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원작의 여주인공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이유 하나로, 처가의 식솔 72명을 모조리 허리를 베어 처형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어머니도 예전처럼 울며불며 따지지 않았다.
넋이 반쯤 나간 듯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던 섭정왕이자 대군인 아버지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부인, 부인과 소윤의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결말일 거요.”
“부인 집안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했고, 천영이도 부인과 자매와 다름없는 아이지 않소?”
“어쩔 수 없이 그 서신들을 내놓았을 뿐이니, 그 아이를 원망하지 마시오.”
싸늘한 회랑 기둥 뒤에 몸을 잔뜩 웅크린 나는, 소매를 깨문 채 감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내게 말을 타는 법과 활쏘기를 가르쳐 주고, 손수 연을 만들어 주었던 외숙부와 외조부도 이제 모두 세상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얼굴로 탁자 위에 놓인 부러진 목검을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바로 그 순간, 어머니의 머리 위로 금빛 글귀들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휴, 이번에는 악역도 드디어 완전히 마음을 접었네. 아쉽게도 공략 임무는 실패했지만 말이야.]
[윗댓 잠깐만. 이화연은 사흘 뒤면 이 세계를 떠나.]
[이제 섭정왕이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랑이 되는 거라고. 처참하게 죽으면 죽을수록 나중에 남주가 더 처절하게 울겠지!]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이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