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얘기한 다른 제안을 고려해보겠다면 나도 한 발 물러나 볼 생각은 있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안정적인 협업은 계약이 아니라 혼인이잖아요. 혼인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가진 건 없어요.”
“그리고 나 용준석이 정민아 씨한테 진심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거든요...”
“강이주 씨, 제가 필요한 건 언제 어디서든 저와 사이좋은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맞춰 줄 아내예요. 누가 봐도 계약으로만 묶인 상대처럼 보이는 협력자가 아니에요.”
구기빈 역시 돌려 말하지 않았다.
강이주가 자기와 결혼하기로 한 이상, 두 사람 사이를 지나치게 칼같이 가를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함께 자라다 보니 두 사람은 천천히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었지만 연인이라 부르기엔 애매해진 관계가 되어버렸었다.
정하늘은 언젠가 ‘우리 둘 다 서른 될 때까지 짝을 못 찾으면 그때 결혼하자.’라고 말했었다.
이다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알고도 정하늘을 유혹했다. 그리고 결국 그와 관계를 해 혼전임신을 이유로 결혼까지 해버렸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지만, 내뱉은 순간엔 딱 맞는 말 같았다.
나는 지수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고, 이혼할 생각도 없다. 실수는 했지만 바뀔 수 있다. 내가 한 일을 만회할 수 있고, 그녀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다른 누구와도, 정기준과도 그녀가 함께 있는 걸 참을 수 없다. 집착이라고 불러도 좋다. 결혼 서약을 했을 때 그걸 진심으로 믿었으니까.
“우리 처형은 다시 강성으로 출장 가셨어요. 왠지 두 사람은 그리 빨리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옆에서 듣던 소정남이는 빙그레 웃으며 끼어들었다.
“역시 제가 가장 순탄하게 결혼했네요.”
소정남과 심효진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아무런 곤란도 없이, 연적도 없이 순조롭게 결혼했다.
이곳은 바로 그녀와 박시언의 신혼 방이니까!
그와 결혼한 한 달 동안 박시언이 그녀를 보러 온 횟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늘 그는 부지 경매에 참석할 예정인데 보는 눈이 있다 보니 와이프도 함께 데리고 간다.
‘하지만 이건 5년 전 일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