의 손이 나란히 올라갔다.

"넌 방향키 해. 난 이쪽."

어깨와 어깨가 틈도 없이 부딪쳤다.

타이밍을 맞춰 점프를 뛸 때마다 그녀의 뜨거운 손등이 내 손가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 쫌! 거기서 뛰어야지, 바보야! 아씨, 또 죽었잖아!"

화면 속 캐릭터가 용암에 빠질 때마다 그녀는 내 팔뚝을 찰싹 때리며 악을 썼다.

남의 멱살을 쥐어뜯던 그 억센 손이, 지금은 고작 2D 플래시 게임 하나에 핏대를 세우며 스페이스 바를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었다.

모니터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나는 방향키를 쥔 손가락에 축축하게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

"아, 눈 아파. 그만하자. 야, 배고프다. 치킨 시켜."

시은이가 기지개를 켜며, 자신의 지갑에서 카드를 하나 꺼내 내 책상 위로 툭 던졌다.

"어? 시은아, 치킨은 내가…."

"잔말 말고 시켜. 내가 오늘 푹 잔 자릿세 내는 거니까.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플라스틱 카드를 무심하게 툭 던지는 그녀를 보며,

나는 문득 머릿속 한구석을 맴돌던 묵직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태호 패거리 녀석들이 내 자취방에 몰려와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일 때마다,

그 많은 캔맥주와 안줏거리를 늘 자기 돈으로 턱턱 계산했던 것도 그랬다.

지금처럼 비싼 배달 음식을 망설임 없이 쏠 때도 마찬가지였고,

무엇보다 저 밖에 세워진,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의 듀카티 오토바이까지.

집을 나와 홀로 자취하는 18살이 도대체 이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하는 걸까.

설마 진짜 소문대로 다른 애들의 돈을 뜯어서 생활하는 걸까?

아니, 며칠 전 바다에서 티 없이 맑게 웃던 그 학생증 속의 시은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서늘한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기엔, 지금 이 비좁은 방 안의 평화로운 공기를 깨뜨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마 후, 방 안은 고소한 튀김 냄새로 가득 찼다.

작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나와 시은이는 마주 앉아 닭 다리를 하나씩 뜯었다.

"야, 윤태경. 너 먹는 거 보면 진짜 며칠 굶은 똥개같이 먹는다."

시은이가 입가에 양념을 묻힌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 나 너무 게걸스럽게 먹어?"

"아니. 복스럽게 잘 처먹는다고. 내 셔틀 하려면 그 정도는 먹어둬야지."

그녀는 무심한 척 닭 날개를 뜯으면서도, 콜라 캔을 따서 내 앞으로 슬쩍 밀어주었다.

툭툭 던지는 짓궂은 농담 사이로, 그녀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치킨을 우물거리며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획사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과거의 '사고'가 무엇인지, 그 많은 생활비는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여전히 그녀의 등 뒤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짙은 그림자가 겹겹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에서 콜라를 들이켜며 나를 보고 또 한 번 피식 웃어주는 저 낯설고도 맑은 미소가, 나는 그저 참 보기 좋았다.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언젠가 그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그냥 지금처럼 마주 앉아 실없이 웃어주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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