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은 오늘도 나를 죽이려 한다
소휘는 당대 최고의 권신으로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
권모술수와 권세를 쥐고 흔드는 데만 흥미가 있었고 여색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그에게 느닷없이 한 아가씨가 찾아왔다.
그녀는 자칭 그의 약혼녀라며 자신을 소개하는데...
“나랑 연애해 보지 않겠느냐?”
“어떤 종류의 연애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것 말이다.”
그날 이후 여수아는 늘 깊이 후회했다. 왜 그때 충동적으로 그의 약혼녀라고 자청했을까? 긴 고민 끝에 그녀는 결국 파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았지만 모두 그녀를 뜯어말리기 바빴다.
“그래, 그 사람이 간사하고 잔인하긴 하지만, 뭐 그 외에도... 마음씨가 고약하고 인품이 글렀다고는 하지만 말이지. 그거 빼고는 흠잡을 데 없지 않나...”
여수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좋은 점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그 질문에 모두 머리를 짜내어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겨우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잘생기긴 했잖소?”
“그럼 당신들 중 그 자를 갖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 보십시오. 그 대가로 저택 한 채는 그냥 드릴 터이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진저리 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급히 입을 열었다.
“아, 아니지! 이건 저택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저택을 무료로 준다고 해도 그를 데려가겠다는 자가 없으니 웬. 여수아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날 팔아먹는데 실패했느냐?”
늘 우수에 차 있는 눈빛으로 말하던 소휘에게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 나타나 그에게서 여수아를 가로채려 한다는 것이다. 그 후로부터 소휘의 낯빛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그의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