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옷을 벗다
지고지순하고 달달한 치유 사랑극
대하진과 육명장이 처음 마주한 날, 노부인은 말했다.
“너보다 한 항렬 위이니, 삼촌이라고 부르거라.”
육명장은 무심히 덧붙였다.
“불편하게 여기지 마라. 여길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노부인의 말씀대로 삼촌이라고 부르거라.”
훗날, 대하진이 그의 앞에서 간절하고 애처롭고 가련하게 청할 때도, 그는 아무 미동도 없었다.
대하진은 온기 없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삼촌 어째서 저를 아껴주지 않나요?”
육명장의 눈썹이 움찔였다.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좋다.”
그녀가 아껴달라 청하니, 그는 참으로 은밀한 방식으로, 그녀를 뼛속까지 아껴주었다.
그후, 대하진은 가장 절체절명의 순간에 떨리는 목소리로 삼촌을 외치게 되었다.
그녀는 상상조차 못 했다.
언젠가 이 사내가 그녀의 귓가에 낮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발돋움하지 말아라, 지아비인 내가 네게 맞춰 고개를 숙일 테니.”
훗날, 그녀가 위풍당당히 높은 자리에 앉았을 때, 원한 가졌던 자들은 그녀 앞에 무릎 꿇고, 대부인께 올리는 차를 공경히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