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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빛미르

붉빛미르

“천지신명의 뜻입니다. 밤하늘을 붙들어도 날이 밝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이치이지요. 미르의 쓸모가 없어지면 사람들에게서 떠나간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명령입니다.” 어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밤하늘 별빛이 눈동자 속에서 파르라니 춤을 추는데, 눈물이 맺힌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리 눈이 깊게 우수에 젖어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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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터닝포인트

“나? 지금 사하라 사막!” 송지유는 휴대폰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람과 모래가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렸고, 치맛자락이 펄럭였다. “예린아, 들려? 이게 바로 자유의 소리야!” 송지유가 눈을 가늘게 뜨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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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운명

뒤바뀐 운명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느릿느릿 뒤따라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태연의 고함이 들렸다. “A형이라고? 네가 어떻게 A형이야?” 이정이 대답했다. “저는 계속 A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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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카상드르 내 감방의 추위가 모든 관절, 모든 뼈, 지난밤으로 인해 통증이 느껴지는 모든 근육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아직도 내 갈비뼈의 통증, 충격과 밀치기로 멍든 내 다리를 느끼고, 모든 호흡은 내 연약함의 상기다. 그럼에도... 리라. 그녀의 이름은 내 가슴속 움푹한 곳의 화상, 독인 동시에 엔진이다. 그녀의 배신이 내 몰락을 재촉했고, 나는 그녀가 똑같은 두려움, 똑같은 절망을 맛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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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그림자

잿빛 그림자

꽃을 옆에 내려놓고 살며시 다가가 아내를 침실로 안아 가려는 순간, 아내 옆에 있던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켜지면서 메시지 알림이 떴다. 나는 아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수년 동안 서로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었기에 서로의 휴대폰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귀신이 홀린 듯 나는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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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아니, 몇 년도냐고?” “2011년3월25일, 금요일이야.” 재욱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너 내일이 네 생일이라고 얘기했었잖아. 잊어버렸어?” ‘2011년?’ 나는 놀라서 멍하니 있다가 허벅지를 꼬집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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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

나의 죽음

사망자는 외상으로 인해 뇌종양이 터져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말이 돼요? 멀쩡히 살아 있던 애가 갑자기 뇌종양 때문에 죽을 리가 없잖아요!” 엄마의 목소리는 호텔 복도에 메아리치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뭔가 잘못 본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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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신

소녀신

엄마는 언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 우리 인아가 먹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해줄게.” “인아는 지금 우리 마을의 ‘소녀신’이잖아. 마을의 평화로울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니까 반드시 잘 먹고 잘 지내야 해.” 언니는 또 한 입 크게 치킨을 먹으며 어렴풋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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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페르소나

미완성의 페르소나

대신, 아주 잠깐 도쿄의 밤을 떠올렸다. 네온이 번진 유리창이 먼저 떠올랐다. 빗물인지, 김인지 모를 물기가 번져서, 바깥 풍경이 흐릿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위로 색이 겹쳐졌다. 빨강, 보라, 파랑. 음악은 너무 커서, 말소리는 서로의 입술을 읽어야 겨우 이어졌다. “아스카, 오늘 분위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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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 생존기

시월드 생존기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 마침내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호텔 당신이 예약한 거야? 이런 허접한 곳에서 묵으라고? 주차 대행도 없잖아!” “있어요. 방금 다른 차 주차하러 간 것뿐이에요.” “방도 봐, 겨우 이런 거로 예약했다고? 바다 전망도 안 보이는 방을? 당장 취소하고 다른 데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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