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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위에 핀 눈물꽃

무덤 위에 핀 눈물꽃

지옥 같은 칼날들이 내 뼈와 살을 난도질하는 절망 속에서 나는 사력을 다해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미해지는 의식의 마지막 끈을 붙잡고 겨우 버틸 무렵, 마침내 연결음이 끊겼지만 수화기 너머 오빠의 어조는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또 전화질이야?” “오빠, 살려...” 하지만 내 간절한 애원은 다 끝나기도 전에 오빠의 사나운 목소리에 끊겨버렸다. “넌 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냐? 이달 말 소월이 성인식 때 안 오기만 해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말을 마친 오빠는 차갑게 통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전신을 찢는 극심한 전율과 참혹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영원한 안식 속으로 눈을 감았다. 감긴 내 눈꺼풀 틈새로 피눈물 같은 물줄기가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오빠, 굳이 오빠가 날 죽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나 이미 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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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우리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스템,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러자 시스템은 곧바로 대답했다. [네, 숙주님. 이탈 절차를 시작할게요. 보름 후면 이곳을 떠날 수 있어요.] 늘 기계적으로 반응하던 시스템이 드물게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덧붙여 물었다. [여기에는 숙주님을 아껴 주는 남편과 무슨 일이든 숙주님 편에 서는 아들이 있는데 여기가 숙주님의 집이 아닌가요? 두 사람이 바로 숙주님의 가족이잖아요.] ‘가족’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현초연의 시선이 천천히 TV 화면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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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간직한 사랑

몰래 간직한 사랑

올해 K대를 뒤흔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조유진의 첫날밤 영상이 학교 단톡방에 유포된 일이었다. 영상은 최고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촬영됐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조유진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에게 통유리창 앞으로 밀린 채, 꼼짝없이 남자의 품에 갇혀 있었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거칠게 얽힌 숨소리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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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형 소파 사용법

특대형 소파 사용법

아내가 기괴하게 널찍한 특대형 소파를 주문 제작한 날부터 매일 밤 거실에서 잠을 자며 생활했다. 같이 자자고 침실로 데려가려 할 때마다 아내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를 밀어냈다. 어떤 날은 아예 침실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거실에서는 밤마다 억누르는 듯한 수상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문이 열렸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출산 날, 분만실에서 나온 아내는 아직 병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상태였다. 나는 아이를 안아보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이혼을 통보했다. 아내는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겨우 내가 매일 소파에서 잤다는 이유로? 방금 네 아이 낳아준 아내한테 그런 소리 나와?”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그러니까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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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너를 위해 스스로를 가뒀다

한때 너를 위해 스스로를 가뒀다

나는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도도하기로 유명한 이희연의 마음을 얻었다. 이희연과 결혼하기 위해 내 커리어까지 전부 포기하고 기꺼이 전업주부가 되었다. 심지어 이희연이 아이 낳는 건 아플 것 같아서 무섭다는 한마디에 나는 바로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정관수술까지 받았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평생 서로 사랑하며 백년해로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결혼 5주년 기념일인 오늘, 나는 이혼을 결심했다. 변호사이자 내 절친인 최민환이 몇 번이고 내게 되물었다. [진심이야? 아내랑 결혼하겠다고 부그잡지에서 온 제안도 단칼에 거절했던 네가! 이제 와서 이혼을 하겠다고?] 나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억지로 참았다. “이혼 합의서 좀 작성해 줘. 최대한 빨리.” 그러자 최민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왜?] 식탁 위에 놓인 화려하게 포장된 검은 만다라 꽃다발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대답했다. “꽃다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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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궁녀의 완벽한 홀로서기

은퇴한 궁녀의 완벽한 홀로서기

나는 세 명의 주인을 모시던 궁녀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병약한 태자였다. 나를 그저 약을 시험하는 용도로 이용하면서, 멀리 화친을 떠난 자신의 첫사랑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내. 두 번째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구황자였다. 그는 내 허리를 감아쥐며 서늘하게 비웃었다. "한낱 장기말 주제에 감히 주인의 마음을 탐하는 것이냐?" 세 번째는 고고하기 짝이 없는 국사(國師)였다. 그는 소매를 털어내며 차갑게 돌아섰다. "비천한 궁녀 따위가 감히 내 눈을 더럽히는구나." 마침내 출궁할 나이가 차고, 황은을 입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호위무사와 가정을 꾸리려던 바로 그 순간. 태자가 교지를 빼앗아 나를 동궁 깊은 곳에 가두어버렸다. 구황자는 눈이 뒤집혀 광기를 부렸다. "넌 살아서도 내 사람이고, 죽어서도 내 것이다." 국사는 고고한 자존심도 버리고 비굴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가지 마라. 내가, 내가 너와 혼인하겠다.” '아니, 저기요. 그저 주인과 하인으로 만나 잠시 스쳐 갈 인연일 뿐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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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삿날에 나는 산산조각 나서 죽었다

어머니 제삿날에 나는 산산조각 나서 죽었다

아빠를 보호하려고 나는 악당들에게 무려 10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 아빠는 입양딸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내 생일이기도 한데 생일 축하해 줄 수 있어요?” “너는 미친 짐승이야. 생일을 새려고 네 엄마를 죽였어. 그런데도 생일을 챙기려고? 그냥 죽어버려!” 말을 마친 아빠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 날, 내 시체는 화분에 담겨 경찰서 문 앞에 놓였다. 아빠는 부검을 담당했다. 아빠는 범인이 복수심에 불타 있고, 극히 잔인한 방법으로 경찰의 위엄에 도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죽은 사람이 그가 가장 미워하는 딸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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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 당일, 신부가 사라지다

혼례식 당일, 신부가 사라지다

혼례식을 한 달 앞두고 누군가 나를 밀어 얼어붙은 호수에 빠지는 바람에 크게 앓아누웠다. 깨어난 후, 의원은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광평후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첩이 낳은 딸인 강여진을 내 곁에 딸려보내 주연우의 첩으로 보내기로 했다. 혼인 사흘 전, 주연우는 취춘루(醉春樓)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 그를 찾으러 갔을 때, 그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강여진이 네 큰아들을 낳게 하려고 사람을 시켜서 강여원을 얼음 호수에 밀어 넣다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애초에 나는 여진이를 부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강씨 가문에 혼인을 청한 것이다. 여진이는 이미 아이를 가졌으니, 여원이가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어야만 여진이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지 않겠느냐."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강여진의 혼인길에 딸려 가는 셈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정이 이토록 깊다니, 그렇다면 내가 기꺼이 그들을 도와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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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청춘의 영수증

값비싼 청춘의 영수증

결혼식 전날 밤, 약혼남의 여사친인 한소희가 내게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 그녀는 내가 맞춤 제작한 고가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윤현우의 품에 안겨 있었고 메시지는 지극히 도발적이었다. [언니 신랑이랑 드레스 좀 빌려 쓸게요. 현우가 그러는데, 내가 입은 게 언니보다 훨씬 예쁘다네요.] 뒤이어 그들의 웨딩 사진이 SNS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입을 맞추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사진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우리가 10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다른 이랑 엮일 일은 없었을 텐데.] 내가 사진들을 내밀며 윤현우에게 따져 묻자, 그는 시큰둥하게 휴대폰 게임을 두드리다가 이내 휴대폰을 팍 집어던지며 만사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청춘을 기념할 겸 재미로 찍은 거라고 했잖아. 너 왜 이렇게 속 좁게 굴어? 소희는 이제 막 우울증 판정받고 힘들어하는 애야. 내가 그거 하나 위로해 준 게 그렇게 잘못이야?” 적반하장으로 당당하게 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두 사람 우정이 그토록 눈물겹다는데, 내가 굳이 훼방꾼이 될 필요는 없지.” 나는 그날 밤 당장 투자 철회 서류를 기안함과 동시에, 그의 어머니를 위해 섭외 중이던 국외 최고 의료팀과의 접촉을 전면 중단시켰다. “결혼은 취소야. 네 그 망해가는 회사 뒷수습을 내가 해줄 거란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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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의 배신을 당한 뒤

소꿉친구의 배신을 당한 뒤

괴롭힘을 당한다는 소꿉친구와 함께 전학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도장을 받기 하루 전 송창훈은 말을 바꿨다. 송창훈의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오래 괴롭힘 당하는 척한 이유가 결국 임주아를 떼어 놓으려는 거였어?” “그래도 임주아가 너랑 유치원 때부터 붙어 다닌 사이잖아. 낯선 학교에 혼자 보내도 마음이 편해?” 송창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같은 연울시 안에 있는 다른 학교일 뿐이야. 멀어 봐야 얼마나 멀겠어.” “매일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지겨웠는데, 오히려 잘됐지.” 그날 나는 문밖에 오래 서 있다가 결국 돌아섰다. 전학 신청서의 희망 학교란에는 연울고등학교 대신 부모님이 원하던 해외 고교, 하미르국제고를 적었다. 모두 잊고 있었다. 나와 송창훈은 애초부터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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