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남편 유현길의 외도를 직접 목격한 날부터였다.
그래서 유현길이 집에 돌아오면 나는 늘 현관에서부터 그를 붙잡았다.
바지를 벗기고, 알코올 소독제를 아랫도리에 쏟아붓듯 뿌렸다.
죄가 있는 유현길은 언제나 눈가를 붉힌 채 내 행동을 묵묵히 받아 주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며 이제 그만하자고 애원하면서도.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돌아온 유현길의 몸에서는 낯선 향수 냄새가 났다.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그의 벨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지난번에는 겨우 30분 늦었으면서 여자 한 명이랑 잤잖아.”
“오늘은 두 시간이나 늦었네. 이번에는 여자 넷이랑이라도 잔 거야?”
스물아홉 번째 사과마저 밀쳐 냈을 때였다.
유현길은 수액 바늘 자국으로 멍든 손등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마침내 절규했다.
“이제 그만 좀 해! 열이 나서 죽을 것 같은데 내 몸 상태는 궁금하지도 않아?”
“술에 취해 딱 한 번 실수한 게 그렇게 큰 죄야? 넌 뭐가 그렇게 깨끗한데?”
그리고 끝내,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18살에 뒷골목으로 끌려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 송지희, 너 같은 미친 여자는 그래도 싸.”
손에서 떨어진 분무기가 발치에서 산산조각 났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목구멍을 파고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긋지긋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유현길의 눈을 마주한 순간, 문득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