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연서 이모보다 못생기고 성격도 안 좋은데 왜 이혼하지 않는 거예요? 그렇다면 아빠는 연서 이모랑 재혼하고 우리 엄마가 되어 줄 수 있을 텐데.”
나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눈도 서서히 감겼다.
이내 기진맥진해서 바닥에 쓰러진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작은 머리 하나가 문틈으로 쏙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다 선반에 부딪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가을아... 그럴 리가 없어. 그럼 내가 며칠 동안 본 건 대체 누구란 말이야? 7일간의 혼령 환생이 정말이었던 거야? 내가 너를... 내가...”
그는 횡설수설하며 울부짖다가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허지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보니 내 추측에 확신을 더했다.
언니 앞에서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척했던 사람은 사실 술·담배에 싸움까지 하는 망나니였고 그녀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사이에 진성호라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 그의 은행 계좌로 거액의 돈이 이체되었다.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생기는 게 싫어서 그랬어."
"..."
"별 뜻은 없었어."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서하가 모르는 김도윤은 너무 많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은 도윤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보여주는 모습만큼은 진심이었지만, 그녀가 보지 못하는 부분 또한 그의 일부였다. 그의 과거와 그녀가 평생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