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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장수에게 가장 걸맞은 최후는 전장에서 맞는 죽음이라 했다. 소은하는 죽었다. 천 리 밖 북방 변경의 전장에서, 온몸에 화살을 맞은 채. 붉은 술을 단 창을 손에 쥔 소은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땅에 무릎을 꿇었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멀리 펄럭이는 군기와, 그 위에 새겨진 커다란 ‘소(蘇)’ 자였다. ‘나현진은 무사히 대주국으로 돌아갔겠지?’ ‘이건... 그대가 바라던 대로 제국으로 출병해 나현진을 되찾았으니...’ ‘이제 그대는... 더없이 기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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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닿지 못한 마음

끝내 닿지 못한 마음

대전 안, 조민소는 눈가에 차오른 물기를 애써 눌러 삼켰다. 이윽고 한 자 한 자 황제를 향해 또렷이 힘주어 아뢰었다. “폐하, 신이 지금껏 세운 군공을 대가로 군주(郡主) 임지영과의 혼약을 파하고자 하옵니다.” “아울러 변방 수비를 자청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레 뒤 경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나이다.” 황제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민소야. 오늘 막 전장에서 돌아온 네가 어찌 벌써 다시 떠날 생각부터 한단 말이냐?” “너와 지영이는 짐이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이들이다. 네가 지난 삼 년간 변방에 나가 있는 동안 그 아이와 네 부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짐은 어느 정도 전해 들었다.” 황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들이 네 마음을 저버렸구나.” 잠시 말을 멈췄던 황제가 이내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기회를 주어 보자꾸나. 짐과 내기를 하나 하자. 이레 안에 그들이 네 결심을 눈치채고 너를 붙잡는다면 경성에 남거라. 허나 끝내 아무도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짐도 네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으마.” 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 따위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주 희미한 기대 하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 나를 붙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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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이걸 언제 준비했어?” [제483조.] [좋은 데이트는.] [집에 돌아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루 동안 쌓인 설렘이.] [둘만 남은 순간 다른 얼굴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끝났다고 생각한 밤에.] [다음 장면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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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밤 그와 함께

백 밤 그와 함께

문서가 남은 밤들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논의할 거라고 말했다면, 원래의 계약 조건이 다시 바뀔 예정이었다. 나는 어두운 옷을 입고 하늘이 파란빛에서 검은빛으로 변할 때까지 창가에서 기다렸다. 검은 차가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가슴이 익숙하게 조여 왔다. 아파트를 잠그고 계단을 내려가며, 매 걸음이 내 남은 삶을 다시 쓸 수 있는 종이 한 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리븐이 안에서 조수석 문을 열었다. 나는 앉아 문을 닫았다. 차 안의 고요가 우리 주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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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당신이 데리고 다니는 날이니까요.” 서윤이 웃었다. “힘들어요?” “아직은.” “아직은?” “밤까지 있다면서요.” 그 말에 서윤이 잠깐 멈췄다. 노트에 남겨둔 마지막 칸. 밤 — 비워두기. “그건 나도 몰라.” “정말 아무것도 안 정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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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박히다 아빠의 적들에게

생으로 박히다 아빠의 적들에게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가 돌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는 나를 보내줄 수 없으니까요. 나도 그들을 놓아줄 수 없어. 밤은 길게 펼쳐져 있고, 더 많은 남근, 더 많은 정액, 더 많은 파멸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저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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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무슨 일이야?” “별일 아니야. 벌써 늦었으니 너희는 집에 가서 쉬어.” 배인호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오늘이 가장 괴로운 밤이 될 것 같았다. 내일이 되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철저히 안녕을 고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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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뒤에도 복숭아꽃은 피었다

이별 뒤에도 복숭아꽃은 피었다

붉은 눈과 절박한 표정을 본 과장은 더 묻지 않았다. “마감 직전에 맞췄네. 며칠 휴가 줄 테니까 준비해.” “일주일 뒤 병원에서 모여 출발이야.” “네.” 일주일 뒤는 고동해와의 결혼식이 예정된 날이었다. 원송아는 그날 떠날 뿐 아니라,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도 남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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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달의 풍만한 여왕

켈리, 달의 풍만한 여왕

앞의 길은 그림자에 휩싸였지만, 우리는 함께 불확실한 밤을 헤쳐나갈 것이다. “준비하라,” 나는 한 명씩 시선을 마주하며 지시했다. “다음 달 뜨는 밤에 떠난다. 다가올 어둠 속에서 고대인들이 우리를 인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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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밤의 배달 로맨스

외로운 밤의 배달 로맨스

“팀장님, 이번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료를 USB에 정리해놨어요. PPT도 이미 준비해서 이메일로 보내뒀어요.” “그리고 오늘 입으실 정장도 제가 다려놨고 차도 불러놨어요. 20분 후에 출발할 겁니다.” 말이 끝나자 그녀는 나에게 눈짓하며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순간 전율을 느꼈고 전한빈이 이런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게 새삼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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