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원한 건 너였어
열여덟 번째 이혼 요구마저 실패로 돌아간 뒤, 배강수는 더 이상 이혼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혼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못 볼 꼴까지 보일 만큼 처절하게 싸우곤 했다.
나는 손목을 긋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했고, 배강수와 여자 비서가 함께 침대에 있는 사진을 회사 로비에 도배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기자회견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송지아의 옷까지 벗겨 버렸다. 결국 송지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앓게 됐다.
배강수는 나를 미워해야 했다.
그런데 배강수는 다시는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고 휴대폰도 내게 맡겼다.
한 시간마다 한 번씩 행선지를 보고했고, 출장 중에도 24시간 내내 나와 영상통화를 연결해 두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줄곧 놓이지 않았다.
내가 매일 배강수에게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끈질기게 묻자, 진절머리가 났는지 남자가 되물었다.
[내가 이 정도로 하는데도 부족해?]
사실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오히려 현실 같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또 한 번 배강수를 미행하다 들키고 나서야, 남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사실을 털어놓았다.
“10년 후의 내가 전화를 걸어왔어. 이혼하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