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하는 이혼
구도현과 결혼한 지 8년.
매년 결혼기념일만 되면 구도현은 항공사에서 갑자기 비행 스케줄이 잡혔다며 집을 비웠고 돌아올 때면 값비싼 귀걸이를 선물하며 내 마음을 달래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 결혼기념일, 나는 우연히 구도현과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도현아, 너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윤채희랑 같이 있잖아. 네 아내는 아직도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애가 생길 리가 있나. 집에 가서 남겨 주는 게 얼마나 된다고.”
구도현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채희는 나 하나 믿고 모든 걸 버리고 왔어. 그러니까 내가 책임지고 가정을 만들어 줘야지.”
“내 아내는... 유산한 뒤로 마음이 완전히 식었어. 때가 되면 이혼하자고 할 거야. 불공평하긴 하겠지만 돈으로 충분히 보상해 주면 되겠지.”
하지만 구도현에게 그럴 기회가 있을지는 몰랐다.
바로 그 결혼기념일, 나는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았으니까. 구도현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도 더는 그 사람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구도현, 이제 우리 서로 놓아주자. 앞으로는 다시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