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변방의 경계가 뚫리자, 고씨 가문의 젊은 장군이 출사표를 던졌다.
'적국을 파멸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노라.'
아바마마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그에게 묵직한 포상을 내리기로 하셨다.
경성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도진과 나의 하나뿐인 언니가 서로 마음이 통한 사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나를 선택했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
그는 침상 앞에 서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전쟁은 죽을 고비가 태반이다. 난 채영이가 그런 사지로 내몰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헌데 거역할 수 없어 너를 선택했을 뿐이다. 너한텐 미안하게 되었구나."
나는 잠시 침묵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저는 무엇입니까?"
그가 서늘하게 웃었다.
"내가 너한테 빚을 졌다 생각하거라."
잠시 후, 그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도진은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사람이 있었음을.
그러니 그와 나 사이에 빚 따위는 없었다.
변방에서 함께 보낸 피비린내 나는 칠 년의 세월.
암살을 당할 뻔하고, 습격을 받으며, 상처를 입고,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나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힘을 다해 고도진이 군심을 잡도록 돕고 뒤를 수습했다. 심지어 그가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 때, 맹독을 다스릴 뱀의 쓸개가 필요하다 하여 친히 독사굴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도진은 대승을 거두고 오랑캐를 무찔러 영토를 넓혔다.
개선문으로 들어선 그에게 아바마마께서는 진북왕이란 칭호를 내리시며 원하는 바를 물으셨다.
"소인, 간절히 청하옵나이다. 지금의 아내를 첩으로 강등하고, 채영 공주를 정실로 삼게 해주시옵소서.”
그는 끝내 언니를 곁에 두고자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나 역시 마침내 오랜 소원을 이루고, 미련 없이 그의 곁을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