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했던 터널을 지나 내 인생 리부팅
임신 5개월에 접어들 때까지 송경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첫사랑을 만나러 다니느라 넉 달째 산부인과에 함께 가지 않았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였지만, 송경태는 또다시 약속을 어겼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짜증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어쩌라고? 네 뱃속에 있는 애, 나 혼자 만든 줄 알아? 엄마인 네가 좀 더 신경 쓰는 게 그렇게 힘들어? 산부인과 한 번 같이 못 갔다고 애가 잘못되기라도 해?”
나는 아무 말 없이 병원 대기실에 걸린 TV를 바라봤다. 마침 화면에서는 재계 인사들의 자선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화면 속 윤라희를 바라보는 송경태의 얼굴에는 한없이 다정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알았어...”
평소와 다른 내 반응을 눈치챈 송경태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내 순번이 되었다.
송경태가 첫사랑을 위해 거액을 들여 불꽃 이벤트를 열어 줬다는 뉴스를 보고 수군거리던 간호사들 중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임소이 님, 산전 검진은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검진 예약은 취소해 주세요.”
잠깐의 침묵 끝에,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일주일 뒤로 임신중절 수술 예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