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 끝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급성충수염에 걸렸을 때, 부모님도 오빠도, 약혼남인 고진탁도 모두 동생인 수연의 생일을 축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술실 앞에서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 줄 가족을 찾아 헤맸지만, 돌아온 것은 매정하게 끊겨 버리는 통화뿐이었다.
고진탁은 내 전화를 끊은 뒤 메시지 하나를 보내왔다.
[수안아, 그만 좀 해. 오늘은 수연의 성인식이잖아. 무슨 일이든 파티 끝난 뒤에 이야기하자.]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수술 동의서에 내 이름을 적었다.
수연 때문에 나를 포기한 건 이번이 99번째였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가족들을 포기하겠노라 생각했다.
더는 가족의 편애에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가족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고분고분 받아들였다.
다들 내가 철이 들었다고 생각할 뿐 내가 영원히 떠나려 한다는 사실만큼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