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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언니의 생일에 내가 죽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남자 친구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분노에 찬 엄마가 나에게 연거푸 전화를 걸었고 오빠는 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메세시지로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년. 왜 그렇게 쪼잔해? 다른 사람 행복한 꼴은 못 보지?]
늘 과묵하시던 아버지도 그때는 크게 화를 내셨다.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기르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다행히 이제 더는 아프지는 않았다.
오철준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100원을 훔쳤다.
전남편이 벨트를 꺼낼 때면 사람을 때려죽이려 하곤 했다.
난 철준을 내 몸 뒤로 감싸고 모든 매를 대신 맞았다.
그 후 전남편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망했고 나와 철준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다.
옆집 이웃이 나를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고 욕하자 철준은 그 집 개를 독살해 버렸다.
어떤 고객이 나를 괴롭히려 할 때 철준은 그 사람을 하반신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철준은 평생 장가 가지 않고 나를 지켜주겠다고 했다.
난 철준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생각했다.
난 철준이 자신만의 생활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랬다.
출국한 지 3년, 마침내 철준이 인생의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흥분된 마음으로 귀국했지만 예비 며느리에게 불륜녀로 오해를 받았다.
주민정은 사람들을 데리고 공항에서 나를 가로 막았다.
“나이를 이렇게 처먹고 불륜녀 짓거리를 하다니! 쪽팔린 줄도 모르는 건가?”
민정은 사람들 앞에서 내 옷을 벗겼다.
그리고 나에게 황산을 먹여 내 목과 얼굴을 망가뜨렸다.
숨이 거의 끊어질 무렵 난 민정에게 말했다.
“나는 철준의 어머니야.”
하지만 민정은 친자 확인서를 내 앞에 뿌렸다.
“사람 잘못 해칠까 봐 난 이미 똑똑히 조사도 해봤어.”
하지만 민정은 내가 철준의 새 엄마라는 걸 몰랐다.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약혼자 모두 환경과 인품은 연결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나와 가짜 딸을 함께 막 개발한 타임머신에 넣고 우리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을 체험해 보도록 했다.
만약 가짜 딸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자란다면 그들은 나를 완전히 버릴 것이다.
나도 알고 싶었다.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어느 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
결혼기념일, 나는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내 남편은 매년 이맘때쯤 자기의 첫사랑과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40살부터 60살까지,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될 때까지 장장 20년간 한 해도 빠짐없었다.
심지어 사진 뒤에는 남편의 유창한 필체로 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원한 내 사랑.]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도 남편을 위해 빨래하고 밥하고 아이와 손자를 길러줄 필요가 없어졌다.
어쩌다 보니 벌써 반평생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 모든 걸 바꾸는 것도 늦지 않았다.
사장님이 나에게 4천만 원의 현금을 건네시면서 인부들에게 월급을 전해주라고 하셨다.
봉투를 사려고 나간 사이 아빠는 바로 그 돈을 이웃에게 집을 사라고 빌려줘 버렸고 내가 따져 묻자 돌아오는 건 너는 아직 인간관계를 모른다는 아빠의 핀잔뿐이었다.
엄마와 오빠도 내가 돈을 아빠가 볼 수 있는 곳에 놓은 게 잘못이라며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을 알게 된 사장님은 다행히 나를 신고하지는 않고 해고만 하시면서 돈만 갚으라고 하셨다.
그 돈을 갚기 위해 나는 아빠가 소개해준 월급 많이 준다는 간병인 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영감에게 성추행까지 당해버렸다.
아빠는 경찰에 신고하려는 나를 노인의 상황도 이해해주라면서 말렸고 나는 결국 노인네 돈을 탐낸 꽃뱀이라는 오해를 받고 그 집안 자식이 부른 사람들에게 맞아 죽어버렸다.
그런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아빠가 이웃에게 돈을 빌려주던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아빠를 보호하려고 나는 악당들에게 무려 10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 아빠는 입양딸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내 생일이기도 한데 생일 축하해 줄 수 있어요?”
“너는 미친 짐승이야. 생일을 새려고 네 엄마를 죽였어. 그런데도 생일을 챙기려고? 그냥 죽어버려!”
말을 마친 아빠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 날, 내 시체는 화분에 담겨 경찰서 문 앞에 놓였다. 아빠는 부검을 담당했다. 아빠는 범인이 복수심에 불타 있고, 극히 잔인한 방법으로 경찰의 위엄에 도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죽은 사람이 그가 가장 미워하는 딸임을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