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내와 첫사랑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남편은 누구를 구할까?
변도영은 주저하지도 않고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떠났다.
그날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와 신지아의 마음도 죽어버렸다.
단 한 장의 계약서로 그녀는 원하던 대로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신지아가 변도영과 첫사랑 사이를 갈라놓고 빼앗아 얻은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녀는 굳게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만 바라보겠지.’
하지만 아직 3개월도 채 되지 못한 아이를 직접 묻어야 했던 그날, 신지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혼하자.”
한 장의 서류로 모든 인연은 끝났고 두 사람은 이제 남남이 되었다.
3개월 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상을 받는 신지아.
그 순간, 늘 무심하던 변도영의 시선은 그녀에게 3초간 머물렀다.
그러고는 담담히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 아내입니다.”
“아내라고요?”
신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변도영 씨, 저는 지금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죠.”
늘 차갑고 냉정하던 남자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버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전 아내라고? 헛소리하지 마. 난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어!”
결혼 40년 차 남편이 첫사랑과 욕조에서 무드를 잡다가 감전사를 당하게 되었다.
가족밖에 모르던 나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예령아, 네 아빠랑 안정미가 감전되어서 목숨이 간당간당한데...”
하지만 들려오는 거라고는 지예령의 호통 소리뿐이었다.
“엄마, 징그럽게 왜 그래요? 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
“아빠랑 정미 이모는 평생을 떳떳하게 살아온 분들인데 왜 헐뜯지 못해 안달이죠? 엄마 때문에 선우가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딸은 전화를 끊었고, 다시 연락했을 때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욕조에서 꼭 끌어안고 기절한 두 남녀를 바라보자 당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여보, 당신이 없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지성 그룹 같은 대기업을 물려받으면 긴장한 마음에 잠도 못 이룰 것 같은데 말이야.
시어머니가 심장 발작을 일으킬 때 내과 전문의인 나의 남편은 첫사랑이 키우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걸어 얼른 돌아와 시어머니를 치료하라고 했으나 들려오는 건 차가운 말뿐이었다.
“임서영, 너 정말 돌았어? 지금 나 집 돌아오라고 우리 어머니까지 저주해?!”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시어머니는 결국 수술대 위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그러나 나의 남편은 첫사랑과 함께 콘서트 구경하러 갔다.
다음 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내가 안고 있던 유골함을 보더니 화를 내면서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나에게로 던졌다.
“유나가 우리 어머니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알아? 우리 어머니를 위해 새 옷도 샀다고. 넌 우리 어머니 며느리라는 사람이 우리 어머니를 끌어들여 가식적인 연기할 줄 밖에 모르냐?”
나는 헛웃음만 나왔다.
시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대체 어떻게 선물한단 말인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암 투병 중인 6살짜리 아들 도윤이는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갔다. 아이는 크리스마스날 아빠의 선물을 몹시 갈망하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남편에게 전화해댔지만 돌아오는 건 짜증 섞인 남편의 고함뿐이었다.
“왜 맨날 전화질이야? 나 그냥 유리네 집 강아지 초코를 찾고 있다고 했잖아. 이런 것까지 간섭해야겠어?!”
“초코 못 찾으면 유리 엄청 슬퍼할 거라고!”
초코? 남편 첫사랑 한유리의 강아지를 찾는 중이라고?!
나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아들 임도윤이 오늘 밤을 넘길 것 같지 못하다고 남편에게 알렸다. 그런데 남편이란 자가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 반보영, 내가 모를 줄 알아? 도윤이가 다 너한테서 몹쓸 버릇 배운 거잖아! 걔가 갑자기 초코를 걷어차지만 않았어도 초코가 도망칠 리가 있겠어? 내일 당장 도윤이더러 유리한테 사과하라고 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눈물을 머금고 아들과 함께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다음날 남편의 SNS는 여전히 개를 찾는 내용으로 도배됐다.
다만 나의 SNS는 아들을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10년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나는 진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다.
사실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게 될 일들을 모두 미리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는 나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거침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족들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오빠들이 나에게 말했다.
“네가 우리 친동생이긴 하지만, 우리에겐 여동생은 미소밖에 없어. 그러니까 친한 척하지 마.”
‘내가 이 집 아이로 태어난 걸 보니,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었나 보네.’
오빠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미소는 착하고 마음이 여린 아이니까, 미소의 것들을 빼앗을 생각은 하지 마.”
‘그 착하고 마음이 여린 아이가 진씨 가문을 망하게 만들고, 널 끝까지 가지고 놀았거든.’
오빠들은 표정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내가 아이를 낳는 과정을 녹화해서 불법 음란 사이트에 올렸다.
동영상은 빠르게 전파되어 나는 심각한 사이버 폭행을 당했다.
부모님은 이 일로 변호사를 불러 나를 위해 소송을 걸었지만 더 큰 충격과 보복을 불러오고, 결국 극단주의자의 차에 깔려 죽었다.
갓 아이를 낳은 나는 허약한 몸을 지탱하고 엄마 아빠의 원한을 갚으려 했다.
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가 연합하여 한밤중에 나를 문밖으로 내쫓고 짐승만도 못한 자들을 불러서 산후조리를 받고 있어야 할 날 모욕하고 죽였다.
내가 죽은 후 남편은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사인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내 시체를 야산에 아무렇게나 묻어 버리고 흙더미를 향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이러는 건 다 너 잘살라고 그러는 거야. 네가 고마워하지 않으니 내가 모질다고 탓하지 마.”
다시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아이를 낳았던 그 날로 돌아가 있었다.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결혼을 하더라도 밤새도록 소란을 피워 이웃들의 불만을 사지 말아 달라는 다소 완곡하지만 분명한 항의였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남자 친구도 없는데 무슨 결혼을 했다는 거죠?”
내가 인정하지 않자, 관리사무소에서는 아파트 CCTV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속 복도는 결혼식 장식으로 화려했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신부가 신혼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신랑은 2년 반 전에 헤어진 나의 전 남자 친구였다.
나의 여자친구는 계속 나의 부모님과 만남을 피하고 있다.
그런데 전 남자친구의 예비 신부로 연기를 하면서 전 남자친구의 가족과 상견례까지 했다.
심지어 상견례 장소는 내가 그녀와 함께 살자고 마련한 신혼집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내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내 먼 친척 동생이었다.
여자친구는 날 모르는 척하면서 다정하게 친척 형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 집은 제 남편이 일시불로 산 거예요.”
친척들은 모두 입 모아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들킬까 봐 겁이 났던 여자친구는 몰래 나에게 경고했다.
“친구의 부탁으로 연기하는 것뿐이니까 망칠 생각은 하지 마. 끼어든 순간 우린 헤어지는 거야.”
난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축복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내 동생이 나랑 안목이 똑같네. 집도 그렇고 여자 취향도 말이야. 내가 웨딩용품 좀 싸게 들여왔는데 그것도 네 마음에 쏙 들 것 같으니까 선물로 줄게.”
나의 여자친구는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