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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보고 싶으면 간다

ผู้เขียน: Jino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15 08:41:13

부산 2주 운영 매뉴얼 제7항(추가). 보고 싶으면 간다. 공수 따지지 않는다.

(작성: 차이현. 작성 장소: 서울발 부산행 고속열차 11호차. 글씨가 처음으로 조금 흔들렸다. 기차 탓이었다.)

서윤이 부산으로 떠난 월요일, 이현은 깨달았다.

12층 회의실은 조용하면 넓었다.

오전 열 시, 까치 2차 업데이트 문구 검토 회의. 서윤의 자리에는 민지가 앉았다. 민지는 서윤의 기획서 양식을 열고, 서윤의 말투로 발표를 시작했다. 연습을 한 게 분명했다.

"냅킨색 선택 시 안내 문구는 '따뜻한 종이색'으로 하겠습니다."

"'따뜻한'은 주관적이에요." 이현이 노트북을 반쯤 덮었다. 습관이었다. "유저마다 느끼는 게 달라요."

"주관적인 게 감성이에요." 민지가 말했다.

"감성이랑 정보는 다르죠."

"결과는 같죠."

이현은 말을 멈췄다. 민지를 봤다. 민지는 태연하게 서윤의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있었다. 서윤이 부산에 안 가져간 여분이었다.

"……그거 누구 대사예요?"

"선배가 작년 추석 회의 때 하신 말이요. 제가 씨름 방에 다 정리해 놨거든요. 반박 대응집이요."

회의실 사람들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팀장만 마시지 않았다. 팀장은 턱을 괴고 이현을 보고 있었다.

회의는 이십 분 만에 끝났다. 민지의 반박 대응집은 훌륭했다. 서윤의 문장을 정확히 옮겼다. 그런데 이현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한 번도 지지 못했다. 이상한 회의였다. 공을 던지면 벽이 받아 주긴 하는데, 벽이라서 공이 그대로 돌아왔다. 서윤은 늘 다른 각도로 돌려보냈다.

회의가 끝나고 팀장이 이현을 불러 세웠다.

"차 선임."

"네."

"얼굴이 흐리다. 반박할 사람이 없으니까."

"……멀쩡합니다."

"멀쩡한 사람은 회의록에 '정 선임 복귀 후 재논의'를 여섯 번 안 쓴다."

이현은 회의록을 봤다. 여섯 번이었다. 그는 파일을 닫았다.

화요일, 수요일은 비슷했다. 낮에는 냅킨색을 테스트했고, 밤 아홉 시에는 화면 속 서윤을 봤다. 화면 속 서윤은 파란등대 사람들이 반대를 안 한다고 투덜거렸다. 이현은 그 투덜거림이 좋았다. 자기가 없는 곳에서 자기 역할이 비어 있다는 뜻이었다.

수요일 밤에는 등대 사진이 왔다. 설명 없이. 이현은 그 사진을 오래 봤다. 불빛이 지나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찍은 사진이었다. 기다렸다는 게 보였다. 그는 불빛 주기를 물었다. 낭만이 없다는 답이 왔다. 사진은 사진첩 맨 위로 옮겼다. 연애 기획서 사진 위에.

그리고 목요일 저녁 여덟 시 사십 분, 테스트 서버가 본 서버의 데이터베이스를 건드렸다.

장애는 세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현은 모니터 네 개 앞에서 로그를 따라갔다. 아홉 시가 지나가는 걸 알았다. 휴대폰이 한 번 울렸다가 끊기는 것도 알았다. 받을 수가 없었다. 두 손이 다 키보드 위에 있었다.

열한 시 반에 복구가 끝났다. 이현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메신저를 열었다. 사과를 적었다. 할머니한테 답을 적었다. 그리고 한 줄이 왔다.

[정서윤: 기다렸어요.]

이현은 그 네 글자를 오래 봤다.

그 기분을 알았다. 1월에 3주 동안 알았다. '할 말 있어요'에 '야근이에요'가 돌아오던 밤들. 기다리는 쪽의 시간은 공수 계산이 안 됐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 이 기분을 모르면 좋겠다고.

그런데 오늘 그가 그 기분을 줬다.

답을 길게 쓰려고 했다. 미안하다고, 보고 싶었다고, 오늘 장애 로그 사이사이에 화면 구석의 시계를 몇 번 봤는지. 쓰다 보니 한 문장이 자꾸 끼어들었다. '내일 갈게요.' 그 문장을 쓰면 안 됐다. 쓰는 순간 서윤은 '오지 마요, 피곤한데'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부 지우고 두 글자만 보냈다.

[이현: 알아요.]

그리고 기차표를 예매했다. 금요일 오후 세 시 사십 분. 서울발 부산행.

금요일 오전, 이현은 팀장 자리 앞에 섰다.

"오후 반차 쓰겠습니다."

팀장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유."

"……개인 사정입니다."

"사유 칸에 개인 사정이라고 쓴 사람은 대부분 부산 간다."

"대부분이요?"

"이번 분기엔 한 명." 팀장이 결재 버튼을 눌렀다. "가라. 방장 명령이다. 대신 월요일 회의 때 얼굴 흐리면 안 된다."

기차 안에서 이현은 매뉴얼 사본을 꺼냈다. 마지막 장. 제7항. 공란. 필요 시 추가.

처음 이 칸을 비워 둘 때는 무슨 필요일지 몰랐다. 비상 연락망이나 태풍 대비 같은 걸 생각했다. 지금은 알았다. 그는 볼펜을 꺼냈다. 기차가 흔들렸다. 글씨가 처음으로 조금 삐뚤어졌다.

'제7항. 보고 싶으면 간다. 공수 따지지 않는다.'

다 쓰고 나서 읽어 보니 매뉴얼에서 제일 짧은 항목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공수를 따지지 않는 항목이었다. 5년 동안 모든 걸 공수로 말해 온 사람이 쓴 문장치고는 이상했다. 이상해도 고치지 않았다.

부산역에 도착한 건 저녁 여섯 시 반이었다. 이현은 서윤의 숙소 주소를 알았다. 매뉴얼 제5항에 자기가 적어 넣은 주소였다. 숙소 앞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파라솔이 있었다. 회사 앞과 같은 체인이었다.

그는 파라솔 아래에 앉았다. 일곱 시였다. 서윤은 보통 여덟 시면 퇴근한다고 했다.

여덟 시가 됐다. 서윤은 오지 않았다.

아홉 시에 영상통화 알림이 울렸다. 서윤이었다. 이현은 받지 않았다. 받으면 뒤에 보이는 파라솔 때문에 들킬 것이다.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통화 조금 늦게 해도 돼요?' 답이 왔다. '저도 아직 회의 중이에요. 파란등대가 드디어 두 번째로 안 된대요.'

아홉 시 반, 편의점 직원이 나왔다. 온장고 캔 커피를 하나 테이블에 놓았다.

"손님, 두 시간 반째 앉아 계셔서요. 서비스예요."

"……감사합니다."

"누구 기다리세요?"

"회의하는 사람이요."

직원이 이해한다는 얼굴로 들어갔다. 열 시 반에 캔 커피가 하나 더 나왔다. 이현은 서윤이 좋아하는 복숭아 맛 맥주를 샀다.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캔 겉면에 물방울이 맺혔다가 말랐다. 두 번.

열한 시 정각이었다. 골목 끝에 누가 나타났다. 코트 깃을 여미고, 목도리는 안 하고. 새 바퀴를 단 캐리어 대신 서류 가방을 들고.

서윤이 걸음을 멈췄다. 이현은 손을 들었다. 흔들지 않았다. 흔들면 손이 떨리는 게 보일 것 같아서.

서윤은 뛰지 않았다. 대신 아주 빨리 걸어왔다. 회의실에 늦었을 때처럼.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섰다.

"……왜 왔어요."

"제7항이요."

이현은 매뉴얼 사본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서윤은 그걸 가로등 불빛에 비춰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삐뚤어진 글씨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글씨가 흔들렸어요."

"기차가 흔들렸어요."

"몇 시부터 여기 있었어요?"

"……좀 전에요."

편의점 문이 열리고 직원이 고개를 내밀었다. "손님, 네 시간 기다리신 분 오셨어요? 다행이다."

서윤이 이현을 봤다. 이현은 캔 커피를 봤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5년 동안 처음으로, 증인이 너무 확실했다.

"……바보예요?"

"개발자예요."

서윤이 웃었다. 웃다가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그녀는 의자에 앉지 않고, 테이블을 돌아와 그의 코트 깃을 잡았다. 그리고 이마를 그의 어깨에 댔다. 왼쪽 어깨였다.

"어제 '알아요' 두 글자만 보내서 서운했어요."

"알아요."

"또 두 글자예요."

"길게 쓰면 온다고 말할 것 같아서요. 말하면 오지 말라고 하실 거고."

"……했을 거예요."

"그래서 안 썼어요. 반박당하기 싫어서."

바닷바람이 파라솔 천을 흔들었다. 서윤은 한참 그대로 있었다. 이현은 그녀 머리 위로 편의점 간판을 봤다. 서울과 같은 파란 간판. 그 불빛 아래 서 있으니 여기가 부산인지 서울인지 헷갈렸다. 헷갈려도 괜찮았다. 어느 쪽이든 옆자리였으니까.

토요일 낮에는 시장에 갔다. 어묵 가게 앞에서 서윤이 꼬치 두 개를 샀다. 국물을 종이컵에 가득 받아 이현에게 내밀었다. 김이 솟았다.

이현은 받자마자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그대로.

"식혀서 마시라니까요." 서윤이 말했다. "텀블러에 써 준 거 안 읽어요?"

"읽어요. 매일요."

"근데 왜 안 지켜요."

"서윤 씨가 옆에 있을 땐 식혀 주시잖아요."

서윤이 대답 대신 그의 종이컵을 뺏었다. 입김을 세 번 불었다. 그리고 돌려줬다. 이현은 그걸 받아 들고 한참 가만히 있었다. 어묵 가게 할머니가 둘을 번갈아 보더니 꼬치 하나를 서비스로 얹어 줬다.

"신혼인가 보네."

"아니요." 서윤이 말했다.

"아직요." 이현이 말했다.

서윤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현은 식은 국물을 마셨다. 딱 좋은 온도였다. 어묵 가게 할머니는 '아직'이라는 말에 꼬치 하나를 더 얹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등대에 갔다. 이현은 불빛 주기를 쟀다. 휴대폰 초시계로. 10초. 오태주의 말이 맞았다. 서윤은 옆에서 낭만이 없다고 했다. 이현은 초시계를 멈추고, 불빛이 한 바퀴 더 돌아오는 10초 동안 서윤을 봤다. 불빛이 지나갈 때 그녀가 눈을 감았다. 10초보다는 짧았다. 그믐의 평상보다는 조금 길었다.

일요일 저녁, 돼지국밥집에서 오태주와 마주쳤다. 오태주는 둘을 보자마자 박수를 쳤다.

"차 리드! 드디어 등대 봤어예?"

"네. 10초였습니다."

"그걸 쟀어예?" 오태주가 웃다가, 국밥 그릇을 들고 둘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숟가락을 든 채 말했다. 농담 같은 목소리였는데, 눈은 농담이 아니었다.

"두 분. 이번엔 둘 다 부산 어때요? 기획 리드랑 개발 리드. 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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