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만삭이 되어 곧 출산을 앞둔 날, 남편 성기상은 사람을 시켜 나를 지하 창고에 가둔 뒤, 아이를 어떻게든 참으라고 명령했다.
형수 하효진의 출산 예정일 역시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성기상은 오래전 세상을 떠난 형과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성씨 가문에서 가장 먼저 태어나는 아이를 후계자로 삼아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하효진의 아이가 반드시 먼저 태어나야 해.”
성기상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형수는 남편도 잃었고 이제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넌 이미 내 사랑을 전부 받고 있잖아. 그러니 재산 정도는 형수 아이에게 양보하는 게 맞아.”
점점 심해지는 진통에 나는 바닥을 뒹굴 만큼 괴로웠다.
눈물을 흘리며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성기상은 내 눈가의 눈물을 손끝으로 가볍게 닦아주며,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연기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원하는 건 돈과 지위뿐이잖아.”
“일부러 조산까지 하면서 조카가 받을 몫을 빼앗으려 해? 어떻게 그렇게까지 악독할 수 있지?”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는 내가 조절할 수 없어. 조산도 정말 우연이었어. 맹세할게. 나는 재산 따위는 필요 없어.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하지만 성기상은 차갑게 웃었다.
“정말 날 사랑했다면 형수에게 아이의 상속권을 포기하라는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겠지. 기다려. 형수 아이만 무사히 태어나면 돌아올게. 그래도 네 배 속에 있는 건 내 핏줄이니까.”
성기상은 끝내 하효진의 분만실 앞을 지켰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내 존재가 떠올랐다.
성기상은 곧바로 김용우에게 나를 병원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온 김용우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모님과 아이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성기상은 미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