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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굿나잇

엇갈린 굿나잇

정인우에게는 8년째 고수해온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 시간은 늘 딱 3분이었다. “채연이가 불면증이 심해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했어.” “근데 왜 하필 너야?” “그때 그 사고... 채연이가 나 대신 다쳤잖아. 그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8년이라는 세월, 2900번이 넘는 3분.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음을 넓게 먹자, 제발 그러자며 스스로를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모른다. 결혼 3주년이 되어서야 정인우는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들의 뒤늦은 신혼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정인우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이채연이 보낸 영상이었다. 화면 너머, 그녀는 우리 부부의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잠옷을 입고, 내 베개를 벤 채로 카메라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오빠, 오늘은 딱 1분만 더 통화하면 안 돼?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전화할 시간까지 딱 3분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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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나는 돌아서 버렸다

결혼을 앞두고 나는 돌아서 버렸다

결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모님이 먼 길을 달려오신 날, 김주현 가족은 약속 시간에 늦었다. 세 번째 걸었던 전화마저 끊기자, 어머니가 애써 웃으며 나를 달랬다. “아마 차가 막히나 보다. 괜찮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렇게 우리는 세 시간을 더 기다렸다. 부모님의 표정은 처음의 기대와 환희에서, 서글픔과 슬픔으로 바뀌어 갔다. 아버지는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어색한 양복 자락을 매만지시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으셨다. “딸, 정말...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니?” “너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야. 그저 걱정이 돼서 그래. 여기는 집에서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잖니.” “혹시라도 나중에 네가 마음고생을 해도, 우리가 당장 달려와 네 눈물을 닦아줄 수가 없잖아.” 손톱이 살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쥔 채, 나는 애써 웃으며 부모님을 부축해 일으켰다. “우리 집에 가요. 이 결혼, 저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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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 터져도 참아

양수 터져도 참아

임신 8개월 차, 양수가 터진 날은 하필 남편이 입양한 아들, 박시우의 생일이었다. 내 아이가 그 아이의 생일과 겹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자정이 넘어야 출산할 수 있다며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나를 차가운 지하실에 가두었다. 박태준은 음울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진나미, 정말 대단해. 하필 시우 생일에 맞춰 애를 낳으려고 하다니.” 나는 축축한 바닥에 엎드려 양수로 흠뻑 젖은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당장이라도 아이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공포에,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큰일이 나겠다는 절박함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서린 것은 걱정이 아닌, 비릿한 실망감이었다. “아직도 날 속이려고? 양수 좀 터졌다고 바로 애가 나오는 줄 알아? 의사한테 다 들었어. 사흘을 버티다 낳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이미 박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시우랑 생일까지 겹치게 해서 네 입지를 더 굳히겠다고? 정말이지, 머리 굴리는 데는 도가 텄어.” 나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절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 배 속의 아이도 당신 아이잖아! 태준 씨, 제발 부탁이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나 좀 살려줘. 아기만 무사히 낳을 수 있게 해 준다면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내 애원에 박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잔인하게 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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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엄마!

구해줘, 엄마!

“엄마, 살려줘요! 아빠가 나를 차에 가둬놨어요.” 여름 오후 두 시,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그 시간에 나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즉시 생사를 가르는 구조에 나섰지만, 전화를 받은 남편은 상당히 짜증이 나 있었다. “수아의 딸이 기분이 별로라서 잠깐 놀이 공원에 왔단 말이야. 짜증 나게 왜 그래?” 남편이 전화를 뚝 끊어버리자 내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너희들, 제발 내 딸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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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신

소녀신

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녀신으로 떠받들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자며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언니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언니의 체중이 정해진 수치에 도달하면, 곧 마을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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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동생에게 양보를

쓰레기는 동생에게 양보를

다시 눈을 뜬 뒤, 나는 혼인신고서의 배우자 칸에 동생 이름을 적기로 했다. 이번 생에서는 유호천이 원하는 대로 해 주기로 했다. 이번 생에서는 유호천보다 먼저 신부가 입을 옷을 동생에게 입히고, 약혼반지도 동생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유호천과 동생이 마주치는 모든 자리를 내가 직접 만들었다. 유호천이 동생을 데리고 율경시로 간다고 하기에, 나는 군말 없이 남쪽 하남시로 내려가 부남대학교에 입학했다. 지난 생에 내가 쉰을 넘긴 나이가 되었는데도, 유호천과 아들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혼해 달라고 빌었다. 유호천과 동생의 끝나지 않은 인연을... 이번에는 내가 먼저 완성해 주었다. 다시 얻은 삶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날개를 펴고 날아가 사랑 같은 것에 더는 매달리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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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이동자 아내

차원 이동자 아내

내 아내 유진은 차원 이동자였다.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런데 유진은 나를 처음 본 날부터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영혼이 찢기는 듯한 고통이 뒤따랐다. 유진은 그런 벌을 이미 아흔아홉 번이나 견뎠다. 그러다 나는 M국의 불법 조직에게 납치되어 날마다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무너져 내리기 직전, 나는 유진이 전에 알려 준 이세계와 연결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연결에 성공했을 때, 나는 유진과 이세계의 멘토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너는 어떻게 직접 불법 무장 조직에 연락해서 소예성을 납치하게 할 수 있어? 소예성은 네가 목숨처럼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이잖아.” 유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원래 이 시련은 시스템상 서브 남주인 서태오에게 배정된 에피소드였어요. 서태오를 구하려면 제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소예성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에요. 주인공 보정을 받고 있으니 절대 잘못될 리 없어요.” “이번 임무만 끝나면 저는 영원히 이 세계에 남을 수 있어요. 그때는 소예성에게 제대로 보상할 거예요.” 순간, 내 가슴이 산산이 무너졌다. 악독한 자들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나는 끝내 버티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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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미래와 바꾼 내 목숨

언니의 미래와 바꾼 내 목숨

나와 언니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은 일부러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아가 사주를 봤다. 역술인은 말했다. 내가 뛰어난 아이로 자랄수록 언니는 깊은 우울증에 빠질 거라고. 그리고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날,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부모님은 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나를 짓누르며 키웠다. 그리고 수능 당일. 부모님은 끝내 내 수험표마저 빼앗았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마가 차가운 타일에 세게 부딪혀 피가 흐를 때까지. 그러나 아빠는 그런 나를 거칠게 걷어찬 뒤, 냉동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컥- 문이 밖에서 잠겼다. “네가 잘나면 수연이 죽는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시험을 보러 가겠다고?” 차가운 문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정말 네 언니를 죽이고 싶은 거야?” 냉동창고 안의 온도는 영하 30도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얇은 교복 셔츠 한 장뿐이었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엄마, 여기 너무 추워! 제발 문 좀 열어 줘!” “또 유난은.”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틈을 뚫고 꽂혔다. “냉동 기능도 안 켰어. 이제 수연이만 무사히 시험을 치르면 너희들을 옥죄던 그 지긋지긋한 예언도 끝나는데, 너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기적으로 네 생각밖에 안 하니?” 곧이어 부모님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교복 위로 뚝뚝 떨어졌다. 붉은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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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별거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별거

이혼 소송 재판이 열리던 날, 재판부는 먼저 우리의 혼인 관계에 대해 물었다. “두 분은 결혼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혼인 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보십니까?” 나는 입술을 깨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 조용히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결혼한 뒤 3년 내내 저희는 줄곧 따로 살았습니다.” “재판장님, 이런 관계에 아직 부부로서의 애정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사람과 5년을 연애했다. 연애할 때부터 그 사람의 카톡 상단에 고정된 채팅방은 언제나 나와의 대화방이었다. 휴대폰 긴급 연락처에도 내가 등록되어 있었고, 심지어 그 사람이 가입한 생명보험의 보험금 수익자도 나였다. 그래서 나는 정말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그 사람은 전화 한 통을 받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아프셔.” 그 사람은 모든 걸 뒤로한 채 곧바로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 후 3년 동안, 그 사람은 매일 끼니때마다 내게 밥 사진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진 속에 그의 어머니가 찍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런 그 사람이 안쓰러워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내려가 함께 어머니를 간호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 “난 당신이 힘들어하는 건 싫어.” 그리고 한 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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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그대에게

돌고 돌아 다시 그대에게

첫사랑을 잃은 뒤, 강주혁은 십 년 내내 나를 증오했다. 내가 아무리 그의 눈치를 보며 다정하게 굴어도 돌아오는 건 싸늘한 비웃음뿐이었다. “그렇게까지 잘 보이고 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불길에 휩싸인 들보가 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던 순간, 그는 끝내 나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그는 내 품에 기댄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손을 밀어냈다. “송희주, 이번 생에는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장례식장은 곡소리로 가득했다. 강주혁의 어머니 박금란은 오열하며 말했다. “주혁아, 다 이 어미 탓이다. 애초에 그 아이와 혼인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네 뜻대로 고화영과 맺어줬더라면 오늘 같은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르잖니.” 그의 아버지 강태호는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주혁이는 너를 세 번이나 살렸다. 헌데 어째서 너는 끝까지 그 아이한테 불행만 가져오는 것이냐? 어째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강주혁이 나를 처로 맞은 일을 후회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적성루에서 몸을 던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십 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모두가 바라던 대로 강주혁과의 모든 인연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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