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나는 남편 차경후를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제나의 생일날, 사랑하는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촛불이 반짝이는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차갑고 무정한 경후는 제나의 마음을 짓밟고 무자비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알고 보니,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은 단지 제나에 대한 차경후의 복수극에 불과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하제나는 더 이상 남편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180도 달라진 제나의 태도에, 흔들리기 시작한 건 오히려 강후였다. “기억 잃은 척한다고 내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아? 이혼은 꼭 할 거야.” 그의 냉담한 선언에도 제나는 흔들림 없었다. “그래, 미룰 것 없지. 당장 내일 해. 누가 먼저 안 나오는지 두고 보자. 내일 안 나오면, 사람도 아니야. 개야, 개.” 그리고 다음 날, 당당히 그의 문을 두드리는 제나. “차 대표님, 이혼하러 가시죠.” “...멍.” 경후는 말 대신, 조용히 개소리를 냈다. ... 남들이 다 알고 있었다. 하제나가 차경후를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걸. 그러나 정작 차경후만은, 모두가 아는 그 사랑을 너무 늦게야 깨닫게 된다. 이미 그는 ‘하제나’라는 여자에게 중독되어 있었다.
View More경후의 동작은 번개처럼 빨랐다. 제나가 침대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남자의 두 팔이 단단히 그녀를 받아냈다.“왜 그래, 악몽이라도 꾼 거야?”맑고 차가운 시냇물 같은 목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렸다. 달빛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뚜렷하면서도 어딘가 희미하게 흔들려 보였다.평소 같았으면, 경후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나는 큰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경후의 얼굴을 본 순간, 제나의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공포심이 치밀어 올랐다.“놔... 놔줘!”제나는 정신이 나간 듯, 남자의 품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경후가 출장을 간 뒤로, 그는 제나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오랫동안 부부로 지내온 제나에게 그 변화는 너무도 명백했다.경후의 평소 요구와 습관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거리를 둔 적은 없었다.그뿐이 아니었다. 요즘엔 경후가 먼저 제나를 안아 잠들던 일조차 사라졌다.심지어 두 사람 사이가 최악이던 시절에도, 경후는 밤이면 제나를 꼭 끌어안고 잤다.하지만 최근의 그는 이전과 정반대였다. 제나에게 닿지 않고, 안아주지도 않으며, 냉정과 다정 사이를 오갔다.‘차경후...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의심의 씨앗이
문득, 제나의 시선이 경후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 닿았다.제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저건... 경후가 평소 쓰던 기종이 아니었다.‘차경후가... 두 대를 쓰고 있었어?’함께한 시간이 짧지 않은데, 제나는 저 핸드폰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남자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두 개의 핸드폰을 쓸까?답은 뻔했다.제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소리 없이 경후 앞에 다가갔다. 시선은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 고정됐다.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일까?경후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확 들렸다.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제나를 포
경후의 시선이 바닥을 스쳤다.산산조각 난 스탠드가 눈에 들어오자, 그가 낮게 물었다.“이게 뭐야?”제나의 눈빛에 순간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어젯밤에... 내가 실수로 건드려서 떨어졌어. 시간이 늦어서 그냥 두고 잤어.”제나는 애써 차분한 목소리를 냈지만, 시선을 끝내 그에게 맞추지 못했다.‘제발 더 묻지 마...’“당신은... 언제 들어왔어?”“아침.”경후의 표정은 담담했고,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제나는 차마 어젯밤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못했다.“당신은 다이닝룸 가서 아침 먹어. 난 방 정리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미친X을 끌어들인 거야...’제나는 몸이 떨렸다.“변태라 욕할수록... 난 더 좋아.”가면남의 목소리는 달빛처럼 서늘하게 흘렀고, 그 가면은 음산한 빛을 반사하며, 끝없는 악몽 속 괴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잠시의 정적 뒤, 가면남이 불쑥 물었다.“살고 싶어?”제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조건이 있겠죠?”“맞아.”가면남은 담담하게 이어갔다.“차경후의 비밀, 그리고 사업 기밀을 빼내 와. 그럼 널 놓아주지. 어때?”“헛소리하지 마요!”제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분노가 얹혀
가면남이 한 발, 한 발 다가올 때마다, 제나의 심장은 죄어들 듯 요동쳤다.“내 전화를 차단했으니... 이렇게 직접 올 수밖에 없잖아.”그 목소리엔 즐기는 듯한 여유가 섞여 있었다.‘미친X... 진짜 또라이야.’제나는 숨이 가빠졌다. 가면남의 기척이 가까워질수록, 억눌러 두던 공포도 터져 나오려 했다.결국 제나는 참지 못하고 침대 옆 탁자 위의 스탠드를 움켜쥐었다.그리고 있는 힘껏, 가면남을 향해 내리쳤다.가면남은 몸을 살짝 비틀며 피했다.쾅!스탠드는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방 안을 밝히던 마지막 불빛도 함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