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이
약혼자와 절친이 먹인 약 기운에 취해 연성 최고 재벌의 초호화 스위트룸에 억지로 끌려 들어가면서 나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네.”
약혼자는 내가 죽을 때가 되어 헛소리를 한다 여겼는지, 내 턱을 사정없이 쥐어틀었다.
“이 년아, 우리 회사의 생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걸려 있어!”
“하 회장한테 수년간 품어온 첫사랑이 있다는데, 네 얼굴이 딱 그 여자랑 닮았거든. 그러니까 고분고분 그분 기분 잘 맞춰드려. 프로젝트만 성사되면 너한테도 돈 몇 푼 던져줄 테니까!”
절친도 옆에서 입을 가리며 낄낄거렸다.
“맞아. 하 회장님을 모시는 건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받은 복이니까 주제도 모르고 튕기지 마.”
약효가 퍼지자 나는 금빛 문 너머로 사정없이 밀쳐졌다.
다만 가죽 소파에 기댄 채 차가운 냉소를 머금고 있는 나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대역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는 그 하 회장이, 사실은 내 친아빠였으니까.
오늘, 그들은 제 손으로 나를 아빠 품에 안겨 준 셈이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진짜 산지옥이 무엇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