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여는 가족을 대신해 죄를 갚기 위해 황제의 침전 궁녀가 되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가 황궁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 한 번도 연민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질투 많은 숙비가 그녀에게 독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을 때조차 방관했다. 강만여는 모든 것을 묵묵히 참아냈다. 끝없는 조롱과 모욕에 그녀는 점차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졌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연차를 채워 출궁해 황제와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출궁 사흘 앞두고, 차갑고 무정하던 황제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도 않고, 자꾸만 집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천하도 너도 모두 짐의 것이다. 어디를 가든 짐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없다.” 기양은 아버지와 형을 죽인 냉혹하고도 잔인한 황제였다. 그는 비록 후궁이 많았지만, 진심으로 끌리는 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만여 또한 5년이라는 세월을 그의 침전 궁녀로 있었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어깨가 젖듯, 그는 강만여에게 스며들었고 언젠가 자신을 떠날 거란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출궁 일이 정해지고, 그는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강만여가 다른 곳에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황제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가 온 천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황제라지만, 그녀의 마음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ดูเพิ่มเติม배꽃 떨어진 정원에 달빛이 녹아들고, 버들 솜 날리는 연못에 바람이 살짝 분다는 시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공주의 이름을 이월로 하는 것이 어떻냐?”기양이 미소를 지으며 서청잔에게 물었다. “이월 공주님이요?”서청잔은 이름을 읊어보더니 말했다. “미천한 소신의 생각으론, 매우 듣기 좋은 이름 같습니다. 정비 마마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좋다, 그러면 짐이 돌아가서 정비에게 물어보겠다.” 딸을 얻은 기양은 모든 것을 얻은 듯한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앞서 마당에 서서 눈을 맞던 쓸쓸한 모습과는 달랐다.
“강만여!” 밖에 서 있던 서청잔도 이 외침을 들었다. 기양의 목소리인 것을 알아차린 서청잔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혹 만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길을 돌려 침전으로 달려갔다.산실 문 앞에 도착하자, 손량언이 그를 막았다. “서 장인, 폐하께서 산실에 들어가신 것도 법도에 어긋난 일입니다. 서 장인까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서청잔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 아기의 연약한 울음소리와 기양과 태의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안심하십시오. 마마께서는 출산 후 허약해져 잠
그는 더는 상상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는 정말 타고난 외로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는 몸을 숙여 다른 손으로 강만여의 뺨을 가볍게 때렸다. “만여야, 똑똑히 보아라. 짐이다, 네 어머니가 아니다. 네 어머니는 나 때문에 죽었다. 나 때문에 너는 두 번이나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기억나지 않느냐?”강만여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눈을 뜨고 그를 증오스럽게 바라보았다. 정신이 점차 맑아졌다. “저는 폐하가 싫습니다.” 그녀는
날이 어두워지자, 하루 종일 내리던 눈이 그쳤다. 승건궁 곳곳에 촛불이 켜지고, 복도 아래의 등과 마당의 지등도 차례로 밝아져 온통 하얀 눈이 쌓인 마당과 눈으로 뒤덮인 두 그루의 배나무를 비추니, 마치 인간 세상의 선경 같았다.서청잔은 여전히 마당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서청잔의 시선은 줄곧 침전 쪽을 향하고 있었다. 강만여의 비명이 바람을 타고 때때로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지금처럼 이렇게 불안하고 무력했던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출산을 하는 여인은 저승문을 건너는 일이라고 했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기양이 서청잔의 말을 끊었다. “짐이 이 아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정비가 잘 알 텐데! 내 어찌 그 아이를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겠느냐?”“황상께서 마음에 두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서청잔은 망설이며 전각 안을 쳐다보았다.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지만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강만여의 출궁을 허락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위급한 상황이기에 이런 불길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산실에서는 그녀의
승건궁은 혼란에 빠졌다. 궁녀와 내관들이 분주히 오가며 뜨거운 물, 수건, 인삼차와 산달을 재촉하는 탕약을 날랐다. 산실에서는 강만여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고, 태의는 병풍 너머에서 산파와 의녀들에게 그녀의 출산을 돕도록 지휘하고 있었다.서청잔은 오늘 외부 업무를 보러 나갔다가 해 질 녘이 되어서야 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조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는 기양이 마당 한가운데에 뒷짐을 진 채 심각 표정으로 침전의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눈송이가 온몸에 소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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