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5년간의 연애에서 심하온은 강선우에게 진심을 다했지만 신혼 첫날 밤, 그가 이미 딴 여자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하온의 손에 쥔 혼인신고서는 단지 완벽하게 짜인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녀의 마음은 잿더미가 되었다. 고의적인 교통사고, 무너져버린 무용수의 삶, 게다가 대리모 역할까지... 심하온은 돌연 집으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택했다. 두 남녀가 다시 만났을 때, 강선우는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강운 재계의 황태자 정윤재가 조심스럽게 심하온을 품에 안고 정성껏 보호해주는 모습을. 강선우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온아, 다 내 잘못이야. 제발 내 곁으로 돌아와.” 이때 정윤재가 차가운 얼굴로 그녀 앞에 막아섰다. “꺼져! 내 아내 눈 더럽히지 말고.”
View More하씨 가문 잔당들이 공포에 질려 일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무쇠 벤치 위에 누워 굵은 삼베 밧줄로 꽁꽁 묶여 있던 정윤재가 낡은 풀무 같은 쉰 목소리로 멀리서 신경질적인 광소를 터뜨렸다.그 웃음에는 서북 본거지 특유의 흙 비린내와 목숨을 내던지는 건달 기질이 느껴졌다.퍽!둔탁한 소리가 났다.극단적인 웃음 속에서 정윤재의 가슴 근육이 폭발적으로 솟았다. 왼쪽 어깨를 옭아맨 가장 위쪽 두 치 굵기의 삼베 밧줄 하나가 그의 힘에 그대로 물리적으로 끊어졌다.강철 못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공짜라도 되는 듯 ‘촤악’ 하고 터져 측면의 부러진 철로 위로 넓게 튀었다. 그는 한 손으로 무쇠 벤치를 짚고 피와 모래로 범벅된 얼굴을 든 채 황사가 날리는 불빛 속에서 아주 천천히, 흉악하게 몸을 일으켰다. 늑대 같은 두 눈이 조차장의 새까만 그림자를 뚫고 문 앞의 잔당들의 목을 하나하나 겨누듯 바라봤다.우르르르르르!하지만 그가 손을 들어 무쇠 벤치 자체를 뒤집어엎기도 전에, 조차장 바로 아래, 30년 전에 폐기된 지하 중량 화물 철로 가장 깊은 곳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서북의 시멘트 지반 전체를 물리적으로 깨부술 듯한 초저주파 굉음이 터졌다.지하 무쇠 선로에서 만 톤급 금속 마찰의 비명이 울리자 조차장 바닥 전체가 미친 듯이 갈라졌다. 커다란 시멘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땅속 어딘가에 15년 동안 묻혀 있던 거대한 무언가가 그 순간 갑자기 스스로 점화해 미친 듯이 지상으로 치솟고 있었다.그 굉음은 지심 깊숙한 곳을 억지로 파헤치며 올라오는 듯했다.30년 동안 버려져 있던 지하 중량 화물 철로가 그 순간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질렀다. 만 톤급 강철 마찰음이 실물 충격파로 변해 조차장에 남아 있던 곰팡내마저 순식간에 쓸어 버렸다.시멘트 바닥은 마디마디 갈라졌고 자갈들이 타닥타닥 공중으로 튀었다.“젠장! 지진인가?”허도영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방금 갈아 넣은 검은 디젤이 손 전체에 끈적하게 쏟아졌다.하지만 지진이 아니었다.‘359호
“해외 거래 판에서 너희가 공해 대서양을 꽤 난장판으로 만든 건 인정하지. 하지만 잊지 마라. 여긴 북부 본거지다. 하씨 가문이 서북에 남긴 열네 개 희생 문서고, 그 핵심 포지션이 차명 보유한 산업 인허가 전부가 이 늙은이 주판 장부에 올라 있어!”“임민정은 15년 전에 죽었다. 지금의 본국에서 너희처럼 중상을 입고 대가 끊긴 애송이들이 판을 정리할 차례는 아직 아니야. 내 장부와 맞춰 보겠다고? 뭘 들고 맞출 건데?”하진성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뒤의 건달 수십 명이 쇠지렛대를 들고 일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쇠붙이가 시멘트 바닥을 긁으며 귀를 찢는 긴 마찰음을 냈다.허도영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검은 디젤로 범벅된 낡은 오일 통이 손에서 ‘툭’ 떨어졌고, 끈적한 기름이 무쇠 선로를 따라 옆으로 흘렀다.새까만 포위망 한가운데서 심하온은 아주 천천히 휠체어 손잡이를 돌리며 하진성의 무쇠 주판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대서양에서 가져온, 이 촌뜨기들이 읽지도 못할 영문 상각서를 펼칠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그저 지극히 차분하고 기계적으로 하나 남은 멀쩡한 왼손을 움직였다. 대서양 바닷물에 오래 불어 색이 하얗게 뜨고 한껏 구겨진 정장 안주머니에서 철갑 셔틀 지붕에서 뜯어 온 정가 본국 ‘화로지기’의 철청반 대인장을 꺼냈다.탁!심하온은 왼손을 확 들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녹청과 해상 중유가 범벅된 무쇠 대인장을 하씨 가문 늙은이의 무쇠 주판 맨 위에 힘껏 내리쳤다.힘이 너무 강해 주판의 쇠알 몇 개가 귀를 찌르는 죽은 소리를 냈다.그 인장 한 번이 15년 전 대청산의 밤, 임민정이 특수 주파수로 서북 최하단에 데드락해 둔 약재 지하 원시 창고증권과 실물 산업 진입 허가를 원격으로 한꺼번에 활성화했다.“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게 뭔지.”심하온은 옅은 한약의 쓴맛이 섞인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 37도대 미열을 앓는 얼굴은 어두운 비상등 아래 귀신처럼 창백했지만, 말은 강철 바늘로 상대 얼굴을 찌르듯 한 글자 한 글자 짧고 날
대서양 바닥에서 자동화 기계 팔이 스크레이퍼로 뼈 사이를 산 채로 긁어냈던 어깨는 지금 살이 뒤집혀 있었고, 안쪽에는 손가락 한두 마디 폭의 새하얀 부러진 뼈끝까지 보였다.토박이 의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기관차 하부를 수리할 때 쓰는 구식 골접합 공기압력 총을 오른손에 들었다.쾅! 쾅! 쾅!둔중한 파공음이 세 번 연속 울렸다.손가락만큼 굵은 중공업 규격 골접합 강철 못 세 개가 아무런 완충도 없이 뼈 틈에 맞춰졌다. 공기압력이 그것들을 정윤재의 쇄골 가장 깊숙한 곳까지 그대로 박아 넣었다.정윤재의 전신이 거칠게 위로 들썩였다. 가슴 근육이 폭발적으로 부풀며 몸을 묶은 굵은 삼베 밧줄이 ‘끼익, 끼익’ 긴 비명을 냈다. 이마의 핏줄은 손가락 두 개 너비로 불거졌고, 턱 근육은 미친 듯이 떨렸다. 이를 악물다 못해 아랫입술까지 깨물어 터뜨려 모래가 섞인 검은 피가 목을 따라 흘렀다.그런데도 이 미친놈은 살려 달라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쯧, 진짜 쇠로 만든 몸인 줄 아나.”심하온은 휠체어를 밀어 무쇠 벤치 세 걸음 앞에 멈추고 지독하게 비꼬며 웃었다.정윤재는 소리를 듣고 땀과 황사로 범벅된 머리를 기괴하게 옆으로 돌렸다.들개 같은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 심하온을 죽어라 노려보던 그가 갑자기 웃었다. 건들건들한 웃음에 입안 가득 피딱지까지 엉겨 있어 보기만 해도 흉악했다.“심 대표... 어머님이 말한 그 자는 어디 있어? ...됐어. 정씨 가문 본국 화로지기의 철인장이나 똑바로 잡아.”이 재앙 덩어리는 모래 섞인 피 가래를 뱉으며 여전히 건달 같은 말투로 비웃었다.“내가 오늘 이 철로 위에서 뒈지면 기억해... 이 강철 못 박힌 뼈를 깨부숴서 강운시로 가져가. 가서 청산해.”“닥쳐.”심하온은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난 죽은 사람 주문은 안 받아.”서북 폭풍의 눈 한가운데서 두 세대의 미친개가 가장 거친 방식으로 몸에 강철 못을 박아 고정하고 있던 그때, 조차장의 이미 뒤틀려 어긋난 무쇠 대문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깥
심하온은 무거운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40도 고열은 철갑 셔틀 안에서 약으로 억지로 눌러 37.8도의 미열까지 떨어졌다.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전 물리 충격파에 관자놀이 양쪽 혈관이 불붙은 뇌관처럼 뛰고 있었다.상부 객실이 분리될 때의 진동이 너무 거칠었다. 그녀가 앉은, 충격 흡수 스프링까지 썩어 버린 낡은 무쇠 휠체어는 철제 굉음 속에서 미친 듯이 미끄러졌다.허도영은 지금 엉덩이를 쭉 빼고 휠체어 바퀴 옆에 쭈그려 앉은 채 오른손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알루미늄 오일 통을 죽어라 쥐고 있었다.원래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베어링 틈에 끈적한 검은 디젤을 조금씩 짜 넣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열차 충돌에 동작이 끊기며 반 통이 넘는 검은 기름이 무쇠 선로 위로 날아갔다.“심 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임씨 가문의 열차예요! 이 지하에 열차가 숨어 있었어요!”고개를 들자 허도영은 얼굴 절반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대서양에서 알루미늄 열합금탄을 맞으며 생긴 흔적이었다. 기름투성이 정장 소매로 이마를 대충 문질렀다가 오히려 얼굴에 더 긴 검은 줄을 하나 만들었다. 언뜻 보면 불법 탄광에서 막 도망친 광부 같았다.심하온은 대꾸하지 않았다.하나 남은 멀쩡한 왼손은 정장 주머니 속에서 안감에 붙은 낡은 단추 하나를 죽어라 비틀고 있었다. 대서양 바닥에서 건져 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모서리는 이미 거칠게 닳아 있었다.왼손 엄지에 더 힘을 줬다.거친 플라스틱 모서리가 막 딱지가 앉은 손톱 틈 상처를 옆으로 파고들었다.“쓰읍.”날카로운 통증이 손끝에서 1초 만에 뇌수까지 박히며 눈앞의 검은 눈꽃이 절반 이상 순식간에 흩어졌다. 지금 그녀는 이런 자해 같은 방식으로 미열 속에서도 마지막 정신을 억지로 매달아 두고 있었다.역외의 검은 장부는 이미 대서양에서 결제가 끝났다. 하씨 가문 해외의 수백억 파생 밑천은 법리상 전부 심하온의 것이었다.하지만 서북은 케이맨 제도의 그림자 문서를 인정하지 않았다.이 황사 아래에는 그해 대청산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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