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강지연과 온하준의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 온하준의 첫사랑이 귀국했다.
그날 밤, 강지연은 온하준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첫사랑의 이름을 부르며 홀로 화장실에서 욕망을 해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온하준이 5년째 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구나.’
온하준이 말했다.
“강지연, 하나 혼자 돌아와 있는 게 불쌍하잖아. 나는 친구로서 도와주는 거야.”
“알았어.”
온하준이 또 말했다.
“강지연, 오늘 연회에는 내놓을만한 비서가 필요해. 하나가 너보다 잘할 것 같아.”
“그래, 데리고 가.”
강지연이 더 이상 화내지 않고, 울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을 때, 온하준이 도리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 왜 화를 안 내?”
화가 안 나니까 내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강지연은 떠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은 고이다 못해 썩은 물과 같았다. 그녀는 그동안 몰래 영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면서 유학 준비를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날, 그녀는 이혼협의서를 꺼냈다.
“장난하지 마. 네가 나를 떠나서 살 수 있겠어?”
강지연은 항공권을 예약하고 멀리 떠나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온하준이 다시 강지연의 소식을 보게 된 건, 그녀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해외에서 전통 무용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열기를 일으킬 때였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강지연, 네가 어디에 있든 꼭 잡아 오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