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궁녀의 완벽한 홀로서기
나는 세 명의 주인을 모시던 궁녀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병약한 태자였다.
나를 그저 약을 시험하는 용도로 이용하면서, 멀리 화친을 떠난 자신의 첫사랑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내.
두 번째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구황자였다.
그는 내 허리를 감아쥐며 서늘하게 비웃었다.
"한낱 장기말 주제에 감히 주인의 마음을 탐하는 것이냐?"
세 번째는 고고하기 짝이 없는 국사(國師)였다.
그는 소매를 털어내며 차갑게 돌아섰다.
"비천한 궁녀 따위가 감히 내 눈을 더럽히는구나."
마침내 출궁할 나이가 차고, 황은을 입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호위무사와 가정을 꾸리려던 바로 그 순간.
태자가 교지를 빼앗아 나를 동궁 깊은 곳에 가두어버렸다.
구황자는 눈이 뒤집혀 광기를 부렸다.
"넌 살아서도 내 사람이고, 죽어서도 내 것이다."
국사는 고고한 자존심도 버리고 비굴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가지 마라. 내가, 내가 너와 혼인하겠다.”
'아니, 저기요. 그저 주인과 하인으로 만나 잠시 스쳐 갈 인연일 뿐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요?'