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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그친 뒤, 남은 건 원한뿐

눈이 그친 뒤, 남은 건 원한뿐

강씨 온 가족이 능지처참을 당한 뒤, 나는 한이겸의 눈에 분별이 있고 현명한 아내가 되었다. 더는 그의 행방을 캐묻지도 않았고, 과부가 된 형님을 내보내라고 악을 쓰며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가 형님께 자식을 남겨 줘야 한다고 두 집안을 떠맡겠다고 했을 때도,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례를 올리던 날, 나는 과부가 된 형님의 손에서 찻잔을 받아 들고 웃으며 인연 부적을 건넸다. 한이겸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목을 움켜쥐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강미은, 이 인연 부적은 내가 너를 위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머리를 조아려 빌어 온 것임을 알면서,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냐?" "아직도 내가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구해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는 것이냐?" "그런 식으로 나를 벌하려는 것이냐? 대체 언제까지 그럴 셈이냐?" 그의 눈에는 깊은 고통이 서려 있었지만, 나는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 내 일가의 목숨을 빌미로 나에게 얌전히 말을 들으라고 몰아붙인 것은 분명히 그였다. 나는 그저 그의 뜻대로 해 주었을 뿐이다. 그는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강씨 가문의 시신은 모조리 성문에 내걸려 백성들 앞에 드러나 있다. 사흘만 더 기다리면, 내가 직접 그들의 시신을 거두러 갈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그날에,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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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후회할 때, 나는 이미 사라졌다

그들이 후회할 때, 나는 이미 사라졌다

쌍둥이 동생, 임서우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늘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폭설로 산길이 막혔던 그날, 구조 헬기에는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암 말기 진단서를 움켜쥔 채 임서우에게 마지막 구조 기회를 양보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서우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어지럽다고 소리를 질렀다. 가족들은 쏜살같이 달려들어 임서우를 헬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남편 주재윤은 부러진 내 팔을 툭 건드리면서 무심하게 내뱉었다. “서연아, 넌 다음 헬기 기다려.” 내 딸 주도아마저 나를 향해 눈덩이를 던지며 악을 썼다. “이모가 더 급해! 엄마, 왜 뺏으려 그래!” 헬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나는 창가에 앉은 동생을 보았다. 임서우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자신이 승리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어지럽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된 이후 내게 남은 시간은 단 3일. 생의 마지막 3일, 나는 내 모든 것을 쥐어짜서 가족들의 애정을 구걸해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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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원한 대로 나는 사라져 주었다

가족들이 원한 대로 나는 사라져 주었다

2년을 기다린 기증 심장을 남편이 내 친부모의 양녀 윤채린에게 넘겨 이식했다. 의사는 내게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이 일주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사후에 내 몸을 냉동 보존하기로 했다. 나는 내 시신을 윤채린이 일하는 연구소에 기증했다. 기증 동의서에 서명한 날, 아들 강이준이 내 품으로 뛰어들면서 엄마가 드디어 이모와 화해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은 내가 드디어 자매끼리 아끼고 서로 돕는 법을 알게 됐다며 칭찬했다. 남편 강도윤은 내가 마침내 앙금을 내려놓고 사리를 분별하게 됐다며 안도했다. 나는 살짝 웃었다. 맞다. 이번에는 내가 정말 말을 잘 듣게 됐다. 나는 윤씨 집안의 친딸이라는 자리를 윤채린에게 돌려주고, 모두를 만족시켜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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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떠난 뒤, 내 삶이 시작됐다

그들을 떠난 뒤, 내 삶이 시작됐다

결혼식 당일, 사회자가 결혼반지 교환 순서를 알리자, 맞은편에 서 있던 이현민이 불쑥 입을 열었다. “사실 나 지수랑 만나고 있어.” 충격으로 굳어 버린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데도 이현민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 듯 목소리마저 태연했다.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러 갔던 날, 지수랑 바로 옆 탈의실에서 했어. 지수가 참지 못하고 몇 번 신음을 흘렸는데, 넌 몸이 안 좋은 줄 알고 한참이나 걱정했지. 그러고 나서 네 옆에 섰을 때는 나도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나는 굳어 버린 몸을 억지로 돌려 하객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절친 한지수를 바라보았다. 한지수는 손에 든 부케를 높이 치켜들며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한지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해 주고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지어 조금 전, 네가 메이크업을 받을 때도 지수는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었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 등에 상처가 날 만큼 손톱을 세웠더라고.” 모든 말을 마친 이현민은 손에 들린 결혼반지를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강서린, 난 전부 말했어. 그래도 이 결혼을 이어 갈지는 네 선택에 맡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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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가 지고 나서야

해당화가 지고 나서야

첨성대(瞻星臺)에서 칠 일 밤낮을 보냈으나, 한상운은 김소윤을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삼 년 동안 가둬 두고, 매달 초사흘과 초이렛날이면 어김없이 그녀의 피를 석 잔씩 받아 갔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아프다 말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궁으로 들여보내 임나연 대신 죽게 하겠다고 했을 때도, 김소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상운은 그녀가 마침내 마음을 꺾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굴복했고, 끝내 길들여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상운은 알지 못했다. 김소윤은 그저 더 이상 그 때문에 아프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입궁하던 밤, 김소윤은 한상운이 건네준 죽음을 위장하는 약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임나연은 오래전에 이미 그 약을 진짜 독약으로 바꿔 놓은 뒤였다. 김소윤이 약을 입에 털어 넣으려는 찰나, 어좌에 앉아 있던 이연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에는 차마 감추지 못한 아픔이 어려 있었다. 뒤늦게 북쪽 변경에서 승전하고 돌아온 한상운은 미친 듯이 궁궐로 달려와 그녀를 찾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혼인 조서가 내려진 뒤였다. ... 김소윤은 직접 술을 따라 한상운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으나, 끝내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다음 생에는...” 한상운이 말했다. “소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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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야 들린 엄마의 울음

죽은 후에야 들린 엄마의 울음

여동생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는 심장이 파열돼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원장인 엄마는 모든 의료진을 여동생의 병실로 불러들였다. 겨우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동생의 몸 상태를 전부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살려 달라며 엄마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엄마는 짜증 섞인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관심받고 싶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 네 동생은 하마터면 뼈를 다칠 뻔했다고!” 결국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병원 구석에서, 그렇게 차갑게 죽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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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에야 양녀를 버린 가족들

내가 죽은 후에야 양녀를 버린 가족들

집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한 나는 첫 번째로 소방대장인 남자친구 이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김예린을 위해 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살기 위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는 근처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유일하게 나를 위해 수술해 줄 수 있는 오빠가 수술을 거부했다.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병원장인 아버지 한태준이 나타났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구하러 온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내 피를 모두 뽑으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렇게 절망 속에서 죽어갔고 세 사람은 나중에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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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끝, 배신한 대가

불륜의 끝, 배신한 대가

유치원 가족의 날, 남편 송지헌은 회사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나랑 딸한테도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실망이 가득한 딸아이의 얼굴을 보자 가슴 아픈 나머지 혼자서라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유치원에 들어서는 순간 남자아이를 안고 소꿉친구 안소정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남편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웃음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모습은 마치 진정한 가족 같았다. 곧이어 나랑 딸을 발견하자 송지헌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안소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유미야, 오해하지 마. 소정은 싱글맘으로 독박 육아가 결코 쉽지 않거든. 오늘 아들의 5번째 생일인데 아빠랑 놀러 가는 게 소원이래.” 나는 의미심장하게 그를 바라보고 허리를 숙여 딸아이의 작은 손을 붙잡았다. “아리야, 아저씨한테 인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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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봄바람에 속아

이유 없이 봄바람에 속아

“결정했어요. 제가...조씨네 그 단명할 인간한테 시집갈게요.” 대청 아래에 선 윤해인의 붉은 입술 끝이 비틀려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순간, 윤기태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이윽고 그가 의자를 박차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탐욕으로 가득 찬 눈가의 주름이 단숨에 활짝 펴졌다. “해인아, 드디어 마음을 굳힌 게냐? 잘 생각했다! 조씨 가문 쪽에서 혼사를 서두르고 있으니 보름 안에는 서북으로 떠나야 할 게야. 필요한 게 있다면 이 아비가 즉시 사람을 시켜 준비해 주마...” “겨우 그뿐인가요?” 윤해인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하시는 그 사생아 년 대신 시집을 가 주는 건데, 고작 그게 끝이냐는 말이에요. 적당한 성의 표시라도 하셔야죠.” 순식간에 대청 안의 공기가 얼어붙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윤기태의 안색 역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말버릇이 그게 무엇이냐! 사생아 년이라니, 엄연히 네 친동생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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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자락

사랑의 끝자락

엘리베이터 안에서 폐소공포증에 덜덜 떨던 나. 그때 강시헌은 어디 있었을까? 그는 나를 두고, 나이 어린 비서 송나은에게 감기약을 챙겨주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이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강시헌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혼 서류에 서명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좀 삐진 거야. 부모도 없는 애가 어디 갈 데나 있겠어? 이혼숙려기간도 있잖아? 좀 지나고 나서 내가 받아주면 다 끝날 일이지.” 다음 날, 그는 송나은과 찍은 커플 사진을 SNS에 올렸다. [너의 모든 수줍은 순간을 기록해.] 나는 조용히 하루하루 날짜를 세었다. 그리고 마침내, 짐을 모두 정리한 후, 전화를 걸었다. “삼촌, M국 가는 비행기 티켓 좀 예매해 주세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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