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결혼 3년 동안, 허아연이 제일 많이 한 일은 주현우의 바람기 수습이었다.
또다시 주현우의 스캔들을 수습하던 날, 주현우가 다른 사람과 함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비웃는 걸 듣게 되었다.
그 순간, 허아연은 더 이상 이런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혼 서류를 내밀자 주현우는 냉정하게 말했다.
“허아연, 주씨 가문에는 사별이 아닌 이상 이혼은 없어.”
그러다 한 번의 사고로 허아연은 주현우 앞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주현우의 세상에서 사라졌다.
*
2년 뒤, 일 때문에 서울로 돌아온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강성 안씨 가문, 안시연이라고 해요.”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본 순간,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주현우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광적인 구애가 시작되었다.
“시연아, 오늘 저녁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
“시연아, 액세서리 세트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시연아, 보고 싶어.”
허아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주현우 씨, 다시는 결혼 안 한다고 들었어요.”
주현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허아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시연아,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