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는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전생에서 민윤희는 마치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남편과 살았다.
아이를 낳던 날에도 남편 이정호는 곁에 없었다.
과다 출혈로 몇 번이나 의식을 잃으면서도 민윤희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끝내 돌아온 것은 연결되지 않는 통화음뿐이었다.
의료진이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정신을 붙들었고, 민윤희는 떨리는 손으로 응급 수술 동의서에 제 이름을 적어야 했다.
아이가 열이 나서 40도까지 오르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정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민윤희는 홀로 아이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버티다 끝내 기력이 다해 병원 복도에 쓰러졌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에도,
그는 여전히 곁에 없었다.
차갑게 식은 부모님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돌아온 민윤희에게 큰아버지는 다짜고짜 뺨부터 올려붙였다.
남편 마음 하나 붙잡지 못한 탓에, 평생 체면을 지키며 살아온 부모가 사위의 마지막 배웅조차 받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며 몰아세웠다.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거라는 모진 말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쉰여덟이 되던 해.
말기 암을 선고받은 민윤희의 삶도...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