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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의 칼날

햇빛 속의 칼날

옥에서 오 년간 고초를 겪은 끝에 정시월은 마침내 풀려났다. 옥문이 열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바로 서정호였다. 그는 검은색 친왕 예복을 걸친 채 윤기가 흐르는 준마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꼿꼿한 자태는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았다. 하지만 정시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한 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정시월은 시선을 거두고 상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말 옆을 돌아 그대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창을 든 호위병 무리가 양옆에서 갑자기 몰려나와 정시월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 정시월은 성지를 받들라!" 정시월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인 정시월은 과거 육황자를 해친 죄가 명백하며, 증거 또한 확실하다! 본래라면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하나, 그 아비인 정택 장군이 과거 세운 전공을 참작하여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옥에 오 년간 가두는 것으로 형을 감하셨다!" "이제 형기가 끝났으나, 한비마마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오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옥에서 성문까지 십 리에 걸쳐 붉게 달군 숯을 깔았으니 죄인 정시월은 맨발로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명한다. 그래야만 육황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죄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십 리의 숯불 길을 맨발로 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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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

나의 죽음

그리고 사랑과 증오가 얽힌 그곳에는 끝없는 슬픔과 반성이 묻혀 있었다. 마지막 한 줄기 햇살이 좁은 창문을 통해 어둠 속으로 비쳤다. 그 잊힌 장소에 남은 마지막 한마디 속삭임이 들렸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잘못했던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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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소원리

웰컴 투 소원리

나중에 성현이랑 하얀이 형한테 따로 연락해서 말을 맞춰둬야겠어. 빠져나갈 기회를 포착한 준영의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어둠으로 인해 뭉친 세력은 결국 어둠으로 인해 깨어질 뿐이었다. *** “동해다.”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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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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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경계

영혼의 경계

“뭘 그렇게 보고 있지?” “네가 움직이는 순간 다른 녀석들의 상태가 바뀌는군.” 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악령이 웃었다. “회복 능력.” 태혁이 말했다. “그걸 알아냈다고 우리가 겁먹을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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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선물 권으로 선물 교환이 가능하면서 말이다. 정아는 립스틱, 세희는 향수, 민정이는 케이스에 당첨되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그 선물 권을 멀리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durex 울트라 씬... 콘돔??” 정아가 뺏어가서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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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꽃비

사랑의 꽃비

차가운 강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차로 돌아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순간 내비게이션 화면이 켜졌다. 내비게이션은 배인혁의 휴대폰과 연동된 상태였고 채팅 기록이 자동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상대방의 이름은‘애교쟁이 지연’이었다. [왜,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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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자락

사랑의 끝자락

그리고 카시트는 온통 핑크였다. 귀여운 헬로 키티 쿠션까지 놓여 있었다. 더 어이없는 건 앞좌석에 붙어 있는 작은 스티커. [나은이 전용석] ‘우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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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의 상처 입은 힐러

알파의 상처 입은 힐러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스칼렛이 누구를 감싸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아직은 그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치료해라.” 내가 말했다. 다크문 부인의 눈길이 다급히 스칼렛에게로 쏠렸다. “달맞이잎과 은쐐기풀로 달인 탕약이 필요합니다, 알파. 그래야 거부 반응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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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

보호색

나오면서 뒤를 힐끗 돌아보니 도현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세원을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씨익 지었다. 같은 날. 재영은 병동 스테이션에서 간호사로부터 오늘 아침 anterior cruciate ligament rupture Grade 3(ALC,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로 수술한 56세 남성 환자의 추가 진통제 투여 요청을 노티 받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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