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이어진, 그날 밤 끝이 났다.
호텔로 도망친 나는 예약 착오로 인해 어둠에 잠긴 펜트하우스에 갇히고 말았다. 그곳은 반쯤 옷을 걸친 잘생긴 억만장자의 방이었다. 술에 취한 채 누군가의 애정이 간절했던 나는 그에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피부 위로 전기가 흐르는 듯한 전율이 일었고, 나는 숨이 막힐 만큼 벅찬 감정에 휩싸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불빛이 깜빡이며 켜진 순간, 내 곁에 있던 수수께끼 같은 낯선 남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바로 내 어머니의 새 남편이었다.
말발 하나로 연 수십억을 벌던 국어 일타강사 한이경. 눈 떠보니 태녀의 몸이었고, 서약문 한 줄에 남편이 넷이 됐다. 늑대, 여우, 뱀, 독수리. 발현한 수인들은 이미 눈빛부터 달라졌다. 이 나라 태녀의 첫째 의무는 후계자. 넷 중 누구와 밤을 보내고, 어느 부족의 아이를 품을 것인가. 부족들은 눈에 불을 켜고, 언니는 웃으며 뒤통수를 노린다. 침소도 정치도 말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이 남자들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붉은 댕기가 걸린 밤이면, 과부촌의 문마다 이겸이 찾아든다. 매일 다른 여인과 밤을 보내고, 자신의 여인에게 눈독 들이는 사내는 모조리 없애는 밤도깨비. 그러나 유일하게 문을 열지 않은 연화에게 마음을 빼앗긴 순간, 사랑조차 독차지하려는 그의 집착은 망월촌을 피와 광기로 삼킨다.
열녀문 아래, 젊은 과부는 밤마다 다른 남자를 골랐다. 낮에는 정절을 강요받고 밤에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 윤해원. 거친 목수 돌쇠는 그녀의 흔적을 훔쳐 품고, 의원 허담은 예법 뒤에 집착을 감춘 채 차례를 기다린다. 한 번 열린 문 앞에서 사랑은 질투로, 질투는 소유욕으로 변한다. 마을은 해원을 색귀라 손가락질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안길 남자도, 밀어낼 남자도, 끝내 버릴 남자도 오직 해원이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