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대신 이별
“하윤 씨, 결과 나왔습니다. 췌장암 말기예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치료 포기하면 길어야 한 달...정말 포기하시겠어요? 남편분하고 상의는 끝내신 건가요?”
“네... 그 사람도 동의할 거예요.”
의사와의 통화를 마치고 텅 빈 집안을 둘러보자, 억눌러왔던 슬픔이 가슴 끝까지 차올랐다.
그저 고질병이었던 위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암이라니.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탁자 위에 놓인 액자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오직 나만을 바라보던 열여덟 살의 신강우가 있었다.
세월이 이토록 흘렀음에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했다.
머리카락 위로 내려앉던 하얀 눈송이와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내게 묻던 목소리.
“하윤아, 이렇게 눈을 맞고 걸으면 우리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