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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나는 대걸레로 바닥의 핏자국을 덤덤하게 닦았다.
며느리인 나는 뇌경색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 6분을 포기했다.
전생에서 나는 시아버지가 쓰러진 걸 가장 먼저 발견했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모셔갔다.
수술 전 간호사가 직계 가족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여 남편에게 병원에 와서 사인해야 한다고 연락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은 그가 첫사랑과 함께 있는 걸 질투해서 돌아오게 하려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병원에 오려 하지 않았다.
결국 시아버지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남편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로 돌렸고 나를 칼로 마구 찔러 죽여버렸다.
“다 네 탓이야. 아버지 연세도 많으신데 며느리인 네가 잘 보살펴드리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생전에 효도하지 못했으니 저세상에 가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해.”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쓰러진 그날로 다시 돌아왔다.
...
요트가 침몰하고 구명보트에 단 한 자리가 남았을 때, 주상욱은 나를 구하기로 선택했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민효정은 구조가 늦어진 탓에 바다에 빠져 사망했으며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주상욱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굴면서 나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5년 동안, 그는 날 바닥까지 짓밟으며 민효정이 죽은 게 전부 내 탓이라고 비난했다.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했을 때, 그는 날 데리고 함께 죽으려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요트가 침몰하던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이번에 주상욱이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살 기회를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암 투병 중인 6살짜리 아들 도윤이는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갔다. 아이는 크리스마스날 아빠의 선물을 몹시 갈망하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남편에게 전화해댔지만 돌아오는 건 짜증 섞인 남편의 고함뿐이었다.
“왜 맨날 전화질이야? 나 그냥 유리네 집 강아지 초코를 찾고 있다고 했잖아. 이런 것까지 간섭해야겠어?!”
“초코 못 찾으면 유리 엄청 슬퍼할 거라고!”
초코? 남편 첫사랑 한유리의 강아지를 찾는 중이라고?!
나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아들 임도윤이 오늘 밤을 넘길 것 같지 못하다고 남편에게 알렸다. 그런데 남편이란 자가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 반보영, 내가 모를 줄 알아? 도윤이가 다 너한테서 몹쓸 버릇 배운 거잖아! 걔가 갑자기 초코를 걷어차지만 않았어도 초코가 도망칠 리가 있겠어? 내일 당장 도윤이더러 유리한테 사과하라고 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눈물을 머금고 아들과 함께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다음날 남편의 SNS는 여전히 개를 찾는 내용으로 도배됐다.
다만 나의 SNS는 아들을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10년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어느 날 남편이 문득 내게 물었다. 와이어 없는 브라가 더 편하냐고 뜬금없이 물었다.
이 남자가 드디어 센스가 생겼나 보다.
하지만 다음날, 비서가 허둥지둥 달려오더니 내가 금방 받은 택배를 낚아채며 주소를 잘못 적었다고 핑계를 둘러댔다.
그리고 그날 밤, 유시아가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하나 올렸다.
[남자친구가 사준 선물, 예쁘나요?]
아련한 분위기의 호텔 거울 속 셀카였는데 리본으로 장식된 정교한 속옷 선물 상자가 그녀의 손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이 남자는 뒤늦게 센스가 생긴 게 아니라 단지 날 위해 성숙해지려는 의지가 없었을 뿐이었다.
나는 피드에 하트를 누르고 캡처해서 남편에게 보냈다.
[세트로 사면 20% 할인받을 수 있어. 살림살이 진짜 엉망이네.]
...
내 심장으로 입양인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친부모가 나를 법정에 세웠다.
재판장은 최신 컴퓨터 기술로 우리의 기억을 추출해 100명의 배심원이 판결을 내리게 했다.
재판에서 승소하면 내 장기는 부모의 소유가 된다.
부모는 내가 법정에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들에게 나는 천하의 악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법정에 서고 기억이 재생되자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나는 절친과 함께 최고 권세 있는 가문에 시집갔다.
나는 천재 의사 오빠에게 시집가고, 절친은 도도한 대표님 동생에게 시집갔다.
결혼식 날, 육성민은 갑자기 사라져 잃어버린 여신의 개를 찾으러 갔다.
이에 화가 난 할머니는 심경색증이 오셨는데 나는 육성민에게 전화해 돌아와 할머니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화가 나서 나에게 말했다.
“신미아, 너 미쳤어? 아무리 내가 돌아가서 결혼식을 치르게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머니 너를 저주할 수 있어? 유정이의 강아지가 없어져서 내가 찾아봐야 하니 전화 좀 그만해.”
그날 그녀의 개는 찾았지만 나는 할머니를 영원히 잃었다.
울다가 기절한 나는 깨어나 절친에게 물었다.
“수경아, 나 이혼할 거야. 넌?”
절친은 나를 안으며 울었다.
“나도 이혼할 거야.”
육씨 가문 두 형제는 이혼 합의서를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가 나를 아주머니가 주최한 연회에 데리고 갔다.
연회에서 케이크를 먹다가 케이크 속에 들어 있던 체리를 발견하고 급히 뱉어냈다.
어렸을 때 체리를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죽을 뻔했던 기억 때문에 이 맛은 너무도 익숙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행운의 뜻을 담아 케이크에 체리를 넣었어. 민준이 이렇게 기분을 상하게 할 줄은 몰랐네.”
아빠는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나를 밖으로 내보내 마당에서 벌을 서게 했다.
엄마는 나한테 요즘 온도가 40도를 넘으니 실내에서 얌전히 있으라고 하셨다.
정말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런데 몸이 간지럽고 숨이 점점 막혀온다.
아빠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으셨다.
거실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빠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
내 약혼자는 열기구 조종사였다.
그의 첫사랑은 위험을 감수하고 높이 날아오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천 미터 상공까지 올라갔을 때, 열기구의 헬륨가스가 새어 나왔다.
위급한 상황에서 약혼자는 2인용 낙하산을 챙겨 첫사랑과 함께 뛰어내리려 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간청했다.
“난 네 아이를 가졌어. 나 먼저 데려가면 안 돼?”
하지만 그는 오히려 나를 비난했다.
“지금 어떤 상황인데 질투하고 가짜 임신으로 장난쳐? 유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너처럼 스카이다이빙을 배우지 않았어. 우리는 아래에서 기다릴게.”
그는 내 손을 힘껏 뿌리치고 아무 걱정 없이 첫사랑과 함께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나에게 남겨진 유일한 낙하산이 그의 첫사랑에 의해 고의로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나는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천 미터의 상공에서 뛰어내렸다.
남편의 첫사랑이 아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그 여자의 장미꽃 때문에 내 아들은 클럽 입구에서 죽었다.
미친 듯이 아들의 시신을 안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두 사람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뜨겁게 키스하고 있었다.
분노 속에서 나는 테이블을 뒤엎고 걸레통 속의 물을 두 사람에게 쏟아부었다.
남편은 아들의 시신을 보고 간단하게 이혼이라는 말로 날 쫓아내려고 했다.
이혼?
그렇게 간단히 끝날 것 같아?
너희들이 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
죽은 내 아들과 함께 저승으로 보내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