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한 지 10년이 되는 해
연애한 지 7년이 되던 해, 고아린은 자신이 4년 동안이나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약혼을 깨고, 늘 따라붙던 착한 여자니 단정한 여자의 틀을 벗어던졌다.
그렇게 고아린은 다시 태어났다.
아름답고, 차갑고, 누구의 그림자도 아닌 사람으로.
사실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성북시의 그 까다롭고 고고하기로 유명한 남자, 강도윤은 언제부터인지 자꾸 옆에 나타났다.
늘 적당히,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고아린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듯 들어왔다.
솔직히 고아린은 알 수 없었다.
그가 왜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도대체 무슨 의도로 다가오는지.
고아린이 모르는 사이에 강도윤이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조용히 그녀를 기다려왔다는 걸 티도 안 내면서.
성북시 명문가의 후계자, 강도윤.
그는 상류 사회에서 손꼽히는 완벽한 신사였다.
가문의 규율 321조가 그의 뼛속에 새겨져 있을 만큼 절도 있고, 냉정하며, 단 한 치의 흠도 없는 남자.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강도윤은 이미 10년째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고아린.
그가 보는 건 언제나 그녀뿐이었다.
고아린이 비열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작은 미소 하나에도 아파하던 그 시간 동안 강도윤은 단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았다.
그는 가문의 규율을 지키며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고아린이 결국 모든 걸 버리고 떠나버렸다.
그때야 강도윤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성북시 사람들은 모두 안다.
강씨 가문의 강도윤은 구슬처럼 맑고 단정한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고아린은 안다.
그 단정함 뒤에, 절제된 미소 아래에 얼마나 깊고 광기 어린 열망이 숨어 있는지.
어느 날, 전 남자 친구가 찾아와 후회한다며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순간 강도윤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한걸음에 고아린을 벽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
“아린아, 전 남자친구는 이제 보지 마. 나 진짜 미쳐버릴지도 몰라. 강씨 가문의 가훈 제321조에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어. 하지만 상대가 너라면 난 죄인이 되어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